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의 생활을 마치며

0
55

약2달 반 가량의 캄보디아서에서의 생활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지만 결국 내가 떠나는 날이 왔다. 마음 같아선 정말 계속 있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한 곳에 계속 머무는 건 내가 gap year를 시작한 목적과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것을 느꼈다. 캄보디아 생활을 하며 가장 크게 느낀 것 중 하나는 나의 교만함이었다. 오기 전엔 이런 마음이 있었다.‘하나님이 보내시면 어디든 갈 수 있지, 살 수 있지’.

하지만 그건 나의 큰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은 것 같다. 환경적인 요소는 주님의 힘으로 쉽게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환경적인 요소가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밖에서 3분만 걸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더위와 먼지는 나를 금방 지치게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너무 피곤했고 밖에 나가는 게 귀찮았다. 더우니까 사람이 게을러지고 쉽게 짜증이 났다.

캄보디아 사람들이 아침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잠자리에 들지만 어떤 일을 처리하는 데에 있어서 게으르다고 생각했는데 문화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날씨 탓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벌레와 개미떼들은 나를 기겁하게 했고 세탁기를 돌릴 수 없어 매일 손빨래를 해야 했다. 이런 부분은 익숙해질래야 익숙해 질 수 없었다.

극심한 건기 때는 나가 계신다는 선교사님들이 처음엔 솔직히 좀 비겁하단 생각이 들었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갈 때가 없는데 본인들은 그렇게 편하게 사역하나? 하지만 지내면서 왜 그러는지 이해가 갔고 몸을 지키며 사역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또 하나 느낀 점은 선교지는 따로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삶이 선교지라고 자주 얘기하곤 한다. 하지만 이번에 정말 뼈저리게 느낀 것 같다.

첫 몇 주는 다른 곳에서 산다는 느낌이 강해 여행 온 것 같고 낭만적인 느낌이었다. 모든 게 좋고 신기하고 얘깃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곳은 그냥 내가 사는 곳이 되었고 나의 daily life가 되면서 더 이상 매일이 특별하지 않게 되었다.

뉴질랜드에서도 특별한 날이 아닌 이상 매일매일이 똑같았고 뭔가 특별한 일이 있었으면 했다. 캄보디아의 매일매일도 내가 뭔가 노력하지 않으면 그저 어제와 같은 일상이었다.

두 달 안에 내가 그 동네를 다 봤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동네의 새로운 곳을 찾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마치 뉴질랜드에 있을 때에도 쉬는 날 새로운 예쁜 카페를 찾아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게 굉장히 특별한 것처럼 모든 것이 특별했던 캄보디아의 생활은 하나씩 특별한 것을 찾아야 하는 익숙함으로 변해갔다.

무언가에 익숙해진다는 건 나쁜 건 아니지만 그만큼 감사함을 잃게 되는 것 같다. 마치 우리가 가까운 사람들의 소중함을 잊고 살다가 그들이 떠났을 때 비로소 느끼게 되는 것처럼.

예전엔 화내지 않고 넘어갈 수 있던 외국인을 향한 무례함(대부분 캄보디아 사람들은 외국인에게 호의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어디나 있듯이 가끔 아주 무례한 사람이 있었다), 평생 잘 지낼 수 있었을 것만 같았던 이레 친구들과의 오해 등은 내가 캄보디아에서의 삶이 정말 나의 매일이 되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사람이 모인 곳이라 오래 같이 있으면 어느 문제든 생기기 마련이고 예전엔 보지 못했던 모습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알면서도 그런 부분을 대할 때에 마음이 힘들고 좌절하거나 실망하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대방의 연약한 부분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 그 사람과 가까워 지는 방법이면서도 동시에 서로가 마음을 다치게 되기도 한다.

단기선교로 왔을 땐 항상 웃음이 넘치시던 선교사님도 매일 웃음이 넘치기만 하실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게 우리의 삶이었다. 멀리서 볼 땐 안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완벽에서 너무나 먼 우리의 모습들.

뉴질랜드와 캄보디아에서 내가 힘들고 시험 드는 상황은 분명히 달랐지만 그 안에 있는 우리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다시 그렇게 오랫동안 살라고 하면 살 수 있을까 싶다.

언제 살았나 싶을 정도로 꿈같기도 하고 벌써 1년이 넘게 지났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힘들기도 했지만 분명한 건 내 인생에 가장 특별한 기억 중 하나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