삯군 목자와 선한 목자

삯군 목자와 선한 목자

삯군 목자와 선한 목자

“크응!”
“안돼!”

아벨의 바로 눈 앞에서 어린 숫양 한 마리가 또 이리에게 물려갔다. 푸른 풀밭이 금방 핏빛으로 번졌다. 최근에 이리떼가 돌아다니는 통에 벌써 몇 마리가 물려갔는지 모른다. 양들은 포식자의 등장에 두려움으로 몸을 떨었다.

“당분간 가축들을 내보내지 마!”

라반이 목자들에게 엄명을 내렸다. 아벨은 무엇보다 암양 술람미가 겁을 잔뜩 집어먹고 있는 게 안타까왔다.

“곧 모든 게 괜찮아질 거야”

라고 하며 다독거렸지만, 이리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무능력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양들이 우리를 벗어나지 않자, 이리는 대담하게 우리 근처까지 바싹 다가왔다.

“세상에, 이리가 여기까지 왔어.”

이젠 울고 있던 새끼 양도 ‘이리다’ 하면 울음을 뚝 그칠 정도로 이리는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아벨은 꼬맹이 시절에 아빠에게 적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아빤 이렇게 대답했었다.

“목자에게로 도망쳐라. 목자가 살 길이란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지금 삯군 목자들은 양보다 자기 목숨을 지키는 게 더 급한 것 같았다. 숙소에서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문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다.

‘무슨 대책이 없을까?’

라반은 속이 타서 아들을 불러 상의했다. 아들은 산헤드린 공의회의 행정관리지만, 어릴 적부터 가축을 돌보아온 덕분에 목장 사정을 잘 알았다. 아들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나라도 나서야 겠어!’

그는 시냇가로 내려가 조약돌을 몇 개 줍고 손에 물매를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자 이리떼가 또 나타났다. 용감하게 이리떼와 맞선 아들은 달려가며 재빠르게 물맷돌 하나를 쓩 날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돌이 이리의 머리를 정확히 맞추어버렸다!

“깨갱”

방심하던 이리는 기겁을 하여 꼬리를 내리고 도망쳐버렸다. 자신감이 생긴 아들은 다른 이리를 겨냥해 다시 돌을 날렸다. 또 적중! 돌에 머리를 맞은 이리는 비틀거리다 또 달아나버렸다.

그러자,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삯군 목자들도 용기가 나는 모양이었다. 저마다 집에서 나와 물매를 잡더니 돌멩이를 날리기 시작했다. 맞기도 하고 빗나가기도 했지만, 이리떼의 기를 꺾어놓기엔 충분하였다.

이제 다음은 양 치는 개의 몫이었다.

“컹컹컹!”

한번 기가 꺾인 이리는 기세등등하게 달려드는 개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혼비백산하여 도망치기에 바빴다.
라반은 아들이 자랑스러웠다.

“어떻게 그런 용기가 났지?”

라반이 대견해하자 아들은 뜻밖에도 예수란 이름을 입에 올렸다.

“아버지도 얼마 전 십자가에서 죽은 예수를 아시죠?”

“그럼, 알고말고. 요즘 예루살렘에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갑자기 그분 말씀이 생각났어요.”

“무슨…말?”
“목자와 양에 대한 비유였어요.”

아들은 잠시 뜸을 들인 후 말을 이었다.

“나는 선한 목자다. 선한 목자는 양을 위해 자기 목숨을 버린다. 삯군은 목자가 아니요, 양도 자기 양이 아니다. 그는 이리가 오는 것을 보면 양을 버리고 달아난다.”

“그가 그런 말을 했었어?”

“예. 저는 스스로에게 질문했어요. 나는 삯군 목자인가? 아니면 선한 목자인가?”

라반은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너 말이야. 혹시, 예수에 대해 더 알고 있는 게 있니?”

그 물음에 아들은 주저하는 표정을 짓더니, 그 동안 감춰온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하였다.

“사실은 제가 예수님을 찾아간 적이 있었어요.”

“그래? 무슨 일로?”

“그 분에게 영생의 길을 여쭤보고 싶었어요. 근데…..”

“근데?”

“그 때 그 분의 대답은 저에게 절망만 안겨주었어요.”

라반은 예수가 아들에게 절망을 안겨주었다고 하자 적이 당황하며 물었다.

“절망? 대체 뭐라고 했길래?”

“제가 온전하기를 바란다면 가서 모든 소유를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라고 하시더군요.”

아들은 이 말을 들은 후 매우 슬퍼하며 예수를 떠났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그러자 라반은 펄쩍 뛰었다.

“어떻게 모은 재산인데, 그걸 모두 가난한 자에게 나눠주라고? 얘야, 관둬라! 무슨 영생의 길이 낙타가 바늘 귀로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