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김형석지음

성경 행간에 숨어있던 그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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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예수에 대해 신학적인 접근이나 교리적으로 파해친 책은 아니다 논리적인 설명보다는 철학자의 관점에서 설명하기에 세상 사람이든 그리스도인이든 누구나 읽기에 좋은 책이다.

오래 전, 노환으로 누워 계신 고 한경직 목사에게 후배 목사들이 문병을 갔었다. 문병을 마칠 즈음 누군가가 후배들에게 꼭 필요한 한 말씀을 해달라고 노종에게 간청을 하였다. 그때 노종은“목사님들! 예수 잘 믿으시오” 라는 단 한마디를 했다고 한다.

 

일생 좌우명으로 간직할만한 잠언을 기대한 그들에게 실망이었을 지 모르지만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두고두고 곱씹어야 할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크다.

고인이 어떤 의미로 그런 말을 했는지 알수 없다. 그러나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을 향해 예수가 누구인지 분명히 알고, 예수님을 예수님답게 믿는 삶을 살아라는 뜻이 아닐까?

“예수”, 부제로 “성경 행간에 숨어있던 그를 만나다”는 한 철학자가 자신의 눈에 비친 예수의 숨겨진 모습을 세밀하게 건져내 예수가 누군지를 보여주는 책으로 우리시대 최고의 지성인중 한사람인 김형석 교수가 그 저자이다.

책은 4복음서에 나타난 예수의 생애를 가능한 시간대 별로 맞추어 기술하고 있는데 세례요한을 찾는 것을 시작으로 예수의 초기 전도와 교훈들, 그리고 마지막 한주간, 부활 등 전체 1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성경에 기록된 것을 설명하는데만 그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는 예수의 말 한 마디, 몸짓 하나하나에 감추어져 있는 놓치기 쉬운 의미들을 풀어내어 부제처럼 성경 행간에 숨어있는 예수가 누군지 독자들에게 분명하게 깨닫게 하고 있다.

책에서 저자는 세계를 움직이는 힘은 바로 독서인데 우리는 컴퓨터와 휴대폰 영상문화가 범람하면서 정신적 영양부족을 초래하고 있으며 이것은 우리에게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으로 다가옴을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신부와 목사를 비롯해 많은 그리스도교인이‘논어’와 벽을 쌓고 살고 있으며, 교회 밖의 사람들은‘창세기’와 4 복음서를 외면하는 정신과 인간적 영양이 턱없이 모자라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을 매우 가슴 아파하고 있다.

또 성경이 교회 밖 사람들에게는 기독교 경전이라는 이유로 외면당하고,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읽기 어렵다는 각인된 선입견으로 무시당하는 현실에서 성경을 정확하고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없을까 하는 고민, 성경을 읽지 않아도 예수가 누구인지 나와 어떤 상관이 있는지를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권해 줄 수 있는 필요성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라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4복음서의 중심인 예수가 하나의 인간으로만 제한되는 것이 아닌 인간다움을 넘어 뭇 사람의 가장 큰 관심사인 내세에 대한 불안과 염려를 해결하는 구원자로서의 충분함이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즉 왜 예수는 온갖 상념과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신앙적 구원자인 그리스도가 될 수 있는가를 철학자의 관점과 시각으로 객관성 있게 기술하고 있다. 물론 4 복음서에서 오해하거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예수의 가르침을 제대로 깨우치도록 영감과 통찰력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서 완전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 그럴 필요도 없다. 어디까지나 기독교 경전이라는 사실 때문에 관심 밖에 두는 세상사람, 그리고 성경이라면 어렵고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선입견에 사로 잡힌 그리스도인에게 자신의 높은 철학적인 지성으로 이해하기 쉽고 예수가 얼마나 인간다운지, 또 그 인간다움에 국한되지 않고 메시아로서 어떻게 우리에게 다가 오는지를 깨닫게 하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가진 지성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저자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자신의 지성보다 믿음을 우선시 하여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음은 지성이 전부고 최고라고 자부하는 현대인들에게 도전을 주기에 충분하다.

저자는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사실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팔십이 넘은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꼭 알려줄 일이 있다면서 자신의 아들 무덤에 가서“여기에 있는 너의 아버지는 모든 점에서 모범이 될 만했고 훌륭한 편이었다. 그런데 한가지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채로 세상을 떠났다. 그것은 네 아버지는 예수를 예수로 믿었으나 그 예수가 그리스도인 것은 믿지 못했다. 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냐. 그러므로 너는 예수가 그리스도임을 꼭 믿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너에게 당부하는 유언이다” (p 137). 우리는 이 책에서 한 지성인이 예수를 찾아가는 진실함과 열정의 겸손을 배울 수 있다. <김형석/이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