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 사람이“배 오른편에 그물을 던지라”고 말한 바로 그 때부터, 호수의 물밑 세계에선 실로 상상을 초월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때 물귀신교 틸라피아는 과연 어디에 있었을까? 놀랍게도 배 오른편이었다. 이미 배 밑에서 빠져 나온 뒤였다. 이는 무당의 명령에 따른 것이었다. 베드로의 전후 좌우 공격을 따돌리기 위해 배 밑으로 들어가긴 했으나 그곳인들 언제까지나 안전할 순 없단 판단이었다.
“오른쪽으로”
무당의 은밀한 지시에 물귀신교 전원은 신속히 배 오른편으로 위치를 이동하였다. 그리고 숨을 죽이며 배 위를 관찰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당의 눈에 어부들이 그물을 거두어들이는 모습이 들어왔다. 무당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떠올랐다. 한쪽 입 꼬리가 삐죽 치켜 올라갔다.
‘철수하는구나.’
이제 상황은 끝났다. 긴긴 밤이었다. 마침내 물고기가 어부를 이긴 것이다. 남은 일이라곤 승리를 자축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그때, 무당의 귓전에 기절초풍하고도 남을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배 오른편에 그물을 던지라. 그리하면 잡으리라.”
홀연히 나타난 호숫가 남자의 말이었다. 무당의 얼굴은 사색이 되고 말았다.‘우리가 오른쪽에 있단 걸 저자가 어찌 알았을까?’머리 속이 하얘지면서 모든 생각이 정지되고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즉시“왼쪽!”을 외쳐야 할 긴급상황인데도 무당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상한 장면은 물밑 뿐 아니라 물위에서도 벌어졌다.
“배 오른편에 그물을 던지라”는 말이 들려올 때 베드로가 보인 반응이 몹시 기이했다. 눈물! 그저 그는 눈물만 흘렸다. 첨엔 놀란 토끼 눈이더니 곧바로 고개를 푸욱, 떨군 채.
옆에 선 다른 제자들이“베드로!”하고 부르자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리며 배 바닥에 널려있던 그물을 주섬주섬 챙겨 들었다. 요한이 물었다.
“뭐해?”
“뭐하긴. 그물을 다시 던져야지. 오른편으로!”
베드로는 그렇게 대꾸하며 목소리에 촉촉이 젖은 물기를 털어냈다.
“어영차”
베드로가 구령을 넣어 던진 그물이 잠시 허공을 날더니 이내 촥, 소리를 내며 호숫물과 부딪쳤다. 그물은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고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갔다.
틸라피아의 떼죽음이 코앞에 다가왔다. 초비상사태! 그런데 이 어인 일인가? 무당은 여전히 꿀 먹은 벙어리였다. 물귀신교 수하들이야 영혼 없는 강시에 불과하다. 무당이 명령하지 않으면 모두 동작 그만! 이었다. 무당의 입이 꼼짝 않으니 물귀신교 모두 바늘 박힌 벌레처럼 배 오른편에 박혀있었다.
무당은 죽을 맛이었다. 필사적으로 입을 달싹거리며 ‘왼쪽’ ‘왼쪽’을 골백번도 더 외쳤지만 그 말이 도대체 입 밖으로 나가지를 않는 것이었다. 눈에 선 핏발이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어찌할 바를 몰라 미친 놈처럼 제자리만 뱅뱅 돌고 있던 무당에게서 드디어 말문이 터졌는데, 정작 튀어나온 말이 기상천외했다.
“예수닷!”
난데없이 그는 예수를 외쳤다. 그 돌연한 외침에 물귀신교 모두가 무당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예수?”
워낙 처음 듣는 명령인지라 반문 반 복창 반으로 소리친 것이었으나,‘예수닷’ ‘예수?’를 주고받으며 다들 예수의 이름을 목청껏 외친 바로 그 순간, 무당과 물귀신교 모두의 몸 속에서 뭔가 희끄무레한 형체들이 황급히 빠져 나가버렸다.
한편에 떨어져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잉어 바나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게 뭘까?’
곁에 있던 요나도 모르긴 마찬가지였다. 우물쭈물하는 사이, 눈앞 상황이 순식간에 급변했다. 무서운 기세로 내려온 그물이 삽시간에 물귀신교를 덮치고 만 것이다. 그런데 묘한 일이었다. 떼로 잡힌 그들이 미동도 하지 않고 그물 속에 얌전히 누워 차곡차곡 쌓여있기만 했다.
“왜, 왜 가만히들 있는 거지?”
그물 밖에서 지켜보는 요나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슬픔이 솟구쳤다. 아무리 사악한 무당과 물귀신교라 할지라도, 그들 역시 엄연한 틸라피아 동족이 아니던가?
그때 바나바가 입으로 툭툭 요나를 건드리며 말했다.
“쟤들을 잘 봐. 뭔가 이상해.”
그 말에 요나가 자세히 보니, 아니나 다를까, 동공에 잡힌 그물 속 무당의 얼굴이 정말 이상했다. 표정이 싹, 달라진 것이다. 더없이 온순한 눈빛에, 얼굴에 항상 서려있던 귀기가 말끔히 사라졌다.
다른 녀석들 역시 그랬다. 얼굴에 붙어 다녔던 불량끼가 썰물처럼 다 빠져 나가버렸다. 잠깐 사이에 저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잠시 생각해보던 요나가 곧 얼굴을 활짝 피며 바나바를 향해 소리쳤다.
“맞아, 바로 그거야. 방금 저들에게서 빠져나간 희끄무레한 형체들. 바나바! 지난번 호수에 빠져 죽은 2천마리 돼지 떼를 기억해? 그때 희끄무레한 놈들이 돼지 떼에서 나와 무당과 물귀신교 몸에 들어갔었지. 그 놈들이야. 그 놈들이 방금 저들 몸에서 빠져 나간 거야.”
그건 덩실덩실 춤이라도 출 만큼 좋은 일이었으나, 안타깝게도 지금 요나 눈앞에서 펼쳐지는 장면은 그와 정반대의 끔찍한 것이었다. 그물이 물 위로 막 들려 올라가고 있었다. 가득 잡힌 틸라피아로 그물은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 부풀어올랐다.
베드로가 요한을 힐끔 쳐다봤다. 어서 도와달란 뜻이었지만 웬일인지 요한은 뒤로 빠져버린다. 그러자 다른 두 명이 급히 달라붙어 그물을 함께 올렸다.
근데 그 후 뒤로 물러선 요한의 행동이 심상찮았다. 고기잡이 따위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배 밖으로만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의 시선은 계속 호숫가 사람을 향하고 있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던 요한에게서 이윽고 느닷없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오, 주님! 주님이시다!”
그 외침이 호수를 가득 울리자, 그물을 배 안으로 막 끌어올리던 베드로가 그만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그의 온 몸에서 맥이 탁 풀린 것 같았다. 그물을 쥐었던 손이 힘없이 아래로 처졌다.
베드로는 망연자실, 하늘을 올려다봤다. 오래지 않아 베드로가 이를 악무는 모습이 보였다. 몸을 다시 벌떡 일으켜 세우더니 옆에 벗어뒀던 겉옷을 챙겨 입었다. 때마침 호수를 비추는 아침햇살에 베드로의 눈빛이 형형히 빛나고 있었다.
뱃전에 내려앉아 이 광경을 쭉 지켜보던 갈매기 기드온이 아내 드보라에게 귀엣말로 속삭였다.
“베드로는 이미 알고 있었던 거야. 호숫가 사람이 누구란 걸.”
드보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휴우, 예수는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세상이 뒤집힐 일이네. 십자가에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예수라…”
두 갈매기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너무나 엄청난 사실 앞에 둘은 말을 꿀꺽, 삼키며 속으로만 질문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저들 무당과 물귀신교는? 우리 삼총사는? 예수의 제자들은? 아니, 갈릴리를 넘고 넘어 하늘과 땅과 물속 세계, 이 모든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