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한류

싱가포르 거리를 지나다 보면 여기저기에 붙어 있는 우리에게 낯익은 삼성, 현대, GS, SK, 대우 등의 한국 기업의 로고를 발견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

왜냐하면 싱가포르에서 지하철(MRT) 노선을 계속 연결 공사를 하게 되면서 지하철 강국인 한국의 건설회사들이 지하철 공사를 수주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시내에 우뚝 서 있는 대형 건물들 역시 한국 건설회사가 시공한 것들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대형병원, 국립대학 건물, 호텔, 아파트, 공장, 그룹사옥 등 다양한 건물들이 한국인의 손에 의해서 지어졌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건물은 소모품과 달라서 오랜 기간 동안 같은 자리에 서 있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위상과 기술력에 대한 홍보 효과가 대단하기 때문이다.

한국 회사에 의해 시공된 건물들을 바라볼 때 마다 한인들이 느끼는 자부심 또한 크다. “우리 아빠 회사에서 저 건물 지었대요!” 하며 주재원으로 싱가포르에서 근무하는 아빠를 둔 아이들이 공사장에 붙은 회사 로고를 보고 환호를 한다.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꼭 들러보고 가는 장소가 있다.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은‘마리나베이 샌즈’는 시내 중심에 있는 관광명소로 호텔과 쇼핑몰, 카지노, 뮤지컬극장, 아이스링크, 컨벤션 및 아트사이언스 미술관, 식물원 등이 있는 복합 위락단지이다.

이 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축물은 바로 57층짜리 3개의 타워로 옥상은 스카이파크 수영장으로 연결되어 있는 마리나 샌즈 호텔이다.

수영장에서는 시가지와 바다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중요한 것은 이 건물을 어느 나라의 회사가 지었는가 하는 것이다. 바로 한국의 쌍용건설의 작품이다.

200미터의 고층으로 올라가면서 52도나 기울어지는 건물을 지으려면 신기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14개의 국제적인 건설 회사들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한국, 일본, 프랑스, 홍콩의 네 개의 건설사가 최종선발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난이도가 높아 두 곳의 시공사는 결국 포기했고, 나머지 한 회사도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없어 결국 탈락하고 말았다.

최종적으로 쌍용건설이 선정되어 27개월 안에 한국의 기술력으로 멋진 건축물을 지어 싱가포르 도시미관을 세계적인 명소로 탈바꿈 시켜 주었다.

이제는 누가 더 높은 건물을 짓느냐로 기술을 평가하는 시대가 아니라, 상상한 건물을 비슷한 비정형 건축물을 누가 빠르고 안전하게 짓느냐가 기술의 척도가 되는 시대라고 한다.

‘건축 한류’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최근에 싱가포르의 서쪽 주롱지역에 신축한 대형병원을 방문하였다. 3개의 타워로 분리되어 있는 이 건물은 최첨단 스마트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최신식 병원이다. 이 역시 한국의 GS 건설의 작품이다.

자주 방문하는 말레지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는 랜드마크로 꼽히는 페트로나스 트윈타워가 있다. 88층의 초고층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쌍둥이 빌딩이다.

타워1은 일본이, 타워2는 한국의 삼성건설과 극동건설이 함께 시공했다고 한다. 한국이 일본에 비해 35일 늦게 착공했지만 최종 완공은 6일 앞섰다고 한다.

두 타워를 잇는 브리지 건설은 일본의 기술로는 불가능하다고 해서 한국이 맡아서 했다고 한다. 여러 나라에 가서 랜드마크를 지어주는 한국의 우수한 건축기술은 오래 전 중동 건설 붐 때 해외에 나가서 쌓은 다양한 건설 경력을 바탕으로 신기술을 연구하며 축적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세월이 지나도 그 자리에서 한국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는 건축의 힘을 해외에 살면서 더욱 크게 느껴진다.

베트남의 하노이 출장 길에 랜드마크로 꼽히는 롯데호텔을 방문한 적이 있다. 서울에 있는 롯데호텔 건물과 흡사한 디자인으로 구 도심과 새 비즈니스 지역을 잇는 위치에 65층의 건물이 우뚝 서있었다.

시가지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특별한 상징성을 지닌 건축물로 인식되고 있었다. 많은 나라에서 그 나라의 랜드마크를 건설하는 것을 한국 건설 회사들에게 의뢰하고 있다. 그 만큼 한국의 건설 기술이 앞서 있다는 증거이다.

이 시대의 건축물은 단순히 건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도시들이 사회, 문화, 정치, 경제 등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능을 말한다.

때문에 ‘건축 한류’는 이제 세계 주요 도시의 얼굴과 이미지와 더불어 첨단기능을 통합하는 국제도시들의 새로운 탄생에 지속적인 기여를 하게 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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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혜미
10년동안 뉴질랜드에 거주하며 교육이민의 경험을 담아낸‘해외에서 보물찾기’저자로 글로벌 시대의 자녀교육을 위한 교육 에세이를 출간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현재 싱가포르에서 아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한류에 대한 교육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