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위한 기도 선교사의 또 다른 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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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장애인 가정 심방을 가는 길에 문득 아내 남정석 선교사가 물었다.

“여보, 선교사에게 있어서 사역과 자녀문제 중에 어떤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속으로는 왠 뜬금없는 질문인가 생각하면서 별 생각없이 대답했다.

“성경에 예수님이 네 부모와 처자까지 미워해야 할 정도로 제자의 삶을 살라고 하셨잖아.……”

대화는 끊겼고, 대답을 하고나서는 헛기침이 나고 얼굴이 뜨뜻해짐을 느꼈다.

올 초에 미국에서 사역보고를 하면서 미국인교회든 한인교회든 가리지않고 요청한 기도제목 중에 하나가, 결혼적령기에 접어든 형은이(둘째)가 좋은 배우자를 만날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한 것이다. 대부분 교인들의 반응은 흥미로우면서 또 당연한 기도제목이라는 표정이었다.

형석이(첫째)가 대학지원서에 쓴 자기소개서를 읽고 가슴이 아팠던 적이 있다.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입학하자마자 아프리카로, 뉴질랜드로, 그리고 통가로 선교사부모를 쫒아다니느라 자신에게는 깊이 사귀는 친구가 없다는 안타까움이 소개서에 묻어 있었다.

형석이가 고3 과정을 공부했던 학교의 교감선생님은 형석이가 미국에 있는 대학에 지원하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는데 정작 형석이는 부모의 훼방(?) 덕분에 가고 싶던 대학에 가지 못했을 수 있다.

우리가 대학지원서의 부모의 경제적 도움여부를 쓰는 난에 “우리는 전혀 경제적 도움을 줄 형편이 안된다.” 라고 썼기 때문이다.

막내 형찬이는 얼마전까지 “엄마 아빠는 나보다 장애인들을 더 사랑하나봐.” 라며 떠 보듯이 불만을 표하곤 했다. 그럴때마다 우리는 기가 찬 표정을 지으며“어떻게 너보다 장애인을 더 사랑할 수 있겠니?”라고 안심시키곤 하였다.

그러던 형찬이가 얼마전부터는, “엄마 사랑해! 아빠 사랑해!” 라고 하면서 우리의 응답을 기대한다. 우리도 얼른 화답한다,
“그래 형찬이 사랑한다!”

형찬이 덕분에 우리는 하루에 수십번“형찬아, 사랑해!”라고 말한다. 보통은 형찬이가 먼저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가능한대로 우리가 먼저, “사랑한다.”라고 말하려 애쓴다.

형석이와 형은이는 통가에서 고등학교 2학년때까지 우리와 지내다가 고3(Form 7)이 되면서 우리 곁을 떠났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사춘기를 지나는 동안만이라도 아이들을 데리고 있자라는 마음이 있었다.

두 아이들 모두 너무 이른 나이에 우리를 떠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아플 때 옆에서 지켜주지 못한 것, 공부하느라 애쓸 때 옆에서 챙겨주지 못한 것 등, 평범한 것을 평범하게 해 주지 못했다는 자책감 등 아쉽고 아픈 부분들이 마음에 계속 남겨져 있다.

통가선교의 마지막 사역소식을 전하면서 자녀양육문제에 대한 소회를 쓰는 이유는, 이 글을 읽으시는 목회자들과 성도들께서 선교사와 그 사역을 위해 기도하실 때, 설사 기도요청이 없더라도 선교사의 자녀들을 위한 기도를 잊지마시라는 부탁을 드리기 위해서다.

재정적인 어려움이나 자녀의 방황으로 인해 고통받는 선교사를 향해, “사역을 위해 정말 큰 희생을 치르시는군요.” 라는 식의 격려는 하지말자. 그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 이르기 전에 선교사의 사역과 함께 자녀양육을 위해 기도하기를 잊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