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사막에서 한밤중에 마주한 6인조 권총 강도

“낮의 해와 밤의 달도 너를 해치 못하리 눈을 들어 산을 보아라 너의 도움 어디서 오나 천지 지으신 너를 만드신 여호와께로다”

밤 10시를 막 넘긴 어두컴컴한 밤, 카이로에서 차로 약 1 시간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사막 한복판에서 내 생의 마지막일지 모를 찬양을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불러본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사막 한복판. 베두인족들이 설치해놓은 천장 없는 무허가 천막 안에서 뻥뚫린 밤하늘의 달과 별들을 바라보며 나의 주님께 간절히 부르짖어본다.

‘아직 해야할 일들이 많은데요! 여기서 끝날리가 없는데요!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아멘! 살고 싶어요…!’

내 앞에는 영어를 한 마디도 할 줄 모르는 덩치 큰 두 명의 베두인족 아저씨들이 물담배를 피우며 모닥불에 끓인 차를 마시고 있다. 입가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번져있다. 한 자루의 검은색 권총을 손에 쥐고 손수건 안에 곱게 감춰져있던 실탄 꾸러미를 한주먹 꺼내어 내 눈 앞에 펼쳐놓으면서 말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두 명의 또 다른 사막의 베두인족 형님들이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그 중 한 사내는 나의 기도 응답이라도 되는 것처럼 굵고 기다란 무식해보이는 막대기를 들고 장엄하게 등장했다.

권총에, 총알꾸러미에, 굵직한 막대기에… 이제는 4대1이다… 가장 가까운 마을에서도 30분을 꼬박 모래사막을 걷고 또 걸어야 들어올 수 있는 이 사막 한복판의 무허가 천막. 대체 어떤 대단한 것을 보겠다고 관광객들이 찾지 않는 이 험하고 음침한 사막으로 나는 들어와 있는가… 밤 10시가 넘는 시각에 말이다.

불과 8시간 전, 기자 (Giza) 피라미드에서 만난 한 이집트 청년 친구와 대화를 주고받다가 알게 된 ‘아부 씨르’(Abu Sir)라는 사막의 존재, 그곳은 기자보다 훨씬 더 역사가 깊은 피라미드가 존재하는 사막, 아직까지도 발굴작업이 진행 중인 미지의 세계,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아 발걸음이 뜸한 숨겨진 이집트의 보석, 그렇게 엄청난 곳에 자기 친구들이 천막을 짓고 살고 있으니 나를 기꺼이 초대해 주겠다는 녀석의 꼬임에 넘어가 이렇게 무모한 모험을 하게 될 줄이야…

나의 모든 여행을 통틀어 사기꾼들을 만날 확률이 가장 유력한 여행지 0순위 이집트이었는데, 그래서 인터넷으로 이집트 사기꾼들의 유형과 패턴도 미리 공부해갔었던 나름대로 철저히 준비된 여행이었는데, 감히 어떻게 그런 나를 속일 수 있단 말인가… 아! 사기꾼이 괜히 사기꾼이 아니지! 그 녀석 말을 믿은 나를 탓 할 수 밖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하지 않았던가. 타이거 바이트, 마인드 컨트롤, 라이프 오케이! 오… 주님… 불쌍히 여기소서.

이들이 나에게 입어보라며 건네준 베이지색 이집트 전통 복장과 중동 사막에서 착용하는 두건, ‘이집트 왕자’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차림의 나는 영락없는 사막 사람이었다. 막대기나 총이 없는 것만 빼고.

어떻게 이 ‘사막의 음침한’ 텐트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지 마음속으로 쉬지 않고 기도하며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녀석들이 한눈팔고 있는 사이 모래를 한 움큼 쥐어서 눈에 뿌리는 거야, 그리고 미친듯이 달아나볼까…? 달리기가 느린편은 아니니까 가능할지도. 아… 그런데 난 지금 등산화를 신고 있잖아. 그리고 한발자국 내딛기만 해도 늪처럼 내 발을 빨아들이는 듯한 사막의 모래바닥에서는 좀 힘들 것 같은데. 게다가 괜히 이 녀석들 성질을 건드렸다가 화만 돋우어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면…

마을에서 30분이나 떨어진 이 고립된 사막에서 내가 죽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나 할까? 총소리가 마을까지 들리기는 할까? 아니야, 괜한 짓 하지 말자. 고분고분 가만히 있자… 최대한 침착하게, 두려워하는 내색을 하지 않고, 태연하게, 아무렇지 않게, 잠잠히 기다리자… (심장은 벌렁벌렁 뛰고 있었다)’

그렇게 긴장하고 있는 사이, 한시간 전 마을로 저녁식사거리를 사오겠다며 일어섰던 두 젊은 이집트 사내들이 음식을 가득 안고 사막으로 돌아왔다. 바로 나를 이 어둠의 골짜기로 초대해준 영어에 능통한 영악한 이집트족속 1(원)과 2(투)였다. 그들의 이름은 아흐메드와 이브라힘! 이 괴씸한 이름을 어찌 잊으리요!

이집트 남성 6명들의 홈그라운드 사막에서 밤 11시가 넘어 시작된 저녁 식사.
‘내가 바보인 줄 알고, 분명 내게 건네는 음식에 무언가를 넣었겠지. 이 정도는 뻔한거잖아’

이들이 권하는 음식을 절대 먹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있었는데, 노릇노릇 군침돌게 잘 익혀진 훈제 치킨과 밋밋하게 생긴 못생긴 이집트식 주머니빵을 우걱우걱 잘만 집어삼키고 있는 사막 도적들을 보고 있자니, 오후 2시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 나의 위에서부터 꼬르륵 신호가 메아리친다.

이미 권총에 총알꾸러미까지 꺼내놓은 상황에, 에이, 일단 배부터 채우자! 너무 배가 고팠던 나머지 결국엔 못이기는 척 남은 치킨의 일부를 뜯어 조심스레 꼭꼭 씹어 식도로 넘기는 순간‘아악! 이럴 수가…바로 이 맛이야!’

나의 주님은 이런 식으로 나의 원수의 목전에서 상을 베푸시는 걸까, 이 상황에 치킨이 맛있는 건 대체 뭐란 말인가?

‘내 잔이 넘치나이다’ 두 개 밖에 되지 않는 컵에 콜라와 모닥불에 끓인 차를 한입씩 돌려가며 마시니 이렇게 만족스러울 수가 없다. 내 평생 절대 잊지 못할 달빛 아래 이집트 사막 치킨 파티.

이제 잘 먹었으니 용기를 내어 결단을 실행해야한다. 어떻게 이 곳을 벗어날 것인가! 나는 용기를 내어 영어를 할 줄 아는 간사한 사내들에게 말했다.

“그대들과 이곳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심히 즐거우나(개뿔이!) 12시 자정에 카이로에서 친구와 만나기로 한 약속이 있다네.(이집트는 늦게 자는 민족, 이 시간의 만남 약속은 뻥으로 들리지 않는다). 내가 사막길을 모르니 마을까지 바래다 줄 수 있겠는가?”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두 청년이 나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좋아, 바래다 주지. 대신에…”
(다음 8회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