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씬, 이스라엘의 폭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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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살인적인 폭염으로 고통 받고 있다. 110년만의 기록을 세우며 서울 낮 온도가 40도에 육박했고, 밤 기온도 30도에 가까운 초열대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지구가 아주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모두가 우리 인간이 만들어 낸 재해인 것 같아 마음이 참 불편하다.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뉴질랜드의 기온은 참 온화하다. 여름은 야외활동하기 딱 좋을 만큼 덥고, 겨울은 야외활동도 충분히 할 수 있을 만큼만 춥다. 물론 집 안이 집 바깥 보다 더 춥다는 것이 함정이기는 하지만.

이스라엘의 기후는 대체로 고온 건조한 것이 특징이다. 4계절이 다 있다고는 하지만 건기와 우기로 나누는 것이 더 좋다. 건기는 4월부터 10월까지로 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을 만큼 건조하다.

이 기간에 이스라엘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사야 하는 것이 있다. 찬물을 담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보냉 주머니이다. 나도 건기 동안에는 매일 차가운 물을 담아 보냉 주머니에 넣어 들고 다녔다. 물을 자주 마시지 않으면 금방 머리가 아파오기 때문이다.

우기는 11-3월까지인데 뉴질랜드의 겨울 날씨와 상당히 비슷하다. 뉴질랜드의 겨울처럼 아주 춥지 않고 상당히 많은 비가 오기 때문에 유대 광야에서도 푸른 풀을 볼 수 있는 시기이다.

비가 가져오는 북서풍
이스라엘의 기후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두 개의 바람이 있다.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북서풍과 아라비아 사막에서 불어오는 남동풍이다. 지중해에서 불어 오는 서풍은 비를 가져다 주는 고마운 바람이다.

1년 중 7개월 정도 비가 거의 안 오고 건조하니 비가 오는 것은 대단히 큰 축복이다. 그 비를 가져오는 것이 바로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서풍이다.

엘리야가 갈멜산에서 비를 위하여 간절히 기도할 때 그의 사환에게 바다를 바라보라 하는데 그 바다가 바로 지중해이고, 갈멜산은 지중해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그의 사환에게 이르되 올라가 바다 쪽을 바라보라 그가 올라가 바라보고 말하되 아무것도 없나이다 이르되 일곱 번까지 다시 가라. 일곱 번째 이르러서는 그가 말하되 바다에서 사람의 손 만한 작은 구름이 일어나나이다 이르되 올라가 아합에게 말하기를 비에 막히지 아니하도록 마차를 갖추고 내려가소서 하라 하니라”(열왕기상 18:43-44).

이스라엘에 도착하고 새로운 해를 시작하면서 알게 된 것은 나의 몸과 생각은 한국의 기후 조건에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 여름에 익숙한 나는 2-3개월 정도만 고생하면 선선한 바람이 불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되는데, 이스라엘에서 도대체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매일이 힘겨운 싸움이었다.

그러다 긴 여름의 끝을 알리는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약속한 것도 아닌데 가족 모두가 밖으로 나와 환호하며 춤을 추었다. 아이들은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신나 한다. 이제 긴 여름이 끝났기 때문이다.

건조하고 뜨거운 남동풍
또 다른 중요한 바람은 아라비아 사막에서 불어오는 남동풍이다. 사막의 뜨겁고 건조한 기온이 이스라엘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러한 사막 열풍 중에 4-5월에 갑작스럽게 불어오는 것을 ‘함씬’이라고 한다. 한국의 황사와 비슷하게 모래를 가득 담고 1-2시간 만에 기온을 10도 이상 올려 영상 40도를 넘게 하는 뜨거운 사막 열풍이다.

사람들은 함씬이 찾아 오면 집의 모든 문들을 닫고 외출을 자제한다.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에 몸이 빠르게 적응하지 못해 병에 걸리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한다. 이 뜨거운 열풍이 불어오면 들에 핀 풀과 꽃이 시들게 된다.

성경에 보면 하나님이 홍해를 동풍으로 말리셨다고 표현한 구절이 있다.
“모세가 바다 위로 손을 내밀매 여호와께서 큰 동풍이 밤새도록 바닷물을 물러가게 하시니 물이 갈라져 바다가 마른 땅이 된지라”(출애굽기 14:21).

아라비아에서 불어오는 동풍이 홍해를 말릴 수 있을 만큼 고온 건조한 바람이라는 것을 이렇게 성경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이스라엘 날씨가 더워 좋은 점도 있다. 한 낮에 휴식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지키는 것은 아니지만, 오후 2-4시까지 집에서 쉬며 낮잠을 자는 quiet time을 가지곤 한다.

이 시간에 전화를 하거나 집을 방문하는 것은 큰 실례이다. 적지 않은 관공서나 은행들이 이 시간에 문들 닫기도 한다.

눈이 내리는 예루살렘
날씨와 관련해 흥미로운 것은 예루살렘에도 가끔씩 눈이 온다는 사실이다. 이스라엘의 기후 조건으로 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예루살렘이 해발 800m 정도에 위치하고 있기에 종종 눈이 오곤 한다.

2013년 1월에는 20년만에 10인치 가까이 되는 눈이 내려서 예루살렘이 눈세상이 된 적이 있기도 하다. 눈이 오면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는 눈을 보러 가는 차량들로 인해 극심한 정체를 겪기도 하고, 예루살렘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학교와 직장은 휴교와 휴업을 한다.

산 위에 세워진 도시이기에 비탈길이 많아 미끄러운 것이 이유이지만, 자주 볼 수 없는 눈 구경을 위해 학교와 직장 쯤 하루 정도 쉬는 것이다.

우리 가족도 이스라엘에 사는 동안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이 눈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얼마든지 이해가 된다. 한번은 가족 모두 겨울이 조금 지난 후 헐몬 산으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뜻밖에 그늘진 곳에 눈이 아직 다 녹지 않아 눈싸움도 하고 눈 썰매를 탔던 기억이 생생하다. 초라한 눈밭이었지만 그 어떤 것도 부럽지 않은 시간이었다.

이상기후-우리를 돌아볼 때
성경에 보면 하나님은 기후를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을 책망하기도 하시고, 반대로 축복하기도 하셨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기후는 단지 자연현상만이 아니었다. 하나님의 통치 수단의 일부였다.

고온 건조한 바람이 불고 비가 오지 않으면 모든 식물이 말라 버린다. 심판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하늘이 열리고 비가 쏟아지면 새 생명이 싹튼다. 축복의 시간이 찾아 온 것이다.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의 기후가 심상치 않다. 자연 현상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심각함이 너무 크다. 단순하게 신의 심판이다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제 우리 스스로를 돌아 보아야 할 시간되었다는 것이다. 기도하기는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