집에 오면 신발을 벗는다. 선풍기와 에어컨을 동시에 켠다. 사온 음식용기와 음료용기 그리고 비닐봉지를 재활용한다. 식기세척기에 식기건조를 한다. 가전제품 보호용 투명비닐을 그대로 사용한다. 이러면 한국인의 일상이다. 동양인도 비슷하다.
일본의 합병을 거쳐 전쟁까지 겪은 세대들은 늘 물자가 부족하여 물건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여 쓰는 습관이 배여 있다. 살기가 좀 나아지면 보관에서 취미로 원하는 물건을 수집하기도 한다.
하지만, 언젠가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여기고 버릴 것까지 버리지 못하고 모으고 쌓아두다가 보면 잡동사니가 되어 결국 쓰레기가 되기도 한다.
늘어난 잡동사니로 인해 집은 발 디딜 곳도 없게 되기도 한다. 무엇이든지 버릴 수가 없다. 버리면 불안하다. 우울하다. 버릴지 말지도 결정하지 못한다. 이는 뇌 손상으로 정신 건강에 장애가 생긴 것이다.
이를 두고 저장장애증후군 또는 저장강박증이라고 한다. 저장강박증은 물건의 가치와 의미를 제대로 파악을 못해 버릴지 말지를 결정하지 못하게 된다. 남에게 기부하는 것을 거부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 보면, 심리적 상태로 마음의 병일 수도 있다. 살아가는 게 힘들고 어렵고 무겁게 느껴질 때, 쌓이는 쓰레기도 버리지 못하고 지저분해도 청소를 안 한다.
청소를 안 하는 것은 귀차니즘과 게으름도 있지만, 어수선한 마음과 슬프거나 아픈 마음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태는 살아내기 위해 새롭게 시도하는 게, 저지르는 게, 달려드는 게 불안하고 우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한 미루거나, 포기하려거나, 핑계를 대거나, 피하고 싶은 마음일 때 보여지는 심리적 행동이다.
집과 방 그리고 주방에 쌓인 쓰레기를 그냥 내버려두는 것은 어질러진 만큼 힘들다는 표현이다. 이러한 자신의 상태를 행동으로 드러내도 개인적인 생활이기에 남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가족이나 동거인이 있을 때는 누군가 잔소리를 하게 마련이다.
혼자 있을 때는 대충 옷을 입고 침대에서 뒹굴어도, 남에게 보여질 때는 몸 치장에 정성을 드린다. 멋있다는 칭찬의 말에 신경을 쓴다. 밖에서는 얼마나 깔끔한 줄 모른다. 그러면서 언젠가 방청소해야지 마음먹다 보면 정말 청소해야만 하는 날이 온다. 청소는 해도 잘 모르지만 안 하면 바로 표가 난다.
뉴질랜드에도 새 봄이 왔다. 봄비도 온다. 봄 날이 가기 전에 새로워 지려는 자신을 위해 쓰레기를 모아 버려라. 집안의 작은 틈에 켜켜이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쓸고 걸레질을 해서 묵은 때를 벗겨내라.
집착했던 물건을 정리하고 정돈하면서 묵은 마음의 감정도 추스려라. 청소를 하다 보면 새로운 마음과 새 일을 준비하고 시작할 용기가 생긴다. 그러면 다시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갈 마음을 갖게 된다.
새 봄날이 좋은 지금, 청소를 하고 나서도 버리지 못하고 모으고 쌓아 두기만 하던 물건이든 재물이든 안쓰는 것은 남에게 기부하면 어떨까. 남에게 주는 것을 거부하지 말고 말이다.
한 아이가 가졌던 오병이어도 예수님이 가져 감사하고 떼어서 줄 때 오천 명이 먹고도 12광주리가 남았다. 기적의 현장은 남에게 줄 때 일어난 사실을 기억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