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연재되어 온 지금 다음세대가 겪고 있는 정신 질환의 급격한 증가는 이미 코로나 이전부터 시작되었으며,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사회적 큰 문제로 다가와 있다. 우울증과 불안 장애 같은 주요 정신질환은 일상 생활을 위협하며, 자해 증가, 폭력, 절도, 약물 사용 등 심각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다음세대의 이해를 위해 깊이 들여다 보고자 한다.
최근 뉴질랜드 아시아 가정 서비스(AFS)가 발표한 정신건강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우울 위험군으로 분류되었고, 특히 한인은 69.1%로 아시안 집단 중 가장 높았다. 청년층의 경우 70% 이상이 우울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10명 중 7명이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는 다음세대의 상당수가 깊은 고통을 겪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따라서 다음세대의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고, 긴급하게 대처하는 한편, 이런 양상이 반복되지 않도록 분명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정체성의 혼란과 소속감의 결여가 중요한 문제로 꼽힌다. 이민으로 낯선 문화 속에서 성장한 다음세대가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이에 대해 수차례의 상담을 해왔고, 시대가 지남에도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지속되는 문제이다. 과연 나는 어떤 문화에 속한 사람인지, 어디까지 상대 문화를 존중하며 내 문화를 드러낼 수 있는지, 아니면 전혀 다른 새로운 문화로 살아가야 옳은건지 혼란스럽다.
예를들어, 학교에서 억울한 일을 당해도, 언어와 문화의 장벽 때문에 부모에게 도움을 호소하기 보다는 최대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그저 참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이런 태도는 시간이 지나 직장, 결혼, 가정생활까지 영향을 미치곤 한다.
개인주의가 지배하는 시대 속에서 정체성의 혼란과 사회적 소속감의 결여는 다음세대로 하여금 쉽게 삶의 의미나 가치를 잃게 만들었다. 그 결과 정신질환,약물, 자해 등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다음세대는 이러한 고립감과 함께 문화의 장벽, 직장과 학교에서의 차별을 알게 모르게 지속적으로 경험하며 살아간다.
이로인한 사회적 고립감은 삶의 의미와 가치를 흔들며, 결국 정체성의 위기로 이어진다. 이는 물론 개인과 가정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소속감은 정체성 형성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음세대의 성장은 과거보다 그 속도가 현저히 느리다. 따라서 정체성 형성과 성장이 예전보다 그 시기가 훨씬 늦춰진 것을 감안해 다음세대에게는 지속적인 교육과 더불어 건강한 공동체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불안세대의 저자인 조너던 하디드는, ‘각 가정이 자체적으로 만드는 실행 방식보다 공통의 규범에 기반한 의식에 참여하고 이정표를 공유하는 것이 효율적이다.(p163)’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6세부터 21세까지 사회와 가정이 함께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한다. 물론 그의 제안은 바쁜 서구 사회에 맞추어져 있지만, 뉴질랜드 상황 속에 맞게 재해석해 적용해 볼 수 있겠다.
이처럼 다음세대가 계속해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히 나이가 들며 저절로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주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이정표와 공동체적 지원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우리의 삶 속에서는 어떤 실천이 가능할까. 거창한 제도나 큰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작은 만남과 일상의 노력 속에서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요즘은 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자연스러운 대면 관계가 줄어들고 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테이블 초대’과 같은 모임 문화를 추천해 본다. 가령 가까운 사람 2-3명을 초대하고, 그들이 또 다른 내가 모르는 그들과는 가까운 1명씩을 데려오고, 나 역시 그들이 모르는 다른 사람을 초대하는 것이다.
물론 시작단계에서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인원이 많지 않아 산만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그룹이 형성되어 대화가 이루어지는 모임형태다. 이러한 모임은 사실 교회 안에서 소그룹의 형태로 자주 경험되는 방식이지만, 일상에 접목해 볼 수 있다.
특히 자녀의 친구 부모들과 이런 만남을 통해 연결될 수 있으며, 이는 단순히 상황을 파악하거나 자녀를 통제하기 위함이 아니라, 부모 자신이 정신적 건강을 지키고 자녀와의 소통 방식을 나누며 배우는 자리가 된다.
또한 이런 건강한 부모들의 만남은 자녀에게도 긍정적인 관계 맺기의 본보기를 보여줄 수 있다. 정기적이고 꾸준한 만남과 대화는 학부모 사이에서 뿐만이 아니라 청년이 된 다음세대에게도 충분히 실천해볼 만한 방법이다.
이러한 다음세대를 위한 고민과 노력들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정체성과 소속감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부모가 학부모들과 관계 속에서 소속감을 경험할 때 자녀는 큰 안전감을 느낀다. 교회 생활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을 맡길 사역자나 프로그램을 찾는 것보다, 부모가 직접 공동체에 참여해 섬기는 모습이 다음세대에게 건강한 교회의 본모습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일일교사나 원데이 클래스와 같은 작은 봉사부터 시작할 수 있다. 꼭 특별한 재능이나 뛰어난 실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사역자와 협력해 함께 섬길 수 있고, 중요한 것은 정기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는 꾸준한 노력이며, 이러한 모습이 다음세대에게는 곧 안전한 울타리이자 건강한 공동체의 모델이 된다.
다음세대의 성장을 돕기 위해서는 단순한 보호나 규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들을 공허하고 외로운 상태로 방치하지 않고 진리를 찾는 적극적인 자리로 초대해야 한다. 교회는 자주 보수적인 태도로 인해 오히려 율법적 제한에 묶어 두지만, 지금 이 세대에게는 제한보다 도전이 필요하다. 작고 큰 프로젝트를 맡기고, 최소한의 감독 아래 최대한 자유롭게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때 다음세대는 불안을 극복함과 동시에 안정감을 느끼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의 모든 성도는 단순히 공동체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닌, 각자가 교회의 지체임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최근 뉴질랜드의 현지 사역자 모임에서, 다음세대를 향한 비전을 나누며 뉴질랜드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의 다양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 있는 한계에 대해 함께 논의한 바 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뉴질랜드 특성상 타인에게 —심지어 가까운 가족조차—깊이 개입하기보다 공공 서비스 소개에 그치고,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서도 뚜렷한 도움을 받았다는 간증이 부족하다 보니, 다음세대가 마음 놓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은 턱없이 부족하다. 역사적으로 정체성의 혼란과 세대 갈등은 늘 존재했지만,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항상 그 중심에는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었다. 오늘날에도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바로 그 중심에서 문제 해결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
다음세대가 주를 이루고 있는 필자가 속한 교회는 소속감과 참여를 키워가는 실질적인 훈련을 이어오고 있다. 주일 점심 교제가 대표적이다. 특정 부서가 맡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교인이 각자 재료를 한 가지씩 준비해 비빔밥, 샌드위치, 타코, 김밥, 월남쌈 등 다양한 음식을 함께 만든다.
물론 특정 부서가 담당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으나, 이렇게 함께 준비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법, 소통하는 법, 원하는 메뉴가 아닐 때 이해하는 법, 서로의 알레르기나 필요를 존중하는 방식을 배운다. 3년 넘게 이어진 이러한 교제는 지속되고 있으며, 특히 서로 다른 문화의 디저트를 나누는 시간은 교인들 모두가 기다리는 즐거워하는 순서다.
모든 공동체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사역에 뛰어들고, 다음세대에게 구체적인 이정표를 제공하며, 풍성한 공동체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물론 과정에서 실수도 많고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오히려 일상과 사역 속에서 더욱 성령의 도우심을 경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