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의 본질

한국의 어느 신문 기사 중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습니다.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과의 케네스 로고프 교수의 책 ‘화폐의 종말(The Curse of Cash)’에 관한 기사였습니다.

자신의 책에서 로고프 교수는 화폐를 폐지하는 것이 주는 이득을 주장했습니다. 그는 현금이 없어지면 탈세, 마약 거래, 부정부패 등 범죄를 현저히 줄일 수 있고, 이를 통해서 정부는 세수를 늘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범죄에는 현금이 사용됩니다. 추적을 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도 보면 범죄자들이 현금이 가득 채워진 가방으로 거래하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특별히 고액권은 어느 나라에서나 범죄와 연관이 많습니다.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범죄와 연루된 돈세탁을 역추적하다가 많은 경우 고액권이 지하경제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한국의 경우도 9월말 현재 5만원권 발행 잔액이 전체 화폐 발행 잔액의 77%이지만 누적환수율은 43.5%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누군가 상당액의 고액권을 소유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화폐가 폐지되면 탈세도 어려워지게 될 것입니다. 현금거래가 없어지기 때문에 추척을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없습니다. 이로 인해서 정부의 세수가 증가하게 될 것입니다. 세금을 내지 않고 현금으로 임금을 주고 받는 일도 없어질 것입니다. 뇌물을 주고 받는 것도 쉽지 않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종종 과일상자에 현금을 넣어서 뇌물로 주는 것이 대표적인데 이것도 어려워집니다.

사실 요즘 사람들은 현금 보다는 카드는 많이 사용합니다. 저 역시 대부분의 경우 지갑에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습니다. 요즘엔 지갑도 가지고 다니지 않습니다. 휴대폰 케이스에 체크카드나 신용카드 한 두장 끼워두면 됩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화폐의 사용이 점점 줄어들 것은 분명합니다.

이런 현상은 교회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미 스웨덴의 은행들은 현금이나 현금지급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고액권은 이미 2013년에 폐지된 상태입니다. 심지어 교회에서도 헌금을 위해 카드 결제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앞으로는 그 유지비 조차도 줄이기 위해 헌금을 모바일페이 시스템을 이용해 송금하도록 할 계획이랍니다.

일부 미국의 교회들도 카드 결제기를 교회에 설치했고, 이것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기사에 따르면 교회에 카드 결제기를 설치한 후, 10-15% 이상 헌금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또한 모바일결제나 자동결제도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교회 예배에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하는 교인들이 헌금을 할 수 있고, 십일조는 매월 자동으로 결제되도록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면서 우리가 신앙생활하는 모습도 빠르게 변해갈 것입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면 언젠가는 그 사회에서 도태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본질은 변할 수 없지만 그 본질을 담고 있는 그릇은 변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제 어머니는 헌금봉투에 반드시 손글씨로 기도제목이나 감사제목을 적고 정성스레 준비한 현금을 넣어 헌금함에 넣으시곤 하셨습니다. 저도 그 모습을 자주 보면서 봉투에 정성을 다해 손글씨를 쓰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헌금을 준비합니다. 물론 몇 번의 터치로 쉽게 끝낼 수 있는 일을 왜 일부러 어렵게 하냐며 타박하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헌금은 하나님께서 나의 공급자이심과 내 삶의 주인이심을 인정하는 위대한 신앙의 고백입니다. 그 고백이 갖는 무게만큼의 정성과 기도로 준비되어지고 드려져야 합니다. 아무리 그릇이 바뀌어도 그 본질만큼은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