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다음세대는 이전과 전혀 다른 교육 환경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 정보는 넘쳐나고, 배움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며, 언제든 다시 시도할 수 있는 구조(unlimited attempts)와 수평적 문화, 다양한 경험 속에서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음악을 배우기 위해 특정 스승을 찾아가 레슨을 받거나 유학을 떠날 필요도 없다. 마음만 먹으면 세계 최고의 레슨이나 나에게 맞는 멘토링을 온라인으로 연결하고, 스스로 학습 경로를 설계할 수 있다. 이렇듯 배우고 싶은 것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더불어 평균 기대 수명이 늘어나다 보니 평생 한 가지 진로를 선택한다는 개념이 아닌, 다음세대는 하고 싶은 것을 해보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전 시대에는 사업 하나를 시작하는 데도 큰 에너지와 여러 사람들이 힘을 보태야 했기 때문에 위험이 큰 관계로 시도 역시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세대는 세상을 접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습득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언제든 배울 수 있고, 필요한 것을 찾는데 선수들이다. 혼자서 브랜드를 디자인하고 마케팅하며, 운영과 판매까지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영화를 만들고, 책을 출판하며, 사업을 하는 등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경험과 학력 등 권위 중심의 구조 속에서 오더를 받는 것보다는 수평적 관계 속에서 서로 협력하는 개인, 또는 작은 팀 중심의 구조가 익숙한 것이다. 하고자 하면 무엇이든 쉽게 시작할 수 있지만 실수도 많고, 실패도 많다. 이런 경험을 통해 더욱 도전을 받고 발전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절망과 불안 우울감에 힘들어하는 경우 또한 많다. 왜 이런 양상이 나타나는지, 그리고 이러한 세대를 어떻게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다음세대는 빠르게 변하는 온라인 상에서의 확실치 않은 떠다니는 정보, 편집된 뉴스, 믿을 수 없는 온라인 이미지 등, 무엇이 옳고 진실한지 분별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 살고 있다. 이러한 진리가 희석된 시대를 살아가며 진정한 가치, 변하지 않는 진리가 무엇인지 궁금해하고 추구한다. 그러나 참 가치를 찾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무엇에 가치를 두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루가 빠르게 변하는 흐름과 압도적인 정보 속에서 진짜 가치 있는 일을 찾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런 다음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진정성과 지속성이다.
코로나 시기에 대학 1학년에서 그 다음해 의대 진학 시험을 치른 청년의 이야기이다. 그 시기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학생들은 격리 지침으로 인해 시험장이 아닌, 각자의 기숙사 방에서 온라인으로 시험을 치러야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함께 부정행위를 저질렀고, 그 결과 평균 점수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했다. 다른 학생들의 유혹을 거부하고 자기 방에서 기도하고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시험을 치른 이 청년은 예상했던 점수보다 높은 기존 평균 이상의 좋은 성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왜곡된 성적 분포 때문에 2학년 의대에 진학하지 못했다. 그 결과 그는 2년이라는 시간을 다른 과목을 들어야 하는 억울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사회의 불의와 불공평함을 체감하며, 자신의 목적의식에 질문을 던지고, 정의로운 하나님을 찾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이 시간 동안 실패가 아닌 하나님과 나 자신에게 정직한 것이 얼마나 큰 힘인지 깨닫게 되었고, 확실한 목적의식이 성립되는 계기가 되어 지속적으로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누구보다 하나님으로 인해 끝까지 정직할 수 있었던 경험으로 인해 굳건해진 모습으로 현재를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을 향한 신뢰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응원 역시 갖게 되었다.
대부분의 다음세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른 채 그저 여러가지를 재미삼아 시도할 때가 많고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이겨낼 수 있는 힘은 더더욱 부족하다. 위의 청년도 말도 안되는 상황에 억울함을 느끼는 동시에 모두가 부정행위를 당연시 여겼기 때문에 정직했던 자신이 잘못한 것인지 헷갈리는 시기가 있었다.
정확한 목적의식 없이 자기 중심으로 순간을 살아가는 다음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변하지 않는 지속적인 진리 위에 세워진 관계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다음세대는 경험과 지식 중심의 구조를 바탕으로 한 상하관계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미리 진리를 깨달은 사람으로서의 접근이 아닌, 수평적 관계 속에서 함께 진리를 지속적으로 알아가는 관계가 필요하다. 압도적인 정보 속에서 진짜 진리를 찾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질문, 그리고 깊은 토론이 필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진리가 삶으로 묻어나는 진정성 있는 나눔 또한 매우 중요하다.
매주 토요일, 청년들과 함께 시티 중심에 위치한 알버트 공원에서 예배하며 전도한지 2년이 되어간다. 처음엔 노방 전도가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방식처럼 느껴졌지만, 전도는 시대를 막론하고 은혜를 입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자세이기에 순종하며 더욱 큰 은혜를 누리고 있다. 그 중 이번 달에 만난 한 사람이 기억에 남는다.
한 청년이 다가가자 “벌써 5주째 당신이 다가와서 예수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무슬림이니 이제 그만 전도하세요.”라며 밀어냈다. 함께 간 청년이 상대를 존중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하지만 타인을 함부로 거절하면 복을 받을 수 없기에 듣고 있었지만 이제 곧 하루 다섯번의 기도를 지키기 위해 서둘러 가야 한다고 했다. 그 때, 어떤 복을 비는 기도를 하는지 묻자, 그는 가족의 안정, 물질적 풍요, 자녀의 미래, 사고 없는 평안 등의 복을 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신들은 어떤 복을 구하느냐고 물었단다. 그러자 청년이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예수님을 구해요. 왜냐면 다른 모든 것은 사라져도 예수님은 영원히 나와 함께 하실 것이기 때문에 예수님이 저에게는 복이예요. Jesus is my blessing.” 성령의 인도하심 속에서 터져 나온 고백에 함께한 청년들은 눈물을 흘렸다.
최근 청년 코스타에서 강사들이 마지막 시간에 “청년들이 오히려 우리의 강사입니다”라고 고백한 순간이 있었다. 이는 다음세대를 실제 현장에서 섬기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마음이자, 진정한 소통의 방식이기도 하다. 필자 역시 다음세대를 이해하고 돕는다는 자세보다는 영원을 향해 함께 달려가는 여정에 독특한 다음세대와 함께 사역할 수 있어 기쁘며, 성령의 역사 속에 이렇듯 감동의 연속이다.
이런 다음세대에게 변하지 않는 진리를 가지고 열심히 다가가야 한다. 물론 적용하는 부분에 있어서, 기존 방법이 아닌 새로운 방법을 배우고, 적응해 나가야 하는 수고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정해진 시간과 특정 장소에서만의 만남이 아닌, 언제 어디서든 만나 기도하기에 힘쓰는 진정성이 필요할 것이다. 심지어 온라인에서 조차도 말이다. 자주 소통하며 삶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함께 시간을 쏟아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향기로운 커피도, 맛있는 음식도, 분위기 있는 장소도, 재미있는 놀이도, 힐링되는 자연도 모두 사용해서 말이다. 우리는 그러기에 풍부한 자원이 있고, 매우 유리한 환경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다음세대의 모습이 치기 어릴지라도, 다음세대 각자가 인생에 숱한 스승을 만날 텐데, 내 말이 다 맞는 전능한 스승이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마음을 다해 다가가며,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다음세대와 함께 변하지 않는 진리를 추구하며 멋진 추억을 쌓아 가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