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지난 20일부터 시국 비판 풍자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작가들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의 장관까지 구속되게 만든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분들이라고 합니다.
전시된 작품 중에 박대통령을 나체 상태로 표사한 그림이 있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프랑스 화가의 누드화를 패러디한 것으로 모델인 여성의 얼굴에 박대통령의 얼굴을 넣었습니다.
배경에는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고 나체 상태의 박대통령은 잠을 자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 작품의 이름은 ‘더러운 잠’이었습니다
아마도 작가는 세월호 7시간의 비밀을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나체화라는데 있습니다. 물론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어 권한이 정지되기는 했지만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박 대통령은 여전히 대통령입니다.
당연히 새누리당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인격살인이라면서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를 주관한 한 국회의원은 표현의 자유를 정치권력이 또 다시 공격한다면서 적절하지 못한 반응이라고 대응했습니다.
각기 다른 정당 출신이 여성 국회의원 14명은 여성 대통령에 대한 성적 비하와 조롱이며 최소한의 상식마저 저버린 행위라면서 당사자인 국회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더불어 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도 정치에서는 품격과 절제가 중요하다면서 이번 누드화 전시에 대한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사회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예술을 통해 표출한다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누구든 또 어떤 방식으로든 각자의 생각을 표현할 자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 대통령의 누드화를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그것도 현직 국회의원이 주도해 국회에서 전시를 했다는 것은 어쩐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계속되는 촛불집회상황을 유튜브를 통해서 보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어른들만이 아니라 어린 아이들 조차도 스스럼없이 대통령의 이름을 성도 없이 또 직함도 없이 원한에 사무친 소리로 외쳐 부르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박대통령에 대한 동점심을 갖고 있지 않으며, 그분을 두둔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제가 염려스러운 것은 참으로 불행하게도 한국에서는 권위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정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종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사회에서 교회, 목회자, 기독교인에 대한 신뢰도는 모두 30% 이하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은 교회와 목회자와 기독교인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목회자와 목회자의 영적 권위에 대한 존경심도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권위는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영향력을 끼쳐 다른 사람들이 따르게 하는 힘입니다. 그러나 정치의 권위가 무너지면 아무도 그 권위를 따르지 않는 국가적 혼란이 심화됩니다. 더불어 종교의 권위가 무너지면 사회의 정신적 질서가 허물어지게 됩니다. 정치와 종교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진 사회의 모습이 어떠할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 또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 권위와 존경심이 사라져가는 사회를 바라보는 것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일입니다. 아니 어쩌면 제 자신이 존경심 상실의 시대를 불러오는데 한 몫을 했을지 모른다는 책임감이 좁은 어깨를 짓누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