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버 D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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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동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던 영화 ‘덩케르크’를 아시는지 모르겠다. 그 유명한 ‘인셉션’과 ‘인터스텔라’를 만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첫 전쟁영화여서 더 인기를 끌었던 영화였다.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게 고립되어 있던 영국군과 연합군들을 구하는 ‘덩케르크 탈출 작전’ 곧 ‘다이나모 작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쩌다 보니 영화 소개가 되었는데, 사실은 이 영화에서 얘기하는 탈출 작전의 목적지, 도버 해협의 도시 ‘도버’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최남단 도시 ‘도버’
말 그대로 도버는 섬나라 영국의 제일 최남단에 자리하고 있다. 가장 최남단 인지라 이 도시는 프랑스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이다. 내가 갔던 날은 날씨가 흐려 보이지 않았지만, 날씨가 정말 좋은 날에는 바닷가에 섰을 때, 반대편 프랑스의 땅이 보인다고. 심지어는 차가 다니는 것과 가로등 불빛까지 훤히 보인다고 한다.

영화 얘기를 하고 나니, 그렇다면 반대편에 보이는 도시는 덩케르크겠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도버에서 보이는 가장 가까운 프랑스 땅은 프랑스 ‘칼레’이다. 겨우 34km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덩케르크는 칼레보다 좀 더 위에 자리하고 있다. 옛날, 도버는 역사적으로 거의 영국을 대표했다고 한다. 가까운 거리 덕분에 도버는 영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무역항으로 엄청나게 분주한 항구 도시였고, 오랜 시절부터 바다 건너 침략자들을 막아오던 곳이었다고 한다.

사실 현재에도 도버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페리 항구로 통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도버에서 배로 프랑스까지 건너가곤 하는데, 아직 타본 적은 없지만 한번쯤은 배로 유럽 대륙에 닿아보고 싶기도 하다.

또 한가지는 본인의 차를 배로 싣고 간다는 점! 사람만 태우는 배가 아니라, 자신의 차도 가지고 유럽대륙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한다. 영국은 유럽대륙의 나라들과 방향이 반대인지라 헷갈리지 않고 운전이 가능한지는 나 또한 궁금하다!

중요한 요새, 도버 성
도버에는 아름다운 성이 있는데, 늘 영국에서 둘러봐야 하는 성 중에 하나로 꼽힌다. 이유인즉슨, 로마시대부터 중세시대, 그리고 2차세계대전 당시의 모습까지도 잘 유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도버 성은 거의 천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도버 성은 12세기에 요새로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도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덕분에 성에 들어가니 항구와 바다, 그리고 도시 전체를 바라볼 수 있었다.

정말이지 옛날 중세 시대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보존이 잘 되어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좀 칙칙해 보일 수 있고, 작아 보이는 것 같지만 늘 보이는게 다가 아니라고 얘기하듯이 생각보다 둘러보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성이라고 하니 어딘가 윈저 성이나 리즈 성처럼 아름다운 성다운 성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도버 성은 요새인지라 아픈 역사를 더 많이 간직한 성이라고 할 수 있다.

신기했던 것이 도버 성에 입장하자마자 나를 반기던 것은 쇠문이었는데,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사용하던 비밀 터널들이라고 했다. 하나는 해군 본부이자 작전을 세우던 곳이었고, 다른 하나는 병원이었다.

둘 다 투어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고 사진 촬영은 금지인데다 워낙 넓었던 터라 하나하나 구석구석 다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한가지는 가이드가 해주었던 말 중에 흥미로웠던 것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도버라는 도시 자체를 불바다로 만들 만큼의 폭탄이 떨어졌지만 특이하게 도버 성만 그 폭탄을 피했다는 것이었다.

성에 발이 달린 것도 아닌데‘어떻게 가능했을까’라는 질문은 모두에게 있었지만 아직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가장 유력한 설은 도버 성이 워낙 군사적으로도 좋은 위치와 요새로써의 탄탄함을 가지고 있어 아마 영국에 상륙하면 가장 먼저 차지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워낙 역사가 오래된 성이자, 아름다운 풍경을 가지고 있으니 더더욱 차지하고 싶었을 것 같다.

내가 여태껏 다녀보았던 영국의 성들 중에 가장 역사가 뜻 깊은 곳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는 그 도버 성이 어딘가 외롭기도 하고 옛날을 회상하는 어느 노인의 모습 같았다고나 할까.

도버의 하얀 절벽
영국의 ‘하얀 절벽’이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브라이튼에 있는 ‘세븐 시스터즈’을 떠올린다. 하지만 도버의 하얀 절벽 또한 정말 너무 아름답다는 것이다.

White Cliffs of Dover라고 불리는 이 하얀 절벽들 또한 역사적인 방어벽으로 통한다고 한다(도버는 역사의 도시가 맞는 것 같다). 비행기가 없던 시절에는 도버 해협 횡단이 유일하게 영국과 유럽을 이어주는 통로였기 때문에이 절벽들은 영국에서의 시간을 마치고 유럽을 향한 배를 타기 위해서 나가는 사람들이 가장 마지막으로 바라보는 영국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도 마지막으로 장식하기에는 최고인 것 같다. 원래는 세븐 시스터즈 처럼 더욱 가까이, 직접 눈앞에서 볼 수 있지만 내가 갔던 날은 날씨가 너무 좋지 않아 차마 백악절벽까지는 가지 못했다. 다만 아까 소개했던 도버 성에서 보았는데, 날씨가 흐려도 아니 날씨가 흐리니 더욱 잘 빛나던 절벽이 훨씬 아름다웠던 것 같다.

도버는 내게 또 다른 역사의 현장에 서 있게 해주었다. 도버에서 바라본 해안은 사실 집을 연상케 하기도 했는데, 그만큼 흐린 날씨에서도 좋은 여행이었던 것 같다.

혹여나 누군가가 런던에 오게 된다면, 나는 꼭 추천할 것이다. 영국의 열쇠라고 불리는 ‘도버’라는 항구 도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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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민
12살 때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로 이민, 오클랜드대학교 유아교육과 졸업, 킹스크로스교회 출석, 런던에서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다. 20대에 처음으로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적응해가면서 보고 느낀 많은 것들을 나누고, 영국이란 나라, 런던이란 도시는 어떤 곳인지 조금이나마 소개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