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가렸던 장막을 활짝 열어 제친 듯 해맑은 날씨가 펼쳐졌다. 이름 모를 청년의 한마디 명에 일제히 숨을 죽이며 입다물고 있던 호수는 간밤의 일을 수다 떨고 싶은지 곳곳에서 반짝거리고 있었다.
요나도 그랬다. 입이 근질거려 삼총사 친구들을 어서 만나고 싶었다. 서둘러 만남의 광장인 돌밭으로 가보니 이미 기드온과 바나바가 와있었다. 두 친구도 간밤의 일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기야 어찌 모를 수가 있을까? 호수에 몰아친 광풍이 언제 그처럼 한 순간에 뚝 그친 적이 있었던가? 소문은 삽시간에 호수 전역으로 퍼져나갔었다.
기드온과 바나바는 요나가 어젯밤 바로 그 현장에 있었다고 말하자 후끈 몸이 달았다. 소문과 체험은 격이 다르다. 어서 자세히 얘기해달라며 치근거렸다. 요나는 몸짓 연기를 섞어가며 이름 모를 청년에 대해 설명하다가 문득 둘에게 그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지 물었다. 역시나 여기저기를 많이 돌아다닌 갈매기 기드온이 뭔가를 알고 있었다.
“그는 예수란 자야.”
“예수?”
“응, 듣자 하니 베드로까지 그물을 내팽개치고 그의 제자가 되었다더군.”
“그, 그래?”
어부 중의 어부라는 베드로가 고기잡이 인생을 접고 그의 제자가 되었다면 이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지금 예수는 어디 있을까?”
“호수 건너 거라사라는 곳에 있어. 내가 오기 전 그들 일행을 봤거든. 잠깐 거기 다녀올게. 하도 예수, 예수 하니까 갑자기 궁금해지네.”
그 말을 내던지고 갈매기 기드온은 부리나케 하늘로 날아올랐다. 요나와 바나바은 기드온이 사라진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딱히 할 일도 없어 잠시 주위를 맴돌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 저편에서 까만 점 하나가 나타나더니 그들 쪽으로 쏜살같이 날라오는 것이었다. 다름아닌 기드온이었다. 그는 매우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빠, 빠, 빠, 빨리 피해!”
그 순간, 물이 부르르 떨리는 세찬 진동이 느껴지더니 거라사쪽 비탈길에서 수많은 돼지 떼가 두두두 소리를 내며 호수가로 치닫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게 대체 뭐야?”
둘은 기겁을 했다. 몸이 얼어붙어 꼼짝을 할 수 없었다. 돼지 떼는 호수 앞에서도 전혀 속도를 멈추지 않고 전속력으로 물 속까지 밀고 들어왔다.
앞선 돼지가 물에 첨벙 뛰어들자 뒤따르던 놈이 그 녀석의 등을 밟고 도움닫기 하듯 점프하였고 다시 그 녀석을 그 뒤편의 돼지가 발로 밟고 뛰어넘었다. 호수는 온통 돼지천지가 되어버렸다.
물 속에 빠진 돼지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미친 듯이 네발을 허우적거렸다. 아차, 하다 그 틈에 끼어든 물고기들은 돼지다리에 이리저리 부딪쳐 툭툭 튕겨나갔다.
그때였다. 정신 줄을 놓고 있던 요나의 눈에 언뜻 빨간 줄을 입에 문 무당 틸라피아의 모습이 보였다.
무당 뒤엔 그가 또 선동하여 불러모았는지, 꽤 많은 틸라피아 무리가 구경꾼처럼 둘러서있었다.
난리통을 빠져 나와 한 켠에 피해있는 요나와 바나바에게 기드온이 날라왔다.
“이번에도 예수야!”
“대체 무슨 일이야?”
눈이 동그래져 되묻는 요나에게 기드온이 대답했다.
“예수가 또 기이한 일을 일으켰어.”
“기이한 일?”
“예수가 군대 귀신이 들린 광인에게서 귀신을 몽땅 내쫓았대. 쫓겨난 귀신들이 갈 데가 없으니 2천마리나 되는 돼지 떼에게 들어가 버렸나 봐. 그 바람에 돼지들이 모두 미쳐 저리 물로 곤두박질친 거래.”
“뭐야, 어젠 광풍, 오늘은 군대귀신? 어째서 바람이든 귀신이든 예수 앞에선 모두 꼼짝 못하는 거지?”
예수를 알고픈 요나의 궁금증이 더욱 깊어질 무렵, 참으로 기괴한 일이 그의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수많은 돼지들이 익사한 채 축 늘어져있는데, 그들 속에서 해파리같이 생긴 희끄무레한 형체들이 소리 없이 빠져 나와 주변에 몰려있는 틸라피아 속으로 스스륵 들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 장면을 본 요나가 깜짝 놀라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앗, 저게 뭐지?”
무당 틸라피아와 백 마리를 훨씬 넘는 틸라피아 무리는 자기 속으로 뭔가 이상한 기운이 쑤욱 밀고 들어오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을 한번 크게 치켜 떴다가 이내 게슴츠레 내리깔았는데, 웬일인지 그들의 눈마다 스산한 귀기가 감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