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땅 에레모스(Eremos), 팔복 넘친다!

사진<팔복기념교회>
무더운 여름날. 학교 다녀오자마자 산을 오른다. 시원한 바람 지나는 산 어귀 잠시 거친 숨 가다듬는다. 멀리 동리 골목 뛰노는 아이들 모습 눈 아래 들어온다. 새파란 고향 바다 역시 눈 아래 펼쳐진다. 바다 한 모금 가슴으로 삼키고 다시 발길 재촉한다. 하루 종일 고삐 나무에 묶인 채 뱅뱅 돌며 풀 뜯는 소 안타깝다. 하루 종일 내 얼굴 나타나기만 기다리는 소 생각에 헉헉대며 산길 오른다.

“오늘 무척 덥지?” 인사 건넨 후 머리 한번 쓰다듬고 고삐 풀어준다. 소는 자유로움 누리며 풀 뜯는다. 나는 높은 산허리에 자리 잡은 큰 바위 찾는다. 바위에 올라 두 손 펼친다. 진공청소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산 아래 바다로부터 달려온 시원한 바람 내 온몸 식힌다. 바위에 앉아 친구들과 놀이 즐긴다.

바위에 드러누워 책을 본다. 눈 아래 까마득히 펼쳐지는 세상 만화경 속 구경거리. 큰 세상 나의 두 눈 안에 들어온다. 개미처럼 길 오가는 사람들. 먼지 일으키며 비포장 길 달리는 차들. 얼마 전까지 공부하며 뛰놀던 텅 빈 학교 운동장. 섬들 사이사이 하얀 길 가르며 지나는 배들. 새소리 갈매기 소리.

반세기가 지난 오늘. 판타지 세상 에피소드 줄줄이 엮여있다. 이 모두 내 추억 속에 살아 숨 쉬는 무공해 생물들. 바위틈 석란처럼 내 가슴 둥지 튼 고산식물. 이 추억들 결코 늙지 아니한다. 어제 일처럼 언제든 만날 수 있다. 눈감으면 한 폭 수채화에 담을 수 있다.

그 산과 그 바위. 너그러운 아버지 품. 언제나 흐트러지지 않은 수문장 품세. 그 추억 속에서 내 마음 비운다. 팔 벌린다. 안아달라 부탁한다. 세상살이 고달픔 치유한다. 산을 오르면 산을 닮고 바다를 찾으면 바다를 닮는다. 산과 바다에 얽힌 나의 유년 시절 소중한 판타지 세상.

시공을 초월한 판타지 날갯짓 계속된다. 이스라엘 팔복산(The Mount of Beatitudes) 찾는다. 예수님 심취하신 풍광 팔복산. 그 산 아래 펼쳐지는 갈릴리 호수 두 눈에 담고 사랑하신 주님. 개미떼처럼 몰려오는 수많은 사람들 이 산에서 만나신다. 하늘나라 비밀 두루마리 펼쳐 말씀하신다. 산상보훈 이곳에서 태어난다(마태복음 5:1-7:28).

예루살렘에서 버스로 갈릴리 길 90번 따라 3시간 후 만나는 팔복산. 예수님 이 길 당나귀 타고 다니셨다. 자주 말씀 전하신 가버나움 회당에서 불과 3킬로미터. 갈릴리 바다 북서부 해변. 가버나움과 게네사렛 사이. 갈릴리 호수 위 155미터. 하지만 여전히 85미터 해수면 아래 자리한 산. 지중해 바다 이곳에 밀려오면 팔복산 물에 잠긴다. 낮은 자리 잡은 겸비한 산 팔복산.

정확한 산상설교 장소 성경 침묵한다. 혹자는 이곳에서 멀지 않은 아르벨산(Mount Arbel) 혹은 하틴 뿔산(The Horns of Hattin)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지난 1600년 이상 오늘의 장소로 믿고 있다. 다른 성지들과 달리 별다른 변화 없이 자리 지켜온 팔복산. 팔복산은 나이 들지 않는다. 이 산 오르면 예수님 발소리 더 가까이 들린다.

4세기 무렵 비잔틴 교회 이곳에 세운 뒤 무너진다. 주 후 1187년 3차 십자가군 운동 격투 이곳에 닥친다. 장수 살라딘(Saladin)과 무슬림 군대들이 팔복산 대승 거둔다. 그 후 천장 일부만 비잔틴 유적으로 전해온다.

2천 년 세월 절대 늙지 않았다. 오늘날 이 팔복산 영광 다시 만난다. 산자락 모여든 수많은 사람 다시 만난다. 그날 그 영광 믿음이 가는 곳 팔복산. 언덕 아래 펼쳐진 갈릴리 호수. 쏟아 붓는 은빛 햇살 온몸으로 받는다.

주님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 이 바다 깊숙이 담겼다. 갈릴리 은빛 바다 거울 들이대듯 팔복산 얼굴 비춘다. 갈릴리 호수 팔복을 담은 그릇. 그날 산상수훈 감동 햇살처럼 다시 뿜어낸다.

갈릴리 바다 결코 나이 들지 않는다. 팔복산 절대 늙지 않는다. 여전히 살아 그 영광 뿜어낸다. 팔복산 찾는 순례객들. 은혜 받지 못한 채 하산하는 사람 없다. 언덕 위 마련된 벤치에 앉는다. 눈 아래 펼쳐지는 갈릴리 호수 바라만 보아도 은혜 물결 밀려온다. 산 아래 펼쳐지는 짙은 색 야생화 찬양 소리 듣는다. 갈릴리 바다 검푸른 색 한 폭 수채화 밑그림. 갈릴리 바다 팔복산 천생연분 부부 연 맺었다.

프란시스파 천주교 수녀원이 운영하는 현재의 팔복산 기념교회. 빼어난 풍광 빼어난 기념교회. 1937-38년 건립한 이탈리아 건축가 안토니오 발루찌 작품(Antonio Barluzzi). 이탈리아 독재 극우파 베니토 무솔리니(Benito Mussolini) 그가 이 기념교회 큰 후원자. 참회의 선물이라 말할까? 2000년 3월 교황 요한 바울 2세 팔복산 대 미사 집전한다. 10만여 명 천주교 신자들 모인다. 산상보훈 그 영광 재현한다.

팔복산 기념교회. 이곳에 팔자 상징 넘친다. 팔각형 모습 교회 종탑 손잡고 하늘 나른다. 팔각정 교회라 부를까? 교회 안팎 모두 팔각형. 제단 위 여덟 개 스테인드글라스 윈도우. 여덟 가지 찬란한 은총 화려한 빛으로 팔각형 영감 연출한다. 여덟 개의 빛 줄기와 공기. 자연적 팔복 은혜 상징물. 앨러배스터(설화 석고)와 오닉스로 빚어진 호리호리한 아치 제단 둘러싸고 있다.

교회 바닥 눈여겨보라. 일곱 가지 덕목 새겨져 있다. 정의, 자선, 검약, 믿음, 인내, 소망, 금주. 1964년 방문한 교황 바울 6세 외투 이곳에 보존된다. 교회당 밖 정원 아름다운 옥외 집회 장소. 순례자들 군데군데 모여 예배 드린다. 정원 구석구석 짙은 색 단장한 꽃들 순례자 발길 반긴다.

팔복산. 히브리 명 ‘하르 하오셔’(Har HaOsher). 또 다른 이름 ‘에레모스 언덕’(Mount Eremos). 그리스어 ‘에레모스’ 그 의미 각별하다. ‘외로운 곳’.‘버려진 곳’.‘황량한 곳’.‘사람이 살지 않는 곳’. 에레모스, 사막이요 광야다. 사람 경작할 수 없는 땅. 사람들 버린 땅. 사람들 보호받을 수 없는 곳. 에레모스, 버림받은 땅이다.

에레모스 이야기 이어진다. 팔복산 아래 조금 내려가면 ‘씨 뿌리는 자의 포구(Sower’s Cove)’ 만난다. 오늘날 탑가(Tabgha)라 불리는 이곳. 여기서 ‘씨 뿌리는 자의 비유’ 탄생한다(마가복음 4:1-9). 온 세상 사람 마음 꿰뚫어 보듯 신기한 땅 만난다. 검은색 기름진 땅, 돌 투성이 돌밭, 그리고 엉겅퀴 가시투성이 가시밭 함께 공존하는 곳. 여기가 바로 씨 뿌리는 자의 포구.

팔복산 언덕에 서면 복이 철철 넘칠 정도 수많은 사건 달려온다. 팔복산 복덩이 사건들 허리에 두른 채 그 자리 지킨다. 놀랍지 아니한가! 버려진 땅 황무지 땅 에레모스. 주님 복된 땅으로 개간하신다. 외롭고 황량한 버림받은 땅 에레모스.

이곳에 황금 가루 가미한 설교 처방 뿌려진다. 가난한 산 부유해진다. 외로운 산 위로 받는다. 애통의 산 눈물 닦는다. 배고픈 산 만족한다. 설교 중의 설교 태어난다. 황무지가 옥토 된다. 에레모스 거듭난다. 이곳이 팔복산!

에레모스 기적 이어진다. 5천 명 굶주린 배 채워주신 오병이어 기적의 현장 팔복산 바로 코밑에서 만난다. 두 번째 거대한 식탁의 기적 팔복산 자락에서 가깝다. 이 팔복산 자락 숨겨져 있는 유일한 동굴과 폭포 있다.

에레모스 동굴 폭포. 어부들 여기서 그물 씻는다. 그물 씻던 야고보와 요한 여기서 만나셨다 추정한다. 부활 후 모든 나라 백성 제자 삼으라 말씀하신 파송 장소 이 팔복산에서 만난다(마태복음 28:16-20). 이곳이 팔복산!

팔복산 정상에 오르면 4마일 펼쳐진 기름진 게네사렛 평원 눈 아래 들어온다. 요세푸스, 그 기름진 평원 자연의 왕관이라 부른다. 풍수지리설 아니다. 하지만 이 팔복산 자연적 야외무대. 로마인들 건설한 로마식 야외무대 닮은 산. 음향 전문가들 실험한다. 팔복산 아래 포구에서 한 사람 외치면 7천여 명 사람들 들을 수 있는 야외무대 입증한다. 실제로 순례자들 복음서를 읽으며 실험한다. 이곳이 팔복산!

살면서 지친 영혼. 평화로움 원하는가? 팔복산 만나라. 버림받은 땅 에레모스. 복과 상관없는 땅 에레모스.“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 다 내게로 오라.”주님께서 외치신다. 혁명으로 세상을 바꾸려 주먹 불끈 쥔 손들. 권위 쟁탈 투쟁 꾀하던 에레모스 무리들. 주님 말씀 가슴으로 받아 들인다. 에레모스 무리들, 가슴 젖힌다. 팔 벌린다.

심령 가난한 자 하늘 나라 소유할 것이다. 애통하는 자 위로 받을 것이다. 온유한 자 결국 땅을 받을 것이다. 정의를 애타게 찾는 자 만족할 것이다. 자비스런 자 자비 되돌려 받을 것이다. 마음 깨끗한 자 하나님 만날 것이다. 평화 만드는 자 하나님 자녀로 임명 받을 것이다. 하나님 나라 위해 일하다 고충 당하는 자 하나님 나라 등기 본 받을 것이다.

출처: www.bibleplaces.com. www.seetheholyland.net. https://en.wikipedia.org. www.tripadvisor.co.uk. www.holyland-pilgrimage.org. www.biblestudy.org. www.biblestudytoo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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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문찬
문문찬 목사는 1984년 한국 감리교회 선교사로 영국 도착 후 미래 목회 위해 선교 훈련, 종교철학, 교육학, 선교신학 등 수학 후 웨일즈대학에서 박사학위 수여. 필리핀, 호주, 슬로바키아 등에서 목회 및 선교. 오늘까지 영국 감리교회를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