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 가도 아침 먹으로 와도 돼요?”

시간이 지나면서 고학년이었던 친구들이 졸업을 하고 중학교로 가게 되었다. 그래도 많은 정이 들었던 아이들이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Primary School에 있을 때는 여기서 아침을 먹고 함께 떠들기도 했는데 이제 졸업하면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이상했다. 봉사자들도 보이던 아이들이 보이질 않으니까 허전해 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중 알게 된 사실은 아침 급식하는 이 학교 바로 밑에 중학교가 있다는 것이다. 어느 날 한 친구가 다가와서 하는 말이, “우리 중학교에 가서도 아침 먹으러 와도 돼요?” 라는 것이다. 그래도 좋다고 말은 했지만 여름 방학을 맞으면서 그런 사실을 잊고 지냈다.

그리고 새롭게 학기가 시작되면서 예전과 같이 아이들이 찾아와서 아침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색깔의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급식을 하고 있는 교실로 들어오는데, 교복은 새로운데 얼굴은 예전에 보던 그 얼굴들이었다.

그래도 몇 년을 함께 하면서 정이 많이 들어서인지 마치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들리듯이 이들도 역시 발길을 이곳으로 돌려서 아침을 먹고 어린 동생들과 떠들고 놀다가 자기네 학교로 가곤 했다.

중학생들이 여러 명 있을 때에 교장 선생님이 오셔서 너무 미안하다고 하시는 거다. 이유는 졸업한 중학생들이 와서 우리를 번거롭게 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서 하신 말씀이었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번거로운 것이 아니라 오래된 친구같은 반가운 아이들이 그래도 잊지 않고 찾아와 주고 , 먹어주고, 떠들면서 함께 해주니 이 친구들이 참으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늘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고, 가고 싶은 곳이 있다. 보고 싶은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기쁘고 즐거워진다. 그 어떤 특별한 것이 없더라도 함께한다는 그 사실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아마 졸업한 친구들에게 Breakfast Club은 따스한 사랑방과 같은 그런 느낌으로 다가가지 않았나 싶다. 몇 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쑥스러워서 아침 급식하는 교실로 못 들어오고 밖에서 빙빙 도는 친구들도 있다.

이들과 열심히 눈을 마주치려고 한다. 기회가 되면 들어오라고 하고, 어떤 때는 나가서 수줍어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와 함께 시간을 갖기도 한다.

이렇게 함께 한 시간들이 이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고 그 사랑에 힘 입어 성장하며, 또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사랑을 나누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커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섬기는 것이다.
“사랑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 부요한 자도 없고, 사랑을 줄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자도 없다” 는 복음송의 가사처럼 사랑이 필요할 때에는 그냥 받으면 된다.

그 사랑에 힘입어 성장하고 사랑의 힘으로 넉넉해질 때에 그 사랑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는 삶을 살아간다면 되는 것이다. 내가 거저 받았기에 나도 거저 나눠줘야 하는 것이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 2학년 정도 밖에 안 된 여자애인데, 소시지 시즐을 3개씩이나 먹는다. 그 아이가 먹는 것을 보면 군침이 돌 정도로 맛있게 먹는다.

이런 아이들이 자라서 졸업을 하고 중학생이 되어서 큰 덩치로 우리 앞에 나타났을 때 참으로 대견하기도 하고 어른스러워 보이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사역의 보람도 느끼게 된다.

아마도 내년에는 칼리지 다니는 친구들도 오게 될 것이다. 칼리지가 중학교와 거의 붙어 있기에, 오래된 친구들이 칼리지에 가도 찾아오리라 생각한다.

전교생 중에 절반이 아침급식에 동참한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아침을 굶기 때문에 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 정말로 배가 고파서 허겁지겁 소시지 시즐과 주스로 배를 채우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많이 시리다. 여기서 맘껏 허기진 배를 채우고 힘을 얻어서 본인들이 날아가야 할 방향으로 잘 날아간다면 우리는 더 바랄 것이 없다.

배가 고프기에 생계형의 범죄에 쉽게 넘어지곤 한다. 이런 빈곤의 악순환이 끊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섬기는 것이다.

봉사자들의 기도와 헌신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맺어져서 아이들이 교실로 돌아와서 공부하며 그들의 미래를 그리고 세워가는 일에 열중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우리는 이 아이들과 함께 한 배를 타고 가는 운명공동체이기에 이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돌봐야 함이 마땅한 것이다. 마땅히 받을 자에게 베풀기를 아끼지 말라는 말씀을 기억하면서 우리의 도움과 사랑을 필요로 하는 그 어떤 곳이라도 달려가서 사랑으로 품고 나누면서 이 땅을 하나님의 나라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이 일을 위해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셨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최선으로 섬기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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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교성
인하대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 생명샘교회 담임목사. 뉴질랜드 기아대책을 섬기며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을 가훈으로, 목회 철학으로 삼고 살아가면서 낮은대로 임하신 주님의 마음을 본받아 살아가려고 애쓰면서 떡과 복음을 가지고 뉴질랜드와 바누아투의 가난한 자들을 찾아가서 함께 울어주고 함께 기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