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죽음

종종 한국의 신문들을 인터넷을 통해 봅니다. 뉴질랜드에 살고 있지만 부모와 형제가 사는 고국의 소식이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지난 주 어느 인터넷 신문에서 한 가지 가슴 아픈 기사를 읽었습니다. 학원 화장실에서 자살한 한 초등학생에 관한 기사였습니다.

지난 8월 2일 서울시 노원구에 위치한 한 학원 화장실에서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이 목을 매 숨진 상태로 발견이 되었습니다. 수업 도중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했던 A군이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학원의 원장이 찾는 과정에서 화장실에 목을 맨 A군을 발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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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 사건을 놓고 자살인가 아니면 타살인가 의문도 많고 의견도 달랐습니다. 지난 3월 새로 전학을 온 A군이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주변의 증언도 있었고, 평소 A군에게 틱 장애가 있어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았다는 보고가 있어 왕따가 의심되기도 했습니다.

A군의 가족을 잘 아는 지인은 곧 있을 가족들의 골프여행 때문에 A군이 무척 신나했었기 때문에 자살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특히 A군의 가족들은 평소 밝은 성격의 아이가 스스로 생을 마감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경찰의 수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자살로 결론이 지어졌습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타살을 의심할만한 어떤 것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A군이 안타까운 선택을 했는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10대 청소년 자살률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한국의 청소년 자살률이 OECD 국가들 중 1위는 아직 아닙니다. OECD 평균 보다는 훨씬 높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자살하는 청소년의 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13년 한국건강증진재단의 분석에 따르면 10-19세 인구 10만명 당 자살자수가 지난 2001년 3.19명에서 2011년 5.58명으로 10년만에 57.2%가 증가했습니다. OECD 평균 자살률은 2000년 7.7명에서 2010년 6.5명으로 오히려 줄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청소년 자살률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학업에서 받는 스트레스입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3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의 학업 스트레스 지수는 50.5%로 평균인 33.3% 보다 17.2% 가 높아 조사 대상 30개국 중 가장 높았습니다.

숨진 A군이 왜 자살을 택했는지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곳이 자신이 다니던 학원이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남겨진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던 그의 마지막 메세지가 아니었을까요?

대부분 뉴질랜드에 이민을 온 가장 큰 이유는 자녀들의 교육 때문입니다. 한국의 지나치게 경쟁적인 사회환경보다는 보다 질적으로 나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게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우리의 자녀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곳에서도 좋은 학교, 좋은 학군, 좋은 학원, 좋은 과외를 찾아다니는 한인 부모님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것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가끔은 우리가 사랑하는 자녀들을 위해 선택하는 일들이 그들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 것인지를 돌아보아야 한다고 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언제나 좋은 뜻을 가지고 계시고 우리가 행복하기를 원하십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분은 우리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신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또한 우리가 우리 자녀들에게 전해주어야 할 가장 소중한 선물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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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태현
서울신대 및 동 신대원 졸업, 오클랜드 로뎀교회 담임목사로 1996년 "한맥문학" 시부분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뉴스 중 흥미롭거나 주목해야 할 것들 중에서 하나를 골라 간단히 소개하고 독자들에게 성경적으로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는 눈을 열어주고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