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뭐 투자하고 있는 것이 있으세요?”
“내 자신만을 위해서요? 나만을 위해서?”
며칠 전, 겨울 문턱을 막 넘어선 봄볕이 가득한 날!
봄볕 찾아 나선 이들이 많은 공원 찻집에서
함께 차를 마시던 어느 여인이 뜬금없이 제게 묻습니다.
“나만을 위해서 투자하는 것이 뭐 있냐구요~!”
“글쎄요… 내 자신을 위해서 투자하는 것이라…?”
선뜻 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 번도 뭔가를 내 자신에게 특별히 투자를 해본 것이 없어서인지, 아님, 너무 내 자신에 대해 생각 없이 살아와서 그런 건지 선뜻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나는 전에는 예쁜 그릇을 사들일 때도 있었고, 또 보석이나 악세사리들을 사들이기도 했었는데 한번 왕창 도둑 맞은 다음부터는 그것도 시들해졌어요. 지금은… 오직 내 얼굴에만 투자를 하고 있어요. 일주일에 서너 번은 좋은 마사지 기계로 눈 밑과 처진 볼과 얼굴에 리프팅도 하고, 좀 괜찮은(?) 화장품들도 쓰고, 나름 얼굴에 좀 신경을 써요. 그러고 나면 확실히 달라요. 며칠간은 주름살도 쫙 펴지고, 처진 볼도 좀 올라가요. 이제 이 나이에 뭐 하겠어요? 내 자신을 위해서 투자 좀 해야지요.”
그 여인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피부도 뽀샤시하게 이쁘고, 눈 밑이나 볼도 쳐짐이 없고, 확실히 신경 쓴 얼굴은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신경 쓴 그 얼굴보다 막판에 말한 그 말이 귓가에 맴돕니다.
“이제 이 나이에 뭐 하겠어요? 내 자신을 위해서 투자 좀 해야지요.”
이 나이고 저 나이고 지금까지의 내 자신을 돌아보니 이민목회 20년 세월 동안 특별하게 나를 귀하게 여기거나, 특별히 나를 위해 투자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는 피부가 예민해서 좀 괜찮은 화장품을 골라 쓴다 하는데 나는 모태로부터 튼튼한 철갑 피부를 타고 났는지 5불짜리 화장품을 써도, 날짜 지난 화장품을 써도 피부에 아무 이상이 없으니 굳이 비싼 화장품을 쓰지 않아도 되니 얼굴에 투자도 못해보고, 얼굴이 처지든 말던 나이 들면 다 그렇겠거니 쓱쓱 문질러 바르고…
집에 돌아와 거울을 들여다 보니
눈 쳐저…
볼 쳐저…
입 쳐저…
턱 쳐저…
나이만큼 다 쳐저있습니다.
그럼, 나도 내 얼굴에 투자를?
사람들을 가만히 보면,
자기 나름대로 자신을 위해 투자하거나
관심 분야가 다들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이는 신발에 필(feel)이 꽂혀 신발만 사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가방에 필이 꽂혀 가방만 사기도 하고,
어떤 여자는 화장품에 필이 꽂혀 화장품만 사기도 하고,
어떤 여인은 옷에 필이 꽂혀 옷만 사기도 하고,
어떤 여인네는 머풀러에 필이 꽂혀 머풀러만 사들이는…
어느 것 하나 보아도 나에겐 특별하게
필이 꽂힌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아니,
필이 꽂힌 게 없는 것이 아니라
그만한 여유가 없었던 거겠지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나마 나에게 필이 꽂힌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말간‘유리 잔’입니다.
차(茶)를 따르면 말갛게 차오르는 것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유리 찻잔!
색을 숨길 수도 없고,
찌끼도 숨길 수 없는 말간 유리 찻잔!
속이 다 보이는 유리 찻잔!
그래서인지 나는 속이 훤히 보이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감추고,
숨기고,
내숭떨지 않는…
그래서 나는 하나님을 참 좋아합니다.
내 속을 훤히 다 알고 계실거니까요.
굳이 감추고, 숨기고, 내숭떨지 않아도
나의 모든 형편과 사정과 내 속마음을
훤~히 다 보고 알고 계실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