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의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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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드온과 들릴라는 마침내 결혼을 약속했다. 성년이 된 갈매기는 서로 원하기만 하면 언제나 결혼할 수 있다. 기드온은 하루라도 빨리 결혼하고 싶었다. 그는 들릴라의 모든 것이 좋았다. 심지어 도도한 성격조차 매력으로 느껴졌다.

기드온은 예수를 만난 들릴라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 그녀의 도도한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들릴라의 콧대가 높았기에 갈매기를 부정한 동물이라고 규정한 율법에 유난히 더 반발했던 것이고, 그래서 부정한 나병 환자에게 선뜻 손을 내민 예수에게도 더 각별한 호감을 갖게 된 것이라고 여겼다.

기드온으로선 무엇보다 들릴라가 요나와 바나바를 대하는 태도를 바꾼 것이 기뻤다. 둘은 의논 끝에 결혼식을 두 친구 앞에서 올리기로 했다.

그 계획을 기드온이 전하자 요나와 바나바는 신이 나서 당장 축하 선물을 준비했다. 호수 속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형형색색의 수초들을 일일이 입으로 뜯어내 동그랗게 목걸이를 만든 뒤 삼총사가 모이는 만남의 광장 바위틈에 몰래 숨겨두었다.

결혼식 날. 신랑신부를 기다리는 그들의 마음은 몹시 들떠있었다.
‘내 결혼식도 아닌데 왜 이렇게 떨리지?’

요나도, 바나바도 어느덧 결혼할 나이가 된 탓에 사실 결혼은 그들의 공동 관심사이기도 하였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하늘 저편에서 두 점이 나타나더니 단숨에 호수 쪽으로 다가왔다. 세상에서 제일 멋진 신랑과 세상에서 제일 예쁜 신부.

눈부시게 하얀 두마리의 갈매기가 양쪽으로 날개를 쭉 펼치고선 떠받드는 공기의 시중을 받으며 사뿐히 내려와 바위 위에 앉았다.

들릴라는 부끄러운 듯 전에 없이 다소곳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평소와 달리 얌전을 빼는 통에 바나바가 킥킥, 작은 웃음을 흘리자 당황한 요나가 험험, 헛기침을 해댔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축하해. 잘 살아~ 예쁜 신부를 위해 호수밑 세계의 선물을 준비했어.”

요나와 바나바가 바위 틈에 숨겨둔 수초 꽃목걸이를 꺼내 각각 입에 물고 양옆으로 벌려주자 눈치빠른 들릴라가 얼른 고개를 숙여 목을 쑥 집어넣었다.
“아!”

모두 탄성을 질렀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예쁠 줄은 몰랐다. 기드온은 밀려오는 행복감에 겨워 입을 다물지 못했다.
“끼룩! 끼룩!”

노랜지 함성인지, 목청높여 기쁨을 표현하는 기드온의 들뜬 소리가 하늘로 퍼져갔다. 이제 결혼식은 하이라이트에 이르렀다. 기드온이 나설 차례다. 구애하는 신랑의 춤이 펼쳐졌다. 그는 신부 앞에 머리를 낮춰 연신 조아리며 주위를 뱅뱅 돈다.

“기드온이 뭐 잘못한 게 있나? 왜 저리 머리를 못들어?”
“그게 아냐. 저건 갈매기 신랑이 신부에게 최고의 예로 인사하는 거래. 평생 저렇게 머리숙여 섬기겠단 사랑의 표현인가봐.”

바나바의 궁금증에 요나가 얼마전 기드온에게서 들은 말로 답해줬다. 결혼식의 끝맺음은 신랑신부의 입맞춤이었다.
기드온의 청혼을 들릴라가 받아들인 표로 부리를 내밀자 기드온이 떨리는 마음으로 다가와 가만히 부리를 맞대었다. 하나됨의 시작이었다.

서로를 향한 둘의 마음이 포개진 부리 위에서 하나가 되자 향긋한 사랑의 내음이 피어올랐다. 곁에서 지켜보던 요나와 바나바도 금세 얼굴이 달아올라 짐짓 물을 첨벙거리며 박수를 쳤다.

요나는 들릴라에게 꼭 주고싶은 선물이 하나 있었다.
“들릴라! 어른들이 그러시는데, 들릴라는 삼손을 유혹했던 블레셋 여인의 이름이래. 그 이름말고 다른 이름을 선물하고 싶어. 넌 예수를 만나고 확 바뀌었잖아. 그래서 말인데, 이스라엘의 사사였던 존귀한 여인의 이름, 드보라가 어떠니?”
“우와, 드보라! 근데 내가 그 이름에 어울리긴 할까?”
“염려마, 앞으로 그렇게 살면 되니까.”

바나바가 끼어들어 시원시원하게 대꾸하자 들릴라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어! 난 이제부터 들릴라가 아니야. 드보라로 살거야~”

이름이 바뀐 것은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뜻했다. 요나가 틸라피아의 인사말을 전했다.
“암눈, 드보라! 암눈은 틸라피아 말로 서로를 돌본다는 뜻이야. 이 암눈 인사로 널 축복할께. 너도 이제부턴 삼총사야. 부부는 한몸이니 네가 기드온에 더해져도 여전히 삼총사인 거지? 우리 서로서로 돕는 삶을 살자~”

자기도 삼총사란 말에 드보라는 어느새 이들 물고기와 가족이 된 느낌이 들었다. 새삼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녀도 날아갈 듯 경쾌한 목소리로 화답했다.

“그렇고말고. 나도 앞으로 삼총사야. 서로서로 돌보며 살자. 암눈!”
“하하하”
“히히히”
“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