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사막에서 한밤중에 마주한 6인조 권총 강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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삥뜯은 이집트 도적들의 권총을 목격하기 전에 여유 보여

차마 입밖으로는 소리내어 뱉지 못하고 목구멍 속에서만 처량하고 애절하게 신의 가호를 구하는 나의 울부짖음…
“헬프미… 헬프미 로오드…!!”

“쳇, 그럼 별 수 없군. 따라와. 다른 길을 알려줄테니까”

성인 남성이 머리를 낮게 숙이고 오리걸음 자세로 간신히 들어갈 수 있을 법한 개구멍 앞에 멈춰선 그가 나의 앞에 섰고, 여전히 오싹한 미소와 함께 내 옆을 걸어오던 아흐메드는 그 개구멍을 손전등 빛으로 비추었다.

“여기까지 와서 파라오가 누워있던 무덤을 안보고 가는 건 말도 안되지. 저기서 뛰어내릴 자신이 없으면 이 곳으로 들어가서 보라고. 같은 곳으로 연결되는 통로니까. 내가 앞장 설테니 잘 따라와”

이 호리호리하고 약삭빠르게 생긴 이브라힘이 정말 몸을 숙이고는 그 개구멍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손전등 빛을 비추고 있는 아흐메드는 얼른 들어가보라는 듯이 자신의 턱으로 개구멍 입구를 가리킨다.

‘이 자식들이… 그래, 이미 올때까지 온 거 같은데… 나를 해하기로 작정하면 개구멍 안에 있건 피라미드 밑에 있건 어디든 상관이 없겠지. 이미 여긴 녀석들의 완전한 홈그라운드 사막인데.. 모르겠다. 일단 한 녀석이 먼저 앞장 섰으니 따라가보자’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서 많이 봐왔던 장면이 떠오르면서 혹시라도 어두컴컴한 개구멍 안에서 전갈이 떼를 지어 나타나진 않을까 무서웠지만 내 앞길을 먼저 예비하며(?) 들어간 이브라힘을 따라 나도 몸을 숙이고 쿵쾅거리는 심장소리와 함께 개구멍으로 입성했다.

3미터 정도 앞으로 뒤뚱거리며 느리게 어둠 속을 헤쳐나가고 있었는데 바로 그 찰나…!

내 뒤를 비춰주던 손전등 불빛이 갑자기 꺼졌다. 아니 사라졌다. 눈앞에 컴컴해졌다…라는 표현은 정말이지 너무도 문자적인 점잖은 표현이고 내 모든 영혼육 시스템이 정전된 듯한 혼돈과 혼미함 속에 나의 모든 털끝까지도 부르르 떨며 공포의 클라이막스를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방법이 없었다. 오리걸음 자세로 뒤로 후퇴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땅을 짚은 채로 사자에게 쫓기는 사슴 처럼 미친듯이 앞을 향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달렸다. 아니… 기었다!

생애 최대의 공포를 경험하며 그렇게 8미터 가량 기었을까…? 결국엔 개구멍 출구로 간신히 나올 수 있었고 나의 염려와는 다르게 두 녀석들이 점잖게 바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식은땀을 훔치며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우고 사방을 둘러보니 정말 아까 내려다보던 그 무덤 안에 내가 서있었다. 신비로움 반, 두려움 반에 사로잡혀 대중들에게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이 보기 힘든 이집트 유물을 조심스레 둘러보고 있던 나를 향해 아흐메드가 질문을 던졌다.

“어때? 대단하지 않아? Giza 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더 오래된 곳이 바로 이 아부 시르 피라미드라고! 우리가 아니였다면 일반인들은 감히 쉽게 들어올 수 없는 곳이지, 하하!”

“이런 귀한 구경 시켜준 너희들에게 정말 고맙다. 이제 구경도 잘 했으니 나를 마을로 좀 데려다 줄 수 있을까? 이젠 정말 가야해”

나의 관심은 오로지 이 음침한 사막으로부터 벗어나 불빛이 있는 마을로 나가는 것!

아흐메드가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리며 말을 이어갔다.
“좋아, 좋아. 데려다 줄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그런데 말이야, 나와 내 친구들이 귀한 손님 한 명을 대접하려고 오늘 저녁을 통채로 바쳐 수고했단 걸 너도 잘 알고 있지? 우리 다들 나름대로 바쁜 사람들이라고. 우리가 너를 극진히 대접하면서 이런 귀한 구경까지 시켜준 대가로 너도 우리에게 뭔가를 줘야하지 않겠어?”

공짜로 이 사막을 나갈 수 있으리라곤 이미 기대하지도 않았던 나였건만, 정작 이 상황이 닥치자 다시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무엇부터 빼앗겨야 할까? 내 배낭 안에는 맥북 노트북, DSLR카메라, Go Pro 카메라가 들어있다… 내 복대에는 현찰과 신용카드가 들어있고… 호주머니엔 아이폰이 있고… 아… 무엇부터 포기해야 할까… 있는 것 통채로 다 내놓으라고 하면 어떡하지…’

5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장기 여행자로서 잃어버려선 안될 가장 중요한 물건 순서대로 우선순위 나열을 마쳤다.

모든 사진이 저장된 노트북 > 여행 노트와 연락처가 저장된 아이폰 > DSLR 카메라 > Go Pro 카메라 > 신용 카드와 현찰.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도 감사 표시를 해야지. 그래, 너희들이 뭘 원하는지 말해봐”
‘제발.. 제발.. 하나님… 이들의 마음을 유하게 하사 자비를 베푸소서..!’

나의 눈치를 힐끗 살피던 아흐메드가 이브라힘과 눈신호를 주고받고는 대답했다.

“한 사람당 애굽 400파운드, 여섯 명이니까 총 2400 파운드면 될 것 같은데. 우리가 너에게 베푼 극진한 접대와 투어에 비하면 정말 저렴한 가격이야. 안그래 이브라힘?”

결국 그날 밤 사막 한 가운데서 내가 소지했던 대부분의 현찰을 삥뜯겼다. 집으로 돌아갈 최소한의 택시비도 안 남기고 말이다..

뉴질랜드 돈으로 환산하면 200불 가량 되는 돈이었는데 그곳에서 일반 노동자들에겐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감사한 것은 나의 소지품은 요구하지 않았다는 사실. 그 덕분에 나의 모든 여행 사진과 기록은 무사히 보존했다.

새벽 1시 30분이 넘어서야 목적을 달성한 녀석들은 나를 대중교통이 있는 (이미 막차가 떠나가버린 시각) 도시 외곽까지 바래다 주고는 정겹게 인사를 하며 헤어졌다

“친구, 다음에 또 보자고! 그땐 친구들이랑 같이 와도 좋아, 언제든 환영해줄게, 하하!”
“좋지… 하…하…. (잊지 않겠다.)”

택시비도 없던 나는 그 날 결국 택시기사에게 가장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사정사정해서 승차 구걸을 했고, 주머니 안에 있는 동전 하나까지 탈탈 털어 기사에게 바치고는 죄송하다고, 감사하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하고 카이로 숙소에 돌아올 수 있었다.

새벽 2시 30분에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문을 걸어 잠그고는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흐느끼며 고백했다.

“주님…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삶은 이제 더 이상 제 것이 아닙니다. 살려주신 이 삶, 잘 살겠습니다…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