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만의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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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헤럴드를 보다가 가슴이 뭉클한 기사를 한 가지 보았습니다. 부모님이 실종된 지 75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장례식을 치른 사연이었습니다.

지난 1942년 8월 15일 아침, 스위스 샹드란의 한 마을에 살던 마셀린과 프란신 부부는 산에 있는 목초지에 소의 젖을 짜러 갔다가 실종이 되었습니다. 온 마을 사람들이 나서서 함께 수색을 했지만 두 사람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부부가 갑자기 실종된 후, 남겨진 7명의 자녀들은 약 2-3주간 함께 집에 있었지만 결국 마을 신부의 주선으로 각각 다른 집에 입양이 되었습니다. 당시 장녀였던 모니크는 그 때를 돌이켜 보면서 부모님이 없는 삶은 재난과 같았다고 회상했습니다.

같은 마을에 살았지만 아이들은 서로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계속해서 일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정원에서, 밭에서, 포도원에서 끊임없이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들은 제대로 된 돌봄과 대우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75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두 부부의 시신이 빙하지대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시신은 빙하 속에서 완벽한 상태로 보존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들의 시신만이 아니라 소지하고 있던 신분증, 가방, 책, 시계 등이 잘 보존된 상태로 함께 발견이 되었습니다.경찰은 DNA검사 결과 실종된 마셀린과 프란신 부부가 맞다고 확인했습니다.

지난 7월 23일, 실종 75년만에 드디어 가족들과 친구들이 모인 가운데 감동적인 장례식이 교회에서 거행되었습니다. 장례행렬 맨 앞에는 두 사람이 십자가를 들었고, 그 다음 한 청년이 두 부부의 사진을 들었으며, 이어서 두 부부의 관이 교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처음 부모님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막내 마셀린느는 “우리는 평생을 부모님을 찾으며 보냈다”면서 “75년의 기다림 후에 진정으로 평온함을 주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또한 그녀는 “장례식에서 검은색 옷을 입지 않을 것” 이라면서 “흰색은 우리가 잃지 않았던 희망을 상징하기 때문에 흰색 옷이 더 적당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부모님이 사라지고 남겨진 아이들이 겪었을 두려움과 고통과 슬픔과 좌절을 생각하다가 문득 야곱의 아들 요셉이 떠올랐습니다. 아버지의 집에서 사랑을 독차지하던 그가 시기하던 형들에 의해 어느 날 갑자기 애굽에 노예로 팔려갑니다. 나중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까지 가게 됩니다.

어린 요셉이 애굽에서 또 감옥에서 느꼈을 두려움과 고통과 슬픔과 좌절을 상상해 봅니다. 늘 아버지의 사랑을 받던 아들에서 아버지를 잃고 노예가 됩니다. 나중엔 죄인으로 전락합니다. 그도 그 모든 상황들을 받아들이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 짐작해 봅니다.

후에 애굽의 총리가 된 그가 자기를 팔아버린 비정한 형들과 재회합니다. 거기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형님들이 나를 이곳에 노예로 팔았다고 해서 근심하거나 한탄하지 마십시오.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형님들보다 먼저 보내셨습니다.”

그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하나님의 은총의 빛 아래서 그것을 해석하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부모님의 장례식에서 흰색 옷을 입겠다는 마셀린느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그녀는 75년의 긴 기다림의 세월을 돌아보면서 결코 녹록하지 않았을 그 세월에 자신들이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희망이라는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지금 삶이 두려우십니까? 불안하십니까? 고통스럽습니까? 후회하십니까? 우리가 살아온 삶을 하나님의 은총의 빛 아래로 가져가십시오. 그 빛으로 삶을 바라보십시오. 내 삶에서 내가 아니라 하나님만이 보일 때까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