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대한 오해들

흔히들 영국이라 하면 가지는 편견들이 많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그런데 런던에서 직접 살아보니, 그런 편견들이 정말 오해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혹여나 영국에 대한 오해 때문이라도 영국행을 망설인다거나 걱정이 크다면 정말 그럴 필요가 없다.

악명 높은 런던의 날씨
사람들은 흔히 영국이라 하면 날씨를 떠올린다. 계절을 떠나 매일 변덕스러운 날씨에, 흐렸다가 맑았다 가를 하루에 수도 없이 반복하는. 많은 사람들이 내게 우울증 걸리지 말라고 걱정할 정도로 사람들이 우울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살다 보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사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8월부터 12월까지 비가 오는 날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이며, 행여 비가 온다 하더라도 뉴질랜드처럼 장대비가 미친 듯이 오는 것은 아니어서 맞고 다니는 것이 매력이 있을 정도다.

1월이나 2월에 겨울여행을 하려고 생각한다면 거의 매일 구름이 껴서 흐리기는 하지만, 되려 흐린 날씨가 런던을 거닐기에는 최고의 날씨가 아닐까 싶다. 너무 덥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춥지도 않은. 사실 흐린 날의 런던의 매력까지 깨닫는다면, 런던의 악명 높은 날씨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맥도날드도 맛없는 영국?
처음 내가 영국으로 떠나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영국 음식이 그렇게 맛이 없다는데 무얼 먹고 사냐고 걱정했다. 런던은 맥도날드도 맛없다는데 어떡하냐고. 내가 생각하기엔 맥도날드가 맛이 없는 이유는 다른 맛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인 것 같다.

혼자 살면 덜 먹고 살이 좀 빠지려나 싶었는데, 더 잘 먹고 더 많이 먹는 것 같다. 또한 양은 또 왜 이렇게 많은지. 맛있다고 야금야금 끝까지 다 비우고 나면 정말 배가 터질 것 같다. 이제는 영국 사람들 양에 맞춰서 먹는 건 일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

런던에 처음 와서 수제버거집 투어를 했다. 버거집은 찾아도 찾아도 왜 계속 나오는지. 먹어보고 또 먹어봐도 먹어봐야 할 버거집이 수두룩 했다. 게다가 런던은 펍 음식이 상당히 잘 되어있다. 맛도 가격도 좋은 편이다.

역시 버거나 피시앤칩스이기는 하지만. 물론 매일 먹기엔 비싼 편이지만 한 두 번씩 나가서 외식하기에는 크게 부담이 없다.

피시앤 칩스나 버거 이외에는 영국엔 인도 음식이 굉장히 많고 잘 되어있다. 인도가 예전에 영국 식민지여서 인도 사람들이 꽤나 많이 영국에 들어와 있는 편인데 그래서 그런지 정통 인도 카레를 파는 곳이 굉장히 많다. 테이커 웨이 집들은 더더욱이나 가격도 맛도 착해서 자주 먹기도 쉽다.

사람들 말로는 맛이 없는 영국 음식은 정통 영국음식이라는데 영국 정통음식을 파는 곳은 시내에선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아마 맘 먹고 찾아야 찾을 수 있을 정도이지 않을까. 사실 생각해보면 영국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 본인들만의 요리가 없다.

예전에 책에서 본 적이 있는데 영국과 다른 유럽 국가들이 각자 무엇을 발달시킬까 고민을 하던 중, 프랑스는 에스까르고, 이탈리아는 피자, 파스타 등등 본인들만의 색깔을 넣은 음식을 발전 시켰는데, 영국만큼은 ‘빵과 잼만 있으면 된다’라는 마인드로 본인들의 제국을 살리는 데에 힘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 영국만큼은 본인들만의 특별한 요리가 없는 거라고. 그래서 영국에는 외국에서 들여온 프랜차이즈들이 굉장히 많다.

사실상 영국에 와서 내게 영국 음식은 무엇을 먹어야 하냐고 물으면, 굳이 찾아 먹을 필요가 없고, 아무거나 본인이 먹고 싶은 걸 먹으면 된다고 얘기한다. 맛있는 것도 많고 있을 것도 다 있으니 굳이 영국에서 먹을 것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영국의 물가는 살인적이다
이건 사실이기도 하나,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도 있다. 방세와 교통비는 아주 비싼 편이다. 그러나 식료품이나 실생활에 필요한 생활용품들은 굉장히 싸다. 마트들도 또 얼마나 다양한지, 좀 더 비싸게 주더라도 고급 물품을 살 수 있는 마트들부터, 모든 물건이 1파운드인 마트도 있다.

1파운드 마트 같은 곳은 물건 10개를 담아도 10파운드 밖에 들지 않는다는 것! 이 정도면 벌어먹고 살기는 꽤 괜찮은 것 아닌가.

나는 방세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굉장히 적게 내는 편이고, 직장과 가까운 곳에 살아서 교통비도 크게 들지 않는다. 물론 차를 가진 사람은 얘기가 좀 다를 수도 있다. 영국은 차는 굉장히 싸지만 유지비가 엄청나게 비싸다고 한다.

그러나 런던에서 살아보면 굳이 차가 필요가 없다. 또한 운전들을 얼마나 험하게 하는지 굳이 운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진다.

솔직히 런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집(방), 교통수단과 음식들인데, 식비만 생각해 보자면 나는 일주일 치 장을 봐도 20파운드 가량 밖에 안되다 보니 남은 돈은 잘 저축해서 유럽여행에 야금야금 쓰거나 사고 싶었던 것을 사곤 한다.

사실 영국의 물가는 런던이 제일 살인적인 것으로 정평이 나 있고, 영국의 다른 도시들은 런던보다 싼 편이다. 런던에서 살아본다면 다른 도시들이 전혀 비싸게 느껴지지도 않을 판이다. 영국의 물가, 그래도 생각한 것 보다 그리 나쁘진 않다.

인종차별
흔히 백인우월주의라고도 할 수 있겠다. 완전히 없진 않겠지만, 런던에서 크게 인종차별을 느껴본 적이 없다. 워낙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살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동양인이라고, 흑인이라고 무시하는 모습은 보기가 힘들다. 물론 살다 보면 철부지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대체적으로 아무도 내가 어떤 모습이든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처음 영국에 넘어올 당시 브렉시트(BREXIT)가 터져서 영국 내에서도 꽤 많은 분쟁이 일어났기에 혹여 인종차별이 생기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걱정과 달리 브렉시트의 여파는 영국인들의 생활에 전혀 개입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처음 영국에 왔을 땐 사람들이 참 차갑다고 생각했었다. 모두 표정이 굳어있고 아무도 서로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여서 여기서 어떻게 살아 나가야 할까 걱정했는데, 사실 영국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보면 모두 바쁜 일상에 지쳐있을 뿐, 굉장히 친절한 사람들이다.

짐을 들고 계단에서 낑낑대고 있으면 도와준다거나, 지하철이나 버스 등 자리양보도 굉장히 철저한 편이다. 사람들에게 매너가 배어있는 것이 보인다.

사람이라면 직접 경험해 보기 전엔 각자 본인이 가진 생각으로 판단하기 마련이다. 몇몇 소수의 사람들이 나누어 준 이야기가 편견으로 자리 잡아 많은 사람들이 쉽사리 발을 내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본인에게도 자라난 편견을 위해서 한 번쯤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편견이 깨지던, 편견을 깨지 못하던 어찌 되었든 나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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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민
12살 때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로 이민, 오클랜드대학교 유아교육과 졸업, 킹스크로스교회 출석, 런던에서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다. 20대에 처음으로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적응해가면서 보고 느낀 많은 것들을 나누고, 영국이란 나라, 런던이란 도시는 어떤 곳인지 조금이나마 소개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