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떠나는 여행, 그 최고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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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일하며 내게 주어지는 가장 큰 특권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6주에 한번씩 찾아오는 방학이다. 오클랜드에서 유치원에 일할 때는 휴가 낼 기간 한달 전부터 직접 매니저를 찾아가 서류도 작성하고 Annual Leave를 내야 하는 반면에, 영국에선 학교에서 일을 하기에 눈치 보며 휴가를 내지 않아도 알아서 휴가가 찾아온다.

오클랜드 학교는 학기가 10주이고 중간 텀 방학이 2주이지만, 런던의 학교는 한 학기를 반으로 나누어 6주에 한번씩 일주일간의 방학을 갖는다. 그래서 사람들이 보기에 나는 휴가가 굉장히 자주 있는 것처럼 보여 종종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처음엔 일주일 방학이 찾아올 때쯤엔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런던까지 홀로 떠나오긴 했지만 다른 곳으로 홀로 여행을 떠나려니 조금 두려웠다. 그렇게 맘 졸이다 떠난 곳이 스코틀랜드였다. 방에만 지내는 성격이 못 되는 나는 ‘처음이니 긴장은 되지만 일주일 동안 아무 것도 안 할 순 없으니 가까운 곳에 라도 가보자’ 라는 생각으로 에딘버러와 글래스고 두 도시를 선택했다.

그리고 홀로 떠났던 4박 5일 동안 내가 나를 바라보며 얻은 생각과 용기로 매 방학마다 영국을 넘어 유럽여행을 하고 있다. 나 혼자 하는 여행? 절대 어렵지 않다.

구석 구석 내 맘대로!
늘 홀로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장점은 바로 도시를 구석구석 내 맘대로, 내 뜻대로, 내가 원하는 시간에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어느 도시를 가던 기본 3박은 머무르려고 노력한다. 여유로이 그 도시의 골목 골목 거니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시간이 허락하면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둘러보기도 하고, 즐겨야 하는 액티비티가 있다면 시도해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간혹 사람들이 내게 왜 한 도시에 3일이나 머무르냐며 하루를 투자해 후딱 둘러볼 수 있는 투어를 추천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그냥 혼자만의 자유여행 스타일을 추구한다.

지난 2월의 여행지는 프라하였고, 프라하는 늘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기에 6박을 선택했다. 6박이나 머무르기에 하루는 당일치기로 독일 드레스덴을 다녀올 계획이었다. 그 또한 홀로 하는 자유여행으로 가려고 했던 것인데, 머물던 숙소에서 드레스덴 가는 길에 작센스위스 국립공원도 추천하는 것이 아닌가! 워낙에 유명한 곳이라 가고 싶은데 도저히 혼자서는 갈 수 없는 곳이라 결국 투어를 선택했다.

작센스위스를 보고 드레스덴을 들어섰는데 투어를 하니 아는 것은 많아지나, 내게 개인적으로 주어지는 자유가 없었다. 투어이다 보니 함께 움직여야 하고, 시간적 자유가 없기에 어디에 들어가보고 싶어도 무작정 가 볼 수가 없었고, 한번 지나면 다시 돌아와서 볼 수가 없기에 눈으로 서둘러 담아 내야 했다.

아직도 아쉬운 순간은 드레스덴의 유명한 ‘군주의 행렬’ 벽화인데, 보통 숙소로 돌아가기 전 나는 아쉬움에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을 한번 더 눈에 담고 가려는 편인데 투어이다 보니 시간에 쫓겨 그냥 다시 차에 올라타야 했었다. 그 순간이 나는 너무 아쉬워서, 프라하로 되돌아왔을 때 사람들이 추천하는 프라하 투어들을 모두 거절한 채 혼자 열심히 프라하를 구석구석 원하는 만큼 보고 왔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때의 아쉬움이 크게 남은 것인지, 나는 이제 어느 도시를 가도 결코 투어를 선택하지 않았다. 늘 그저 내게 3박 혹은 이상을 허락하며 자유시간을 더 주었다. 아쉬움 없이 내 맘대로 둘러 볼 수 있도록.

맛 집도 내 맘대로!
구석 구석 둘러보는 것 이외에 또 하나는 맛 집을 내 맘대로 선택한다는 것이었다. 투어를 신청하지 않는 이유 중에 이것도 있다. 투어 가이드 분들이 데려가는 식당은 보통 투어회사와 연결되어 있어서, 현지 맛 집이라고 찾아가도 한국사람들 밖에 볼 수 없을 뿐더러, 나는 현지 음식의 맛을 즐기러 온 것인데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춘 현지 음식을 먹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굳이 한국 사람들의 블로그를 찾아보지 않는다. 한번씩 여행하며 지쳐 서둘러 식사가 하고 싶어서 검색해서 찾고 나면 되려 후회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그 누구에게도, 그 어떤 것에도 의지하지 않고 그냥 내가 보기에 맛있어 보이는, 그냥 마음이 가는 곳을 선택하곤 한다.

그리고 그래야만 대개 음식도 서비스도 만족스러웠다. 내가 직접 현지 분위기를 보고 선택을 하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내가 선택했다고 해서 다 맛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인터넷을 보고 간다거나 누군가에 의해 이끌려 갔다가 음식이 맛이 없다면 ‘맛 집이라더니 이게 뭐야’ 라는 후회가 될 뿐이지만, 내가 직접 선택한 곳에서 음식이 맛이 없다면 이것은 그냥 또 다른 경험이 된다는 것이다.

작은 차이 같지만 내가 직접 내 돈 주고 멀리 떠나는 여행지에서는 한 끼 식사조차도 중요하게 느껴지는 법. 남들이 다 한다고 또는 해 보았다고 따라 하다 후회만 남기 보다는, 그래도 내가 선택해서 내게 좋은 경험을 만들어 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새로운 인연은 덤!
홀로 여행하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들 묻는 질문은 ‘외롭지 않아?’ 이다. 하지만 혼자 하는 여행의 또 다른 묘미는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것에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여행을 할 때에 비교적 가격이 싼 한인민박에 묵곤 하는데, 그 곳에서 만든 인연들과 아직도 SNS로 연락을 주고 받는다.

프라하에서 만났던 한 친구는 조만간 런던에 올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1년 만에 만나려니 설렌다고 연락이 왔다.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인연과는 서로의 SNS상에서 생일도 챙겨주고, 아직까지 우리의 추억을 공유하기도 한다. 부다페스트에서 만났던 동갑내기 친구들은 유럽이 처음이었는데, 여행기간부터 여행스타일까지 딱 맞아 체크인부터 마지막 날까지 추억을 함께 쌓기도 했다.

혼자 다니면 외로울 수도 있지만, 사실 혼자 다니면 되려 친구를 사귀기는 더 편하다. 나의 여행의 추억 속엔 그 친구들이, 그 친구들 여행의 추억 속엔 내가…. 누군가의 추억 속에 내가 들어있다는 사실이 좋아 나는 앞으로도 혼자 여행하면서 더 많은 새로운 인연들을 만들고 싶다.

가장 중요한…. 나를 찾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
사실 처음부터 용감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엔 혼자 하는 여행이 그저 두렵기만 했다. 새로운 땅에 사람들은 친절할 지, 처음 써본 여행 어플은 믿을 만한 건지, 숙소는 잘 찾을 수 있을지, 깨끗할지 등등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런던생활 시작 후 첫 여행지였던 스코틀랜드에선 그런 걱정과 두려움 따위는 사라졌다. 그 어떠한 것에 있어서도 나는 연연해 하지 않았다.

내가 원래 이런 것을 이렇게 신경 쓰지 않았던가, 라는 생각이 내게 들 정도였다. 혼자 하는 여행은 그런 것이었다. 사람들의 생각과 편견에서 벗어나는 시간. 특히 혼자 있을 때, 나를 아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 않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인지 발견 할 수 있었다.

궁금했던 내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중 한가지는 혼자 밥을 먹는 것이었다. 밥을 먹기 위해 들어간 식당에서 ‘Table for one’이라고 외치던 내가 그 순간엔 왜 이리 안쓰럽게 느껴지던지. 그런데 막상 음식이 나오고 밥을 먹기 시작하니, 이런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나는 ‘혼자’라는 것을 그렇게 두렵고 부끄럽게만 생각했는지. 혼자 늘 여행하면서 나는 내 자신이 이런 걸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을 할 줄 아는 사람이구나, 라는 것을 여러 번 깨달았었다. 아직도 사람들은 종종 내게 묻는다. 혼자 여행하면 외롭지는 않느냐고. 그럼 나는 늘 이렇게 대답한다. 외로움은 점차 익숙해지고, 점점 편해진다고. 더 이상 외로움이 아닌, 나를 위한 시간이 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다고 늘 혼자 다니는 것만이 다 좋다는 것은 아니다. 밥을 먹을 때에 누군가와의 대화를 필요로 할 때가 있고, 나 홀로 찍는 사진 100장보다 누군가가 찍어주는 예쁜 사진 한 장이 필요할 때가 있고, 보고 느낀 좋은 것들은 나 홀로 간직해야 한다. 동행이 있다면 안전한 것도 물론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여태껏 혼자 여행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혼자’라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나를 외로운 사람으로 만드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었다. 홀로 다닌다고 해서 외톨이가 아니다. 사람은 어디서든 만나려면 만나지고, 친구야 언제든지 만들려면 만들어진다.

‘혼자’라는 것에 자꾸 이것저것 이유를 덧붙이다 보면 어느 순간 아무 것도 못해보고 후회만 하고 있는 내가 보일 것 같아, 가장 처음 혼자 용감하게 여행을 떠날 생각을 했던 내 자신이 나는 지금도 대견하다. 때론 혼자가 만들어 내는 최고의 시간들이 있다는 것. 나는 혼자서 그렇게 또 한가지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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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민
12살 때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로 이민, 오클랜드대학교 유아교육과 졸업, 킹스크로스교회 출석, 런던에서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다. 20대에 처음으로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적응해가면서 보고 느낀 많은 것들을 나누고, 영국이란 나라, 런던이란 도시는 어떤 곳인지 조금이나마 소개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