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대신 유월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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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대인의 유월절 행사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에 있다. 사도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없으면 우리의 신앙도 믿음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말함으로(고린도전서 15:14) 부활이 기독교 신앙의 핵심임을 강조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부활절은 그래서 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절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에 있는 동안 우리 가족은 메시아닉 유대인(Messianic Jew, 유대 기독교인)들이 모이는 교회에 출석하였다. 교회가 갈멜산 근처에 있었는데 성경의 배경이 되었던 땅에서, 성경에 등장하는 유대인들과 함께, 성경의 언어인 히브리어로 예수님을 예배하는 것은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마치 2000년 전 성경 이야기 속에 내가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 정도라고 할까. 그 색다름은 매주 토요일에 예배를 드리는 것으로 더해졌다. 이스라엘은 지금도 토요일이 안식일이고 휴일이며 일요일은 평일이기 때문이다.

새해가 되어 봄을 맞이하고 부활주일이 가까워지면서 깜짝 놀랄만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메시아닉 유대인들은 부활주일을 지키지 않고 대신 유월절을 지킨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도 예수님의 부활을 믿고 예수님을 구세주로 고백하지만, 부활절 대신 유월절을 지킨다는 사실은 상당히 큰 충격이 되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3,500년 동안 유지된 유월절
유월절은 약 3,500년이나 유지되어온 유대인 최대 명절이다. 유대력으로 니싼월 15일에 시작하여 7일 동안 지속되는데, 첫째 날과 둘째 날 그리고 마지막 날은 보통 휴일이고, 그 중간 날들은 주로 오전시간에만 일을 한다. 유월절은 부활절과 시기적으로 비슷한 때에 겹쳐 있는데, 예수님께서 유월절이 끝나는 안식 후 첫 날에 부활하셨기 때문이다.

유월절에 먹는 음식

유월절이 시작되면 유대인 가족은 집안을 아주 깔끔히 청소한다. 유월절 기간 동안 누룩이 없는 무교병을 먹어야 한다는 성경의 기록에 따라, 집안에 있는 누룩이 들어간 음식을 모두 제거하기 위해서이다. 어머니는 부엌에서, 아이들은 자기 방에서 마치 이를 잡듯 누룩이 들어간 빵이나 과자 부스러기를 찾아 낸다. 이렇게 수거된 음식은 유월절이 시작 되기 전 모두 불태워 없애야 한다.

이방인에게 유월절의 진풍경은 슈퍼마켓에서 볼 수 있다. 슈퍼마켓 물건의 절반 정도가 천으로 덥혀지고 그 물건들은 유월절 기간에 살 수 없게 된다. 누룩이 들어간 제품들이기 때문이다. 누룩으로 부풀려진 빵을 미리 사 놓지 않으면 누룩이 들어가지 않아 부풀려 지지도 않고 맛도 없는 맛짜(유월절에 먹는 무교병)만 먹으며 일주일을 버텨야 한다.


지금의 유월절 무교병 맛짜

한번은 유월절 기간에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게 되었다. 평상시에도 고기와 유제품을 함께 섞어 먹지 않는 유대인 식사 법에 따라 햄버거에 치즈가 들어가지 않는데, 유월절에는 누룩이 들어가지 않은 납작한 빵으로 햄버거를 만들어 준다. 치즈도 없고 누룩도 들어가지 않아 납작한 빵으로 만들어진 햄버거를 받아 든 순간 급격한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 왔다.

왜 부활절 대신 유월절을?
왜 유대인들은 부활절 대신 유월절을 지킬까? 이스라엘에 있는 동안 그 이유를 두 가기로 생각해 보았다.

첫 번째는 그들이 경험했던 특별한 성경의 역사 때문이다. 하나님은 이집트에서 노예로 살아가고 있던 유대인들을 구원하심으로 그들의 구원자가 되셨다. 이방인들이 경험할 수 없었던 유대인만의 특별한 역사적 경험인 것이다.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구원을 그렇게 경험했고, 구약의 명령에 따라 지금도 그 구원의 역사를 유월절을 통하여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세속 역사 속에서 유대인들이 견뎌내야 했던 고통스러운 핍박 때문이기도 하다. 메시아닉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크리스천(Christian)이라 불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고, 메시아닉 유대인(Messianic Jews)으로 불려지길 원한다. 교회를 영어로 표현할 때도 Church라 말하지 않고, Messianic Congregation(메시아닉 회중)이라 말한다. 예수님을 메시아로 믿는 회중이란 뜻이다.

유대인들이 크리스천과 교회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교회와 크리스천이 행했던 유대인에 대한 핍박 때문이다. 유대인들에게 교회는 유대인을 핍박하는 기관이었고, 크리스천들은 핍박을 주도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단어를 사용하기도 어렵고, 사용하고 싶지도 않은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교회와 크리스천에게 가장 중요한 절기인 부활절을 자신들의 절기로 수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유대인과 고리대금업
좀 다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이스라엘에 있는 동안 왜 유대인들이 고리대금업을 하게 되었는지 유대인의 관점에서 알게 되었다.

주후 313년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종교로 공인된 이후 중세에 이르기 까지 기독교(카톨릭)가 가장 중요한 사회적 종교가 되었다. 기독교인들은 유대인을 예수님을 죽인 자들로 인식했고, 결과적으로 모든 농업과 사업에서 그들을 배척하게 된다.

유대인에게 생계를 이어갈 일거리를 찾는 것은 점점 어려워져 갔다. 그러던 중, 기독교인들이 손 대지 않는 사업이 있다는 것을 유대인들이 발견하게 된다. 돈을 빌려 주고 이자를 받는 소위 고리대금업이다.

기독교 신앙이 보편적인 사회 속에서 모든 사람이 신앙 안에서 형제가 되었기에 형제에게 이자를 받으며 돈을 빌려 주면 안된다는 구약의 말씀(레위기 25:35-37)에 따라 기독교인들은 고리대금업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같은 혈통을 가진 유대인을 제외하곤 형제가 아닌 이방인이기에 돈을 빌려 주고 이자를 받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였다. 고리대금업은 기독교가 보편적인 사회 속에서 유대인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했던 직업이었다는 것이다.

다시 유대주의로?
메시아닉 유대인들처럼 예배를 드리는 비유대인들을 가끔씩 만나곤 한다. 유대인이 아님에도 토요일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유대인의 절기를 지키며, 유대인들의 찬양을 부르고, 심지어 부활절 대신 유월절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더 성경적이고, 더 근본적인 신앙인 것처럼 자신들의 신앙을 소개하고 강조한다.

그러나 조심해야 할 것은, 유대인에게는 유대인만의 역사적 특수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이해 없이 그들의 신앙을 따라가는 것은 자칫 위험하기까지 하다.

유대 신앙은 실패했고, 우리 모두는 이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구원을 받게 되었다. 다시 유대 전통을 받아 들이려는 신앙 운동은 결코 더 본질적이거나 근본적인 것이 아니다. 도리어 이방인을 통하여 하나님의 구원의 풍성함을 드러낸 하나님의 구원계획을 잘못 이해하는 오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