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파도도 순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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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물로 도망쳤던 물고기떼가 이름 모를 청년의 한마디로 인해 대량 포획되자 갈릴리 물고기들은 큰 충격에 빠져들었다.

가장 큰 슬픔에 빠진 무리는 직격탄을 맞은 틸라피아였다. 수많은 가족과 친구들을 한 순간에 잃고만 비극을 어찌 말로 다할 수 있을까.

혼돈과 비애가 채 가시지 않은 어느 날, 틸라피아 중에 댕기같이 생긴 빨간색 끈을 입에 물고 푸닥거리를 해대는 녀석이 한 마리 나타났다.

빨간 끈은 원래 호수 밑바닥에 떨어져있던 것인데, 그 끈을 어찌 찾았는지 입에 물고는 이리저리 요란스레 흔들며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그는 자기를 가리켜 죽은 틸라피아의 혼과 접신한 무당이라고 뇌까렸지만 어른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번 깊은 물 사건으로 가족을 몽땅 잃었다잖아. 그 충격으로 저리 된 것 같아.”라고들 수군거리며 오히려 불쌍해하는 눈치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호수에 광풍이 몰아쳤다. 말 그대로 미쳤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바람이었다. 그러자 자칭 무당 틸라피아가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는 호수 물 위아래로 쉴 새 없이 오르락 내리락 거리더니 혼자 킬킬거리며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배가 한 척 있어. 시몬 베드로 배야. 곧 뒤집힐거야. 틸라피아 원혼들의 복수야. 크크크”

그렇게 뇌까리던 그는 갑자기 큰소리로 고함을 쳤다. 원수 베드로의 최후를 보고 싶으면 자길 따르라고!

요나는 살짝 맛이 간 친구를 따라 나선다는 게 좀 꺼림칙하긴 했으나 그가 말하는 물위 사정도 몹시 궁금했다. 망설이던 끝에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위로 향하니, 여기저기서 이미 꽤 많은 무리가 너도나도 부리나케 올라가고 있었다.

숨가쁘게 헤엄쳐 올라간 요나가 물위로 고개를 내밀었더니 호수에는 정말 배가 한 척 떠있는데, 뒤집힐 듯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배 안에서 사람들이 허겁지겁 움직이는 광경이 요나 눈에 들어왔다. 그 중엔 아, 정말 베드로도 있었다!

베드로의 모습을 직접 보자, 요나의 마음 깊숙이 가라앉았던 증오심이 다시 치밀어 올랐다. 무당이 선동한 탓일까? 요나의 마음 속엔 오직 불타는 복수심만이 들끓었다. 눈에 살기가 등등해지면서 정신 없이 배를 향해 저주를 퍼부었다.

“배야! 뒤집혀라, 뒤집혀! 모두 죽어버려!”

때를 맞춰 무당 틸라피아는 입에 문 빨간 줄을 어지럽게 흔들어대며 광란의 춤을 춰댔다.
“쿵, 쿵, 쿵더쿵!”

호수는 온통 미쳐버렸다. 미친 바람, 미친 물, 미친 물고기, 미쳐 날뛰는 무당 틸라피아….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놓을 힘은 이 곳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바로 그 자였다, 이름 모를 청년! 대체 그가 언제부터 배에 있었던 걸까? 그는 광풍 속에서도 전혀 흔들림 없는 한줄기 빛처럼 뱃전으로 다가섰다.

잠시 어둔 호수를 응시하더니 마치 바람이 그리고 물이 사람이라도 되는 듯 그들을 향해 꾸짖는 것이었다.

“잠잠하라! 고요하라!”

이 짧은 한 마디 명령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거짓말처럼 바람이 뚝, 그쳤고 호수는 언제 미쳐서 날뛰었나 싶게 즉시 잔잔해졌다.

어둠이 깊은 밤, 갑자기 찾아 든 고요함은 모두에게 몹시 낯설게 느껴졌다. 배 안의 사람도, 물 속의 고기도 일순 할 말을 잃었고, 정신 사납게 흔들거리던 무당의 빨간 끈 역시 움직임을 멈춰버렸다.

생명이 있든 없든 존재하는 모든 것이 침묵하는 가운데, 호수엔 단 하나의 질문만이 맴돌 뿐이었다.

‘저가 누구길래 바람과 파도도 순종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