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낚는 어부로 살자!

10

예수 제자들은 닻을 올리고 뭍을 향해 배를 움직여갔다. 곧 닿을 거리였지만 베드로에겐 너무 더디 간다고 느껴졌다. 발을 동동 구르더니 더 참지못하고 겉옷을 입은 채로 배에서 첨벙, 물로 뛰어들었다.

헤엄을 친답시고 양팔을 휘저어댔지만, 마음만 급해 허겁지겁하는 통에 오히려 속도가 더뎌졌다. 베드로가 호숫가에 다다랐을 땐 배도 거의 도착해있었다.

“주님”“주님”

제자들이 저마다 주님을 불렀다. 다들 한 걸음에 뛰어가보니, 마치 꿈인 듯 과연 예수가 거기 서있었다. 숯불을 피웠는데 빨갛게 달아오른 숯에서 불이 피어올라 생선을 굽고 있었고, 불판 옆 소쿠리엔 먹음직한 떡도 소담스레 담겨있었다.

예수가 말했다.
“지금 잡은 생선을 좀 가져오라.”

베드로에겐 예수의 그 명령이 무척 반가운 눈치였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신이 난 베드로가 재빨리 움직였다. 바람같이 배로 달려가더니 아직 풀지 않은 그물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근데 고기들이 이상했다. 베드로가 손에서 그물을 도로 놓곤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얘들이 왜 가만히 있지?”

그물 속 고기 중에 파닥거리는 놈이 한 마리도 없었다. 다들 잠자듯 가만히 누워있기만 했다. 베드로는 뒤따라 달려온 다른 제자들과 함께 뭍으로 그물을 옮겨 땅에 풀어 펼쳤다. 그러자 이상한 일이 또 하나 발견되었다. 그물에 단 한 종류의 물고기, 틸라피아만 들어있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어?”“뭐야?”
“왜 죄다 틸라피아만 잡혔지?”
“산 거야? 죽은 거야?”

기이한 광경에 베드로가 앞으로 얼른 나서더니 한 마리씩 손으로 잡고 상태를 살폈다. 그렇지만 그들은 분명 살아있었다. 아가리를 뻐끔거리며 멀쩡히!

내친 김에 베드로가 팔을 걷어붙였다. 숫자를 하나, 둘 세어가며 일일이 확인에 들어갔다.
“하나…열….백…..백쉰, 백쉰하나, 백쉰둘, 백쉰셋. 모두 살아있어!”

희한한 일이었다. 무려 153마리의 틸라피아가 그물에서 잠자듯 조용히 누워만 있다니! 그러나 마냥 그렇지만은 않았다. 고요한 물결에 파문이 일듯 그 중 몇 마리가 갑자기 파닥거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그들의 움직임이 커지더니 이내 그물 밖으로 뛰쳐나가버렸다.

얕은 물가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요나가 외쳤다.
“앗, 무당이닷! 다섯 똘맹이도 있어!”

먼 발치에서도 요나는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다섯 똘맹이라 함은 요나를 습격했던 바로 그 다섯 놈의 테러리스트를 일컫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왜 저들 무당패거리가 갑자기 그물을 뛰쳐나간 걸까? 그것 말고 의문은 또 있었다. 방금 전, 물가 돌멩이 위에 내려앉은 갈매기 기드온의 눈에 까닭 모를 눈물이 고여있는 것이었다.

요나와 바나바가 의아해하자 기드온이 입을 열었다.
“내가 저들이 하는 말을 들었어.”

그물 가까이 다가갔다가 우연히 그물 속 무당 일파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는 것이다. 기드온이 전하는 대화 내용인즉슨 다음과 같았다.

먼저 무당이 말했단다.
“그 동안 내가 뭔가에 홀렸던 것 같아. 이젠 깨어났어. 예수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온 바로 그 때였지. 어차피 그물에 잡힌 이상 난 죽을 거야. 그러나 그렇다고 덧없이 죽고 싶진 않아. 이제 내 생에서 가장 멋진 일을 하려고 해. 바로 예수께 내 몸을 드리는 거지. 모두들 그 동안 너무 미안했어. 암눈!”

돌보는 물고기란 뜻의 틸라피아 인사말, 암눈. 무당은 이 생의 마지막 자락에서 예수께 기꺼이 몸을 바쳐 암눈의 삶을 살고자 했다. 그렇게 무당이 먼저 그물을 뛰쳐나가자, 그를 줄곧 따라다녔던 다섯 마리의 측근들도 뒤따라 뛰쳐나갔다.

“죽을 땐 한날 한시에 같이 죽기로 했잖아.”
“나쁜 일을 같이 했으니 좋은 일도 같이 해야지!”

예수께 드릴 생선을 고르던 베드로의 눈에 그 여섯 마리가 눈에 띄었다. 굳이 달리 찾아 나설 이유가 없었다. 힘차게 파닥거리는 모습이 한 눈에 보기에도 싱싱함, 그 자체였다. 얼른 배에서 광주리를 꺼내 그들을 차례차례 담았다.

잠시 뒤, 마지막으로 무당을 광주리에 넣고 숯불로 발걸음을 옮기던 베드로는 어디선가로부터 시선이 자꾸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 호수 쪽이었다.

갈매기 두 마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물속에 박혀 물밖에까지 고개를 내민 나뭇가지에 갈매기 두 마리가 앉아 자길 보고 있었다. 동그랗게 뜬 까만 두 눈으로.

옆으로 눈을 돌리니 커다란 잉어도 자길 보고 있었다. 근데 잉어 바로 곁에서 유독 베드로의 맘을 사로잡는 시선이 하나 느껴졌다. 베드로의 눈망울에 들어온 또 한 마리의 물고기. 틸라피아였다. 아침 햇살을 받아서일까? 유난히 눈빛이 반짝거렸다.

베드로는 묘한 감상에 젖어 들었다.
‘갈매기, 잉어, 틸라피아….도저히 함께 어울릴 사이가 아닌 저들이 어찌 친구처럼 나란히 서서 날 보고 있을까?’

문득 그들의 시선이 혹 언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찾아들었다. 뭔가를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베드로로선 알 길이 없다. 뭘까? 대화할래야 할 수 없는 인간과 동물 사이. 순간, 베드로의 마음 안에서 그 단절의 벽이 허물어 내리며 놀라운 소통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뭐, 내게 할 말이라도 있는 거니?’

베드로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러자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잡은 틸라피아를 모두 살려주시면 안되나요?’
‘왜? 왜 그래야 하는데?’
‘암눈….서로를 돌보는 세상을 위해!’

그 암눈이란 단어가 베드로의 가슴을 칠 때, 요한이 크게 외치는 소리가 갈릴리 호수와 하늘로 퍼져나갔다.

“베드로! 잡은 물고기를 다 놔주자. 이제부터 우린 사람낚는 어부로 살 거니까.”

그 말에 베드로의 얼굴에서 함박꽃 같은 미소가 떠올랐다. 요나, 바나바, 기드온과 드보라에게도. 그들 모두를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리며 축복하는 예수의 얼굴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