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한 방울

늦은 가을이면 철새들이 남쪽나라로 이동한다. 철새 중에 제비는 따뜻한 남쪽나라를 선택한다. 남쪽 행 마지막 대열에서 이탈한 제비 한 마리가 지붕 위를 기웃기웃한다. 어둠이 내리는 거리를 살핀다.

오늘밤은 어디서 잠을 잘까? 하늘을 올려보니 오늘 밤은 무서리도 내리 겠는걸. 따뜻한 잠자리를 찾아 보아야지. 도심을 가로 질러 광장 쪽을 날아 본다.

도시의 광장 제법 높은 곳의 동상이 눈에 들어 온다. 아하, 행복한 왕자님의 동상이구나. 왕자님의 몸은 황금으로 씌워 졌다. 왕자님은 사파이어 눈을 가졌다. 손에는 빨간 루비로 장식된 긴 칼이 들려 있다.

동상의 발 밑에서 하룻밤을 자야겠다. 내일 아침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남쪽으로 날아 가야 한다. 왕자님, 오늘 밤은 왕자님의 발 밑에서 하루 밤을 신세 질게요. 잠자리를 정한 제비는 가까스로 잠이 든다. 얼마나 잤을까? 날개 위로 무언가 뚝뚝 떨어진다.

비가 오나 보다. 위를 올려다 본 제비는 깜짝 놀란다. 왕자님이 울고 있다. 그 물방울은 왕자님의 눈물이다. 왕자님, 이 밤에 주무시지 않고 왜 울고 계신가요?

제비야, 내가 궁전 안에 살 때는 슬픔을 몰랐단다. 이곳에 서서 시가지를 내려다보니 불쌍한 사람이 너무 많구나. 슬픔이 내 눈에 많이 들어 온다. 시가지 변두리의 낡은 집에 사는 병든 아이가 넘 불쌍하다. 내일 아침에 병든 소년에게 내 루비를 전해 주겠니.
제비는 왕자님의 부탁대로 병든 소년에게 루비를 전해 준다.

루비를 전하고 돌아 온 제비에게 다음 일을 부탁한다. 추위와 굶주림을 이기면서 글을 쓰는 젊은이가 있단다. 내 눈의 사파이어를 빼서 전해 주렴. 한 번의 심부름이 두 번 세 번이 된다. 불쌍한 사람을 돕는 왕자님의 간청을 들어 주면서 제비는 남쪽나라로 갈 생각을 접는다.

제비의 눈에도 불쌍한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심부름을 다녀온 제비는 불쌍한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을 전한다. 왕자님은 그때마다 자신의 몸에서 황금을 떼어서 그들에게 갖다 주라고 한다. 왕자님, 날씨가 넘넘 추워요. 그런데 마음은 참 따뜻해요. 그건 네가 착한 일을 했기 때문이다. 제비는 장님이 되고 황금 옷을 벗은 왕자님의 곁을 떠날 수가 없었다.

며칠이 지나자 황금빛으로 찬란하던 동상은 점차 잿빛으로 변한다. 도시에 첫눈이 내린다. 추위를 견디지 못한 제비는 죽어서 왕자님의 발 밑에 떨어진다. 그 순간 납으로 만든 왕자님의 심장도 쨍 깨져 버린다.

다음날 사람들은 흉측한 모습의 왕자님 동상을 용광로에 넣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심장은 녹지를 않는다. 녹지 않은 심장은 꺼내서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곳에는 죽은 제비도 버려져 있었다. 도시의 사람들에게서 왕자와 제비에 대한 기억이 점차 희미해진다.

어느 날 하나님께서 천사에게 명령을 내리신다. 저 아래 도시에 내려 가서 가장 아름답고 귀한 것을 두 가지만 찾아 오너라.

며칠 후에 천사들이 돌아 왔다. 그들이 가져 온 것은 쓰레기통에 버려진 왕자님의 심장과 죽은 제비의 시체였다(아일랜드에 전해지는 행복한 왕자의 이야기에서).

월드사랑의 임원으로 섬기는 ㄱ 집사가 마닐라에서 보내온 메시지이다. 그는 지난 4월 하순에 필리핀 마닐라와 캄보디아의 프놈펜에 입성하여 4주간 단기 선교 차 현지에 머물고 있다.

1차의 사랑의 선물을 나눈 곳은 마닐라의 도시 외곽의 빈민가이다. 얼굴이 가무잡잡하고 깡마른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쾡한 눈망울이 눈앞에 삼삼하다. 먹거리 빵 하나를 받으려고 뙤약볕에 길게 줄지어선 행렬이 가슴에 짠하다. 쌀 한 포 받으려고 갓난아기를 가슴에 안고 십 리는 걸어 왔을 젊은 아낙네가 눈앞에 밟힌다.

눈물이 글썽인다. 가슴이 먹먹해 온다. 가난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모든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부모를 잘 못 만나면 자식들이 +고생한다. 국민들도 지도자를 잘 못 만나면 저렇게 + 고생을 한다. 어느나라 어느국민에게도 가난은 + 고생 일 수 밖에 없다.

하나님께서 인간생활에 주신 3대 축복은 의, 식, 주이다. 어느 하나도 만족하지 못하니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한국의 60년대에도 보릿고개가 있었다. 1년간 지어서 겨우내 먹던 양식은 5월이 오기 전에 동이 난다. 보리 수확 전에는 먹을 것이 없다. 집집마다 굶어 허기진 백성들이 넘친다. 한국의 근 현대사는 이렇게 가난의 굴곡진 역사였다.

얼마 전에 타계한 태국의 국왕이 있다. 먹고 살기 힘든 백성들이 돈이 된다는 아편재배에 빠진다. 이대로 두면 나라가 망한다. 그래서 아편재배를 금지하는 대신에 커피재배의 길을 열어 주었다. 이후로 태국의 산간지역에는 아편재배가 사라진다.

귀를 막고 가난한 자가 부르짖는 소리를 듣지 아니하면 자기가 부르짖을 때에도 들을 자가 없으리라(잠언21: 13)는 잠언기자의 외침이 잔잔히 가슴 속에 스며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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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만
춘천교대와 단국대 사범대 졸업. 26년 간 교사. 예장(합동)에서 뉴질랜드 선교사로 파송 받아 밀알선교단 4-6대 단장으로 13년째 섬기며, 월드 사랑의선물나눔운동에서 정부의 보조와 지원이 닿지 않는 가정 및 작은 공동체에 후원의 손길 펴면서 지난해 1월부터 5메콩.어린이돕기로 캄보디아와 미얀마를 후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