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3개도시 정탐이야기

활주로를 어슬렁 어슬렁 휘젖던 비행기가 굉음을 낸다. 엔진이 힘차게 돈다. 발주를 위한 최상의 시동이다. 잠시 후의 비상을 위하여 동체는 전력질주를 한다. 400-300-200-100을 지나서 굉음과 함께 동체는 구름 위를 사뿐히 앉는다. 구름과 평행이 되어 날아가는 동체는 고도를 유지하며 목적지를 향하여 빠른 날개짓을 한다.

두 손을 모운다. 기도하며 감사한다. 얼마나 벼르고 벼른 여행인가.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수많은 날을 기도하며 대양주 전도를 펴놓고 지역마다 살핀다. 수 백 번을 보고 만지며 눈을 감고 걷고 또 걸었던 길이다. 하나님, 이 땅을 이 종의 손에 붙여 주옵소서. 호주(멜번)을 향한 비행기가 제 페이스를 유지하며 한참을 난다. 간식으로 주는 사탕을 두어개 받아들고 모바일에 메모된 수첩을 편다.

출발 한달 전이다. ㄴㄷㄹ님 안녕하세요. 알게 되어서 감사하고 행복해요. 밀알 장애인사역과 사랑의 쌀나눔 NGO 사역의 호주 진출을 놓고 수년간 기도하며 선언했었는데…하늘아버지께서 ㄴㄷㄹ님을 통하여 호주정탐의 길을 열어 주십니다. 우리들의 만남과 인도하심을 감사로만 표현하기는 넘 부족해서 하나님의 강권적인 은혜로 표현합니다. 감사인사는 상면시로 미루고 티켓팅 내용을 알려드립니다. 출발/도착:AKL-멜번/10.31(월) 9pm-11:05pm이다. 도착시간이 한밤중이라 넘 미안하다. 여행경비를 절약하는 것은 민폐인걸.

여기 호주는 뉴질랜드에 비해 광활한 편이라… 평균 이동 거리가 꽤 먼 걸로 알고 있읍니다. 아무쪼록 건강관리에 유념하시고요… 여기가 오클랜드 보다 밤낮의 기온차도 심하고… 조금 더 추운거 같아요…옷 든든하게 그리고 다양하게(짧은거 긴거) 챙기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여기 계시는 여러분들과 상의를 해서 이동하실 때 불편함이 없도록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ㄴㄷㄹ님의 친절한 안내메시지를 읽고 또 읽는다. 2시간 50분만에 도착한 멜번의 현지시각은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다. 호주 멜번에서의 5박 6일은 이렇게 시작된다.

멜번시의 인구는 뉴질랜드 전체의 인구와 비슷한 400~450만 정도라고 한다. 한인 이민자는 2만명을 웃돈다. 뉴질랜드에 정착하는 한인이민자수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기온도 오클랜드보다는 3~4도 낮아서 오클랜드를 출발할 때의 썰렁함이 점퍼의 지퍼를 한껏 올린다. 12~17도의 여름날의 이상기온이 어쩌면 오클랜드와도 그리 닮은꼴인지 모른다.

브리즈번은 정반대의 기온이며 도시의 모습과 정경이 딴판이다. 뜨겁게 작열하는 태양에 반팔, 반바지가 자연스럽고 시원하다. 브리즈번 강가를 오르내리는 페리는 수상도시로서의 면모에 조금도 손색이 없다. 강안을 끼고 넓게 자리 잡은 대학들의 캠퍼스는 미래의 동량들을 길러 내는 22세기의 상아탑이다. 여름꽃 향기로 취해서 걷는 보행자들의 여유로움은 이 도시의 분위기와도 멋진 조화를 연출한다. 한인이민자와 단기체류자를 포함하여 1만~1만 2천명의 한인들이 이 도시에 산다고 하니, 뉴질랜드의 한인이민자와 비교하면 결코 작은 수는 아니다.

골드코스트에서의 멋진 자연과 여유자적하는 군상들은 부조화이다. 이 땅을 정탐하고자 찾아온 이방인의 눈에 비친 그들의 실제이다. 풍요함을 가장한 그들 속에 도사린 영적 빈곤의 허무를 찾아봄은 지나친 비약일까.

가나안 정탐에 나섰던 여호수아와 갈렙의 매 같은 신앙의 눈으로 허세가 판치는 그 땅을 바라본다. 절대 다수가 거절하는 영적 풍요의 땅은 그들에게는 과연 그림의 떡이다. 신앙과 비전으로 무장한 정예화된 소수가 신앙과 비전의 비무장된 절대 다수를 압도한다.

미국 덴버대학교 정치학과 에리카 체노웨스 교수는 전체 인구의 3.5%의 힘을 떠올린다. 소수인 3.5%가 꾸준히 비폭력 집회를 이어가면 어떤 정권도 버틸 수 없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 예시는 부정적인 시발로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좌충우돌의 호주 3대 도시(10박 11일간)의 정탐을 이렇게 정리한다. 여러분들의 기도와 성원을 힘입고 호주현지정탐을 잘 마치고 11월 11일(금) 오전 1시20분에 오클랜드에 안착했습니다. 그간에 보내주신 기도,성원, 도움을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아시는대로 저의 호주3개도시정탐은 밀알장애인사역과 사랑의 쌀나눔 사역의 확장을 위한 현지정탐입니다. 하나님께서 곳곳에 예비하신 믿음의 동역자들을 만나고 사역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었습니다.

밀알장애인사역이 3개 도시에 뿌리내리려면 최소한 3년은 공을 드려야 사역의 기반이 마련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의 쌀 나눔 운동은 구제사역이고 절기별 이벤트사역이어서 단기간에 사역네트워크가 마련될 수 있습니다. 멜번, 브리즈번, 골드코스트의 여러분들의 관심과 지지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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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만
춘천교대와 단국대 사범대 졸업. 26년 간 교사. 예장(합동)에서 뉴질랜드 선교사로 파송 받아 밀알선교단 4-6대 단장으로 13년째 섬기며, 월드 사랑의선물나눔운동에서 정부의 보조와 지원이 닿지 않는 가정 및 작은 공동체에 후원의 손길 펴면서 지난해 1월부터 5메콩.어린이돕기로 캄보디아와 미얀마를 후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