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에 걸릴 뻔한 잉어 바나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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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요나는 악몽에 시달리는 일이 잦았다. 캄캄한 밤, 돌틈에서 갑자기 나타난 메기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자기를 덮치는 꿈이었다. 이젠 어딜 가도 돌멩이만 보면 무서웠다. 돌이 무서워 요나는 아예 모래바닥 위에서만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생전 처음 보는 희한한 광경이 요나 눈에 띄었다. 잘려진 물고기 토막이 가느다란 줄에 매달려 위에서부터 쭈욱 내려오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정어리였다. 물결에 이리저리 흔들거리고 있었다.

엄마 입밖에 나와 처음 마주쳤던 무서운 정어리 떼 생각이 나 주위를 재빨리 살폈지만 주위에 다른 정어리 는 없었다.

이상하다!

어찌하여 저렇게 토막으로 잘려 줄에 매달려있을까? 가슴이 저며와 보지 않으려 하는데도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때 옆에서 큰 잉어 한 마리가 나타나더니 수염을 휘저으며 그 정어리에 다가서는 것이었다.

일부러 사냥할 필요도 없이 한 입에 먹기 쉬운 토막으로 매달려있어 잉어는 몹시 탐이 나는 눈치였다. 주둥이로 툭툭 건드려도 봤다가 입에 살짝 물어도 봤다가 하면서 입질을 하였다.
그러나 정어리 토막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얼마 동안 요모조모 살펴보던 잉어는 마침내 결심한 듯, 입을 한껏 벌려 정어리를 단숨에 물었다. 그러자 바로 그 순간, 정어리를 매단 줄이 갑자기 휙, 하고 위로 당겨지는 것이 아닌가!

잉어는 정어리를 문 그대로 몸이 쑤욱, 딸려 올라갔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요나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질렀다.

“놔! 정어리를 뱉으라구!”

그러나 잉어의 입은 이미 정어리 속에 감춰진 갈고리에 꿰뚫린 상태였다. 요나는 속이 바싹 타들어 갔다. 불과 얼마 전, 바둥거리며 메기에게 끌려갔던 데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요나는 재빨리 잉어 쪽으로 몸을 날려 이빨로 줄을 물어뜯었다. 그러나 줄은 끊어지지 않았다.

잉어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머리를 필사적으로 좌우로 흔들어댔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것밖에 없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갈고리가 잉어의 입을 깊이 꿰지 못했던 것일까? 입을 낚아채고 있던 갈고리가 거꾸로 힘을 받아 바깥으로 밀려나면서 입에서 빠져버렸다.

가까스로 벗어난 잉어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모래 바닥에 널부러졌다. 요나가 조심스럽게 다가섰다.
힘이 빠졌다곤 하나 잉어는 포식자다. 어떻게 반응할 지 아직은 분명치 않다.
“괜찮아?”
하고 묻는 요나에게 잉어의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마워. 네가 줄을 물어 느슨해진 덕에 내가 갈고리를 뺄 수 있었어. 넌 틸라피아구나. 이름이 뭐니?”
“난, 요나야.”

자기 이름을 가르쳐주고 나니 이번엔 거꾸로 요나가 잉어의 이름이 궁금해졌다.

“넌? 네 이름은 뭐야?”
“난 바나바라고 해. 위로의 아들이란 뜻이지.”
“아, 정말 좋은 이름이네.”

요나는 바나바의 입 주위에서 하늘거리는 수염이 멋있었다. 그건 살기등등한 메기의 수염과는 달랐다. 잉어의 품위를 더해주는 멋쟁이 수염이었다. 바나바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앞으로 친구할까? 잉어 중에 친구가 또 있니?”
“당연히 없지. 너흰…”

요나는 너흰 무섭잖아, 라고 말하려다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바나바는 요나가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알 것 같아 빙긋 미소를 지었다.

“아냐. 우리 잉어도 알고 보면 마음이 따뜻해.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냥할 뿐이지. 반가워. 잉어와 틸라피아의 첫 친구 사이라. 이거, 실로 역사적인 순간이네.”
“음, 나도 반가워. 역사적인 친구, 바나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