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최근에 한국을 다녀 온 싱가포르에 사는 지인에 의하면, 싱가포르 창이공항 입국장에서 환호하는 싱가포르 소녀들의 틈을 비집고 빠져 나오느라고 힘들었다고 한다.

다름이 아니라 한류스타 ‘박보검’이 팬미팅을 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도착하는 날 우연히 같은 비행기를 타고 왔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동남아를 순회하는 ‘한류’스타들을 보기 위해 젊은 현지인들의 공항마중은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다.

‘한류스타’의 이름이 씌여진 피켓을 들고 출국장을 꽉 채운 환영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는 상황은 뉴질랜드에서 살 때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라 얘기만 들어도 너무 신기하게만 느껴진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공항에 다수의 경찰들이 동원되는 풍경 역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한국의 인기 드라마로 인해서 주제곡(OST) 또한 인기가 높아지면 많은 현지인들이 한국사람들에게 가사 내용에 대한 번역을 부탁하기도 하고 뜻도 모르면서 따라 부르다가 한국어를 배우게 된 현지의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대중문화가 한국을 홍보하는데 많은 역할을 했지만, 우리가 가진 다양한 문화와 수준 높은 클래식 문화도 널리 알리는 균형있는 문화홍보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왜냐하면 대중문화는 유행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컨텐츠를 업그레이드 하지 않으면 어느 시점이 지나서는 더 이상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지 않기 때문에 하향곡선을 그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간 클래식과 전통예술의 전문 인력이 많이 양성되었기 때문에 국제무대에서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일예로 싱가포르에는 예술대학이 소수이며 특히 오페라 가수의 숫자가 너무 적기 때문에 항상 한국의 가수를 초빙하지 않으면 다양한 레퍼터리에 나오는 배역을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없다. 특히 유럽무대에서 활동하던 한국의 오페라 가수들은 그 기량에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수준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느 나라 어느 무대에서든지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안의 얼굴을 가지고 역량을 발휘하는 한국인이 오페라의 주인공으로 아시아의 간판스타 격으로 부담없이 초빙이 된다.

일본은 굴지의 기업이 클래식 음악회와 음악인들을 후원하고,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클래식 음악을 육성한다. 그러나 한국은 개인의 능력과 노력으로 세계수준의 클래식 반열에 올라 국제무대의 콩쿨을 휩쓸고 있다.

이태리에서 열리는 성악 콩쿨중에는 지원자들을 한국인과 비한국인으로 나누어서 참가시키는 콩쿨들이 꽤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우승, 준우승 모두 한국인이 차지하기 때문에 다른나라 사람들의 참가 의욕을 저하시키는 것이 큰 이유라고 한다.

그만큼 한국인들의 타고난 능력 뿐만 아니라 노력으로 유럽의 성악계를 지배하는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미 유럽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한국의 오페라 가수들이 싱가포르 오페라단의 주인공으로 초청되면서 현지팬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 성악가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한국 성악가에게 개인 레슨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한국인 오페라 가수가 출연하는 공연을 보기 위해 일본에서까지 비행기를 타고 오는 일본팬도 있다.

현지인들과 싱가포르에 상주하는 유러피안들 중에 오페라 마니아들은 한국 성악가들의 탁월함을 이미 알기 때문에 공연을 손꼽아 기다리는 팬들이 많다.

오페라의 종주국인 유러피안 못지 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는 한국 성악가수들의 공연을 즐기는 현지인들은 출중한 실력을 가진 한국인을 통해서 아시안으로서의 자부심과 더불어 대리만족감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우연히 현지인과의 대화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왜 한국인들은 오페라 무대에서 환영을 받는 것일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특히 오페라나 독일가곡을 가장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는 한글의 발음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점은 세종대왕님께 감사해야 할 부분이다.

대부분의 오페라들이 이태리어로 되어있는데 가장 가까운 발음을 한글로 표기 할 수 있기에 가사를 익히는데 그리고 정확한 발음으로 노래하는데 무리가 없다고 한다.

또한 선천적으로 열대지방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아름답고 명쾌한 소리를 내는 한국인의 탁월한 성대와 풍부한 성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을 발휘하게 한다. 한국 창작 오페라 ‘천생연분’이라는 공연이 3년전에 싱가포르에서 공연되었다.

아름다운 한복의상에 한국적 분위기의 무대장치와 해학이 넘치는 스토리의 전개, 그리고 뛰어난 연기력과 음악성은 예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한국적 오페라의 새로운 시도를 국제 무대에서 보여주었다.

이 격조있는 한국 클래식문화와 예술의 우수성을 세계무대에서 인정받는 기회가 되었음은 물론 한인 차세대들에게 문화민족의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자녀들이 혹시 K-Pop에 너무 빠져 있다면 아름다운 한국의 시가 들어있는 한국가곡을 소개하면서 균형있는 예술문화의 감각을 키워주면 어떨까?

해외에서 자녀를 키우면서 한국의 전례동화도 들려주고 판소리도 함께 차세대에 전수해 준다면 찬란한 문화유산과 함께 타고난 예술적 감각이 어우려져 세계무대를 빛낼 진정한 예술가들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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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혜미
10년동안 뉴질랜드에 거주하며 교육이민의 경험을 담아낸‘해외에서 보물찾기’저자로 글로벌 시대의 자녀교육을 위한 교육 에세이를 출간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현재 싱가포르에서 아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한류에 대한 교육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