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아니라 횃불을!

신문을 마감한 다음 날, 한국을 방문하기 위해 허겁지겁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한국에 오면 늘 머무는 언니 집에 도착하여 회포도 풀기 전에
티브이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최순실 게이트’에 귀를 세우며
나라와 민족을 심히 염려하며 온 가족이 나라 걱정을 합니다.

‘나라 떠나 있으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처럼
안에 있으나 밖에 있으나 우리나라가 염려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며칠 후면 대규모 집회가 있다고 연일 방송은 떠들어 대고
티브이 화면 가득 구속되는 자들의 모습과
피켓을 든 국민들의 모습이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4시간 밖에 시차가 안되는데도 초저녁이면 헤롱헤롱 거리다가
새벽이면 눈이 말똥말똥거립니다.
지인들에게 잘 도착 카톡을 날립니다.

무사히 한국에 입성했습니다.
신문마감하고 바로 떠났더니 피곤이 확!
어제 하루는 그냥 푹 쉬었죠.

근데 우리나라가 많이 아프네요.
기도가 정말 필요한 때 인 거 같습니다.
뉴질랜드도 건강해야 하는데…

지구가 다 몸살입니다.
그래도 오늘 하루도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승리입니다.

카톡을 보내고 조금 지나자 답이 한 통 왔습니다.

잘 도착하신 거 같았어요.
어제 꿈에 뜬금없이 일본에서 만났답니다.
거기서도 열심히 잘못된 일을 항의하시고,
시민들과 함께 하는 장면을 꿈꿨어요.
몸 관리 잘하시고요.
정의로운 일에 너무 가담하지 마시고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 가지세요

갑자기 이런 카톡을 받고 나자
며칠 후에 있을 대규모 집회에 참석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듭니다.

남의 꿈에, 남의 나라에서 남의 피켓을 들고 설쳤나본데
어찌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우리나라의 이런 아픔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있나.
나도 광장에 나가 촛불과 피켓을 들어야 하는거 아닌가?

혼란한 국정과는 상관없다는 듯이 거리에 나가보면
아무런 요동이나 혼란함 없이 평온하고 모든 것이 거리마다 풍성하게 넘쳐납니다.
먹거리, 입을 거리, 쓸 거리들이 눈을 현혹합니다.

그래도 교회는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간절히 기도하며 부르짖는 모습입니다.
이것이 우리나라를 아직까지 지탱해주는 가장 큰 촛불이자 피켓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말씀으로 살아있는 교회와 성도들의 애끓는 기도가
삼천리 방방곡곡에 울려 퍼지기에
우리는 아직 소망이 있고 미래가 있습니다.

이제 끝났다는 절망이 아닙니다.

오늘,
우리가 진정으로 들어야 할 횃불은
광장을 밝히는 촛불이 아닌
바로 기도의 횃불이요,
정의의 횃불이요,
말씀의 횃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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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애
크리스천라이프 대표, 1997년 1월 뉴질랜드 현지교단인 The Alliance Churches of New Zealand 에서 청빙, 마운트 이든교회 사모, 협동 목사. 라이프에세이를 통해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잔잔한 감동으로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날마다 가까이 예수님을 만나요' 와 '은밀히 거래된 나의 인생 그 길을 가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