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오클랜드에 있는 지인들과 안부를 묻곤 하는데, 유독 자주 연락을 주는 친한 동생이 있다. 그 친구도 나와 같은 유아교육과를 공부하고 있어서 실습이나 아이디어를 얻어야 할 때 서로 나누기도 하고, 또 이런 저런 고민이나 생각을 나누기도 한다.
하루는 그 친구가 “언니, 내가 요즘 학교에서 준 서적을 읽는데, 영국에 대한 얘기가 나오더라구요. 거기는 엄청 더 공부 위주던데.” 며 정말 그러하냐고 물었다. 그래서 문득 여태껏 일해오며 직접 경험하고 느낀 것을 나누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과 뉴질랜드의 교육, 어떤 차이가 있을까?
유치원? 다 똑같은 것 아닌가?
뉴질랜드는 흔히 유치원이라고 하면 개인이나 큰 회사에서 프랜차이즈로 내는 Childcare Centre(혹은 Daycare)이며, 종종 국가에서 운영하는 Kindergarten을 찾아볼 수 있다.
이 두 부분도 굉장히 다른데 센터는 각 센터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영유아, 약 6개월부터 만 5살까지 하루종일 아이들을 봐주며, 아침부터 아침 간식, 점심, 오후 간식, 간혹 늦게 가는 아이들을 위해 늦은 간식까지 제공해준다.
낮잠시간도 물론 있다. 반면 Kindergarten은 오전, 오후반이 나뉘어져 있고, 오전 아이들 세 시간, 오후 아이들 세 시간씩 해서 점심과 낮잠시간이 필요가 없다. 간식은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제공하는 곳도 있고, 각자 런치박스에 싸오는 경우도 있다.
영국은 이름부터가 헷갈렸다. 뉴질랜드는 간단하게 babies, toddlers, preschool이라고 부르는 반면에, 영국에선 toddler(3-4살)는‘Nursery’라고 부르고preschool(4-5살)은‘Reception’이라고 부른다.
영국은 Day Nursery와 School Nursery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름 그대로Day Nursery는 뉴질랜드의Day care와 같은 어린이 집 느낌이고, School Nursery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병설 유치원이라고 보면 된다.
뉴질랜드에선 3살 반부터 5살까지의 아이들이 섞여서 지내는 반면에, 영국에선 1년씩 나뉘어서 유치원에 보낸다. 또 Day Nursery는 Nursery만 운영하는 곳도 있고, Reception과 붙어서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나이가 되면 반은 나뉘게 된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은 무조건 Nursery와 Reception이 나누어지고, Nursery는 주로 오전(3시간), 오후(3시간)로 나뉘지만 Reception부터는 학교 시간을 그대로 따라간다.
런던에서 만난 부모님들 중에는 풀타임 일을 하는 부모님들이 아니라면 주로 School Nursery를 선호했는데, 보통 유치원이 함께 운영되는 학교로 배정받기가 쉬워지며 아이들이 학교에 갈 준비나 배우는 것이 더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나는 현재 학교에 딸린 병설 유치원에서 일을 하고 있기에 좀 더 이쪽에 초점을 맞춰 비교를 해보려 한다.
맘껏 놀면서 배우자 vs 학교 갈 준비는 톡톡히 해 두어야 해
처음에 영국에 왔을 때, 이 부분이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 뉴질랜드에서는 어린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쳐 줄 때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이 바로‘놀이’이다. 배우는 것은 재밌는 것이라고 가르쳐주고, 무작정 앉아서 가르치는 것보다 재미있는 놀이들을 통해서 아이들이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성장하는 것이라고 배운다.
그래서 사람들이 흔히 보기에 교사들은 그저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아이들에게 과학, 수학, 언어 등등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이들과 돌을 쌓더라도, 그 안에서 돌을 세면서 숫자를 세는 법을 익히고, 돌을 세우면서 왜 평평한 돌이 밑에 가야 안정적인 탑이 되는지, 크기에 따라 무게는 어떻게 다른지를 배우는 것이다.
흔히 뉴질랜드에서는‘세상을 배우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어른들 눈에는 늘 당연해 보이고 쉬워 보이지만, 아이들이야 이제 세상에 겨우 발을 내딛었으니 기초부터 쌓아줘야 하는 것이다.
뉴질랜드 아이들이 맨발로 이곳저곳을 누빌 때, 영국에 있는 같은 나이 또래의 아이들은 학교 교복을 입기 시작한다. Nursery에는 아직 교복이 없다고 보면 되지만, Reception으로 올라가면 필수가 된다.
그리고 더 많은 책상이 생기고, 의자가 생긴다. 바닥에 앉는 것도 중요하지만, 점점 책상에 앉는 습관을 들여주는 것이다. 또한 수업시간이 좀 더 체계적으로 짜여지고, 필수 과목에 좀 더 집중하게 된다.
영어는 읽는 연습과 쓰기 연습을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이고, 수학은 더하고 빼는 것에 대한 이해와 10 이상의 숫자를 세는 법을 가르치는 편이다. 좀 더 어려웠던 것은 이것을 단순히 놀이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지 같은 작은 책을 만들어서 선생님들과 함께 그 책을 조금씩 풀어나가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이제 단순히 놀이를 통해서 이해하는 것을 넘어, 학교에 가면 앉아서 쓰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몇몇 선생님들은 나처럼 영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공부를 마치고 왔는데, 처음에 함께 얘기를 하다 보니 모두 영국 아이들이 엄청나게 배우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한 선생님은 지금 4,5살배기 아이들이 초등학교 2학년 수준을 공부하는 것 같다고 할 정도로 학구적인 것이다.
극과 극의 성적표(?)
모든 교육에는 커리큘럼, 즉 교육방식과 과정이 있다. 이 커리큘럼을 가지고, 아이들의 나이 대에 맞춰 무엇을 할 줄 알아야 하는지, 어떠한 것을 배워야 하는 지 보고 교사들이 그에 맞춰 환경과 활동들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활동들을 통해 아이들이 어떻게 배웠고, 어떻게 아이들이 홀로 배운 것을 사용하는 지를 보고 기록을 한다. 그리고 그 기록들을 부모님들과 함께 나눈다. 이 부분에서는 크게 차이가 났는데, 뉴질랜드에서는 최근 학부모들과 교사들이 아이들이 학습한 것을 나눌 수 있는 웹사이트를 사용하기 시작해서 교사들은 바로 바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올릴 수 있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부모님들과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혹은 파일을 이용해서 아이들이 배운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모아 책처럼 만들고 부모님들이 시간 날 때 볼 수 있도록 비치해 놓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부담이 없고, 굉장히 자유로운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곳 런던은 조금 달랐다. 가장 놀랐던 점은 일년에 두 번 정도 성적표를 내고, 부모님들과 학부모 면담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학교처럼 A,B,C등으로 자세하게 나누는 것은 아니라서 ‘성적표’라는 이름이 상당히 거창하게 들리지만, 교사들이 커리큘럼을 보고 각 아이가 어느 정도 하고 있다고, 그래서 제 나이에 맞게 따라가고 있는지,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지를 써내기 때문에 나름의 성적표라고 볼 수도 있는 것 같다.
이 성적표 아닌 성적표를 학교에서 학부모에게 보낸다. 그리고 약 일주일 후 즈음 학부모 면담을 가진다. 이때는 사실 부모님들의 학구열도 엿볼 수 있다. 참으로 극과 극인 것이 어떤 부모는 내가 설명하려니 되려 아직 세 살 반 밖에 되지 않았는데 괜찮다고 신경 쓰지 않는다고 그냥 아이가 반에서 말은 잘 듣는 지나 궁금하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부모는 왜 수학은 여기까지만 가르치는지, 우리 아이가 왜 아직 이름도 못 쓰는지에 대한 항의를 하기도 한다. 사실 그런 부분은 굳이 그 나이를 위한 커리큘럼에도 나와있지 않는 부분인데 말이다. 그럴 때는 가끔 곤란하기도 하다.
어디에나 장단점은 있는 법
쓰다 보니 영국 교육은 말도 안되는 것처럼 그려지는 것 같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단순하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영국 교육은 좀 더 체계적이고 뉴질랜드 교육은 좀 더 자유로울 뿐이다. 그리고 모두 장단점은 있다.
‘교육’이라는 것을 공부해보니 그 안에는 결코 정확한 답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체계적이어야만 하고, 자유롭기만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체계 속에서 자유로이 배울 수 있고,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도 체계적인 것들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아이들에게도 가르칠 수 있는 것이었다.
뉴질랜드에서 유아교육을 공부하고, 영국에서 일을 하다 보니 더 많은 다른 환경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끼고 배우는 것들을 비교하며 좋은 것들을 많이 배우고 싶고, 후에 내가 배운 가장 좋은 것들로만 이루어 꿈꿔왔던 나만의 작은 유치원을 갖고 싶다.
좀 더 체계적이고, 좀 더 자유로운 교육 방식들을 배웠으니 앞으로 미래에 경험할 곳은 어떻게 다를지 기대가 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