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이스라엘!” 외치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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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통곡의 벽 앞에서 만난 이스라엘 군인들

배낭여행자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만난 팔레스타인 친구와 함께 예루살렘 아랍지구를 거닐고 있었다. 화창한 날씨 덕에 거리는 사람들로 붐볐고 주변에는 아랍어, 히브리어, 영어가 모두 들려오고 있었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한 기독교 유적지 입구를 향해 우리 둘은 걸어가고 있었고 입구에 다다르자 역시나 수많은 무장군인들이 짐과 입장객들을 검색하고 있었다.

내 옆에 있는 팔레스타인 친구는 달갑진 않지만 익숙하다는 듯이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눈을 흘기며 검색대를 지나갈 준비를 했고 나 또한 항상 그랬듯 아무렇지 않게 배낭을 내려놓고 검색대를 향해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런데 순식간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뒤편 어딘가에서 수십 명의 사람들이 비명을 외쳤고 당황한 나는 사방을 둘러보며 어쩔 줄 모르고 멈춰 섰다. 내 옆에 있는 팔레스타인 친구도 심각한 표정으로 잽싸게 사방을 둘러보더니 한번은 나를, 또 한번은 군인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미 무시무시한 따발총으로 완전무장을 갖추고 있는 검색대의 젊은 이스라엘 군인들은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었고 그 친구 바로 옆에 있는 나를 향해서도 총대가 겨누어졌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이 곳은 예루살렘에서도 아랍지구 아니었던가. 뉴스에서만 보던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나는 어떻게든 이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는 지나가는 여행자임을 증명하기 위해(무슨 사건인지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긴 바지 속 주머니 안에 넣어둔 여권을 꺼내 보여주려 손을 집어넣었는데 이스라엘 군인 한 명이 다급하게 소리지르며 1미터 앞까지 다가와 움직이면 쏘겠다는 듯이 총부리를 들이댔다.

나는 겁에 질려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두 손을 높이 든 채로 “아이 엠 코리안! 쏘지 마세요! 난 그냥 여행 중이라고요!”라고 외쳤다.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이스라엘 군인들은 총부리를 거두지 않았고 주변은 더 소란스러워졌다.
꿈에서 깨어보니 새벽 5시경이었다.

꿈이었지만 죽음이 두려웠다. 나와 팔레스타인 친구를 향해 총을 겨누던 이스라엘 군인들의 살기가 가득했던 눈동자는 장난이 아니었다. ‘난 여행자일 뿐이니 제발 쏘지 말라’고 벌벌 떨며 두려워하던 나의 모습 또한 장난이 아니었다.

어제 아침 9시 요르단 암만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육로국경을 통해 악명 높은 이스라엘 입국심사대에 도착했다.

이스라엘의 최대적국 중 하나인 이란을 여행한 흔적이 있는 나의 여권 덕분에 입국심사는 두 번의 밀착 인터뷰를 거쳐야 했고 무려 3시간만에 이스라엘 땅에 입국할 수 있었다.

처음 예루살렘 시내에 도착하자마자 내리게 된 버스의 종착지는 다메섹 문 (Damascus Gate). 바로 몇 주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총칼로 죽고 죽이는 일이 벌어져 전세계 뉴스에 보도되었던 그 현장이었다.

곳곳엔 군인들이 완전무장을 하고 관광객들을 반기며 안내하는 동시에 철저한 수색을 병행했다. 예상외로 군인들의 표정엔 여유가 묻어났고 자기들끼리 웃으며 수다를 떠는 군인들도 있었다.

관광지 출입구는 물론 심지어 화장실에까지 총을 메고 우르르 움직이는 군인 청년들. 퇴근 시간엔 버스와 기차에도 총을 메고 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내가 분쟁지역을 여행중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뉴스나 언론이 아닌, 나의 두 눈으로 이스라엘 군인들을 보았다. 그들의 군복, 총, 군화, 씩씩한 모습보다도 사실은 그들의 선한 눈동자가 기억에 남는다.

대부분이 나보다 더 어린 동생뻘 군인들로 보였다. 이스라엘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도 있겠지만 세계 곳곳에서 유대인의 자부심을 가지고 나라를 섬기기 위한 마음으로 자원하여 온 유대인 디아스포라 청년들도 있을 것이다.

내 눈엔 그저 군복만 벗으면 축구 이야기, 게임 이야기, 여자 친구와 학업과 진로 이야기로 학교와 카페에서 수다를 떨고 있을 듯한 선한 눈망울의 청년들의 모습만 보였다.

그래서 더욱 안타까웠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이렇게 완전무장을 해야만 하도록 만들었는가?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그 선한 눈망울에 담긴 여린 마음을 부정하며 팔레스타인 아이들과 여인들과 노인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게 만들었는가?

숙소로 오기 위해서는 욥바문을(JAFFA GATE) 나와 시내 기차를 타고 중앙 버스 터미널로 가서 또 한번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이동해야 했다.

주변을 둘러본다. 역시나 수십 명의 퇴근하는 젊은 군인친구들이 보인다. 어김없이 그들의 어깨에는 무거운 총이 짊어져있다. 여성 군인, 남성 군인…. 모두 내 눈엔 군복과 총만 빼면 한없이 밝고 씩씩한 대학생 내지는 직장인들로 보이는데……

몇몇은 내게 아주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유창하게 영어를 하지 못하는 친구들은 영어 잘하는 동료를 불러서라도 내게 답을 주려 했다.

숙소로 들어와 침대에 누워 낮에 찍은 사진들을 하나씩 열어 보았다. 통곡의 벽 앞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이스라엘 청년 군인들의 미소가 눈에 밟혔다.

2015년 10월부터 쭈욱 이슈가 되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테러 이슈를 검색했고 팔레스타인 민간인과 이스라엘 군인들이 충돌하며 총칼질이 난무하는 무시무시한 영상들을 굳이 찾아 보았다.

어제 내가 만난 이스라엘 여성, 남성 젊은 군인 청년들이 보여준 친절한 말과 행동에서 느껴진 바로는 상상할 수 없는 잔인함이 영상 속에 담겨있었다. 마음이 복잡해졌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무시무시한 미움과 증오로 나아가도록 만들었는가.

무거운 마음과 함께 평화가 절실히 필요한 분쟁의 땅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위해 기도했다. 이 모든 것이 ‘두려움’으로 결론지어졌다.

이 땅과 전세계의 유대인들은“샬롬 이스라엘”을 습관처럼 외치지만 이들이 결코 샬롬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두려움 때문이리라.
꿈속에서 나를 향해 겨누어진 총부리를 보자마자 죽는 게 두려웠고 어떻게든 살고 싶었다.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도, 왜 죽고 싶겠는가? 왜 죽이고 싶겠는가? 내 자녀가, 친구가, 부모가, 친척이 무고하게 칼과 총에 죽임을 당하면 이성을 잃지 않을 사람이 몇 명이 되겠는가?

그리고…… 그러한 분쟁의 역사가 한 사람의 삶 평생을 따라다녔다면 그 사람의 사고와 믿음의 체계는 어떻게 되겠는가?

인류가 반복해 온 두려움의 역사 속에서 유대인과 아랍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리고 열방 모든 민족을 위해 이 땅에 오신 평화의 왕 예수님을 더욱 간절히 사모하게 된다.

샬롬! 쌀람! 예루샬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