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이제 역사에 깊이 각인되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되었다. 이 팬데믹을 계기로 세상은 급격한 변화를 겪었고, 우리는 어느덧 그 변화된 세상에 자리를 잡은 듯 하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일하는 방식’의 전환인데, 재택근무와 원격근무가 보편화되었고, 의료, 교육, 상담 등의 부분에서도 비대면 시스템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현실이 되었다.
아픈 곳을 직접 살피고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했던 시대에서 이제는 로봇이 수술해도 두렵지 않게 되었다. 교육 역시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에서 지금은 디지털 플랫폼의 발달로 온라인상에서 활발하게 배우고 교제하는 장이 펼쳐졌다. 또한 AI를 통해 수집된 거대한 정보들을 토대로 한 비대면적 상담이 익숙해져 가고 있다. 이렇듯 직접 만나야만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많은 일들이 대체되며 우리 삶의 방식은 여러 분야에서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그에 따라 직접 대면해야 하는 역할들은 상대적으로 축소되면서 사람 간의 갈등이나 불필요한 시간 소모가 줄어들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온라인 중심의 만남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 속에서 다음 세대의 예배는 어떻게 변화하고 자리 잡아가고 있을까?
많은 크리스천이 체감하듯 선교, 교회, 교제, 사역, 예배 형태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Zoom, Youtube, Google Meet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예배가 확산됐고, 이를 바탕으로 소규모 교회나 모임들이 활발해졌으며, 설교 영상, 팟캐스트, 인스타그램 등의 다양한 콘텐츠로 성도들과 교제하게 되었다. 헌금 또한 정성스럽게 빳빳한 현금을 봉투에 담아 드리는 형식에서 온라인으로 자동이체하게 되며, 성찬식도 개별 포장 혹은 간소화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에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예배 방식의 변화다.
뉴질랜드에서 사역을 하다보면, 워홀러 청년들을 마주하게 될 계기가 많다. 최근 워홀을 마치고 여행을 하며 온라인 예배에 참석한 청년들 얘기다. 뉴질랜드 어딘가 캠핑카를 주차하고 그 앞에서 돗자리를 펴고 온라인 예배에 참여해 뒷 배경도 보여주고, 예배 중 던진 질문에도 대답을 하며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예배한다. 그다음 주에는 또 다른 지역인 듯하다. 쉼터로 보이는 곳에서 뒤에는 강이 펼쳐져 있고, 여행 중에 만난 사람과 함께 예배에 참여했다.
예배 후에 여행 중 묵상하고 있는 하나님과 오늘 말씀에 대한 깨달음과 실천할 것까지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 온라인 예배의 참여는 워홀러들뿐만이 아니다.
뉴질랜드에서 처음으로 복음을 듣고 예수를 믿게 된 후, 한국에 돌아가서 다음 교회를 찾기 전까지 온라인 예배에 참여한다. 해외 여행을 가서도 시차를 감수하고 예배에 참여하는 성도들, 설교자인 나 역시 해외에서도 어디서든 온라인으로 예배에 참여해 말씀을 전한다. 이는 ‘놀러는 가고 싶고 예배는 드려야겠고’ 식의 타협의 산물이 아니다. 예배를 안 드리면 벌받을 것 같다는 율법적 압박이나 의무감에서 드리는 것이 아니다. 예배에 안 가면 눈치가 보여서 식의 인본주의적 신앙도 아니다.
오히려 있는 곳에서 구별하여 정성을 다해 드리는 예배이다. 개인화가 심해져 가며 공동체 의식과 의무감이 약해진 이 시대에, 서 있는 자리에서 온 정성과 마음을 다해 드리는 거룩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온라인 예배는 귀하게 사용되고 있다.
공예배 후 함께 참여했던 온라인 예배자들과의 나눔에서는 여행 중에 승리한 내용, 응답받은 내용, 좋은 교회를 찾은 내용, 말씀에 대한 적극적인 적용에 대한 이야기, 지속적인 기도 요청과 떠오르는 질문 등 다양한 교제가 예배 후에도 계속해서 이어진다.
하나님을 알고자 하는 그 누구에게든 예배는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때론 정해진 시간에 참여해서 꽤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잘 모르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굳이 참여해 봉사나 헌신을 해야 하는 공예배가 다음 세대에게 부담스럽고 회피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예배의 중요성은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그 마음에 하나님을 경외하고, 성도와의 사랑의 교제와, 헌신적 참여 중에 임하시는 하나님의 임재는 결코 그 중요성이 줄어들 수 없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참여할 수 없는 상황과 시대적 변화를 반영해, 그 중심에 하나님께 구별된 거룩한 예배와 시간과 마음을 드리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온라인 예배가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겉으로 지켜지는 형식도 중요하지만, 그 마음 중심에 굳건한 믿음이 세워질 수 있도록 새로운 예배 방식을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공예배 뿐만이 아니라, 삶의 예배는 과연 어떻게 자리 잡아가고 있는가 살펴보자. 시간을 떼어 말씀을 따로 읽고 묵상하며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사실 미디어가 장악하고 있는 시대에서 매우 어려운 일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디지털이 우리의 생각이나 삶의 양식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커서 미디어 금식을 하곤 하지만, 이는 잠시 경각을 줄 수는 있어도 삶의 양식을 바꾸지는 못한다.
핸드폰을 멀리하고 말씀을 가까이 하려는 취지와 시도는 귀하지만, 무언가를 내려놓을 때는 그 자리에 진짜가 주어지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한다. 어떻게 하면 진리의 말씀이, 삶의 중심이 되어버린 미디어를 대체할 수 있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작년에 온라인을 통해 성경을 함께 읽는 시도를 했다. 한국,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다양한 국가와 도시에서 사람들이 함께 참여했고, 각기 다른 시차와 바쁜 일상 속에서도 새벽이나 아침, 저녁 시간에 맞추어 그룹별로 모여 말씀을 읽고 삶의 적용을 나눴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 교단도 나이도 상황도 다르지만 말씀 앞에서 함께 배우고 삶에 적용하는 모습은 매우 아름다웠다.
코로나 이후 여러 가지 이유로 교회와 멀어진 사람들, 다음 세대들을 위한 모임으로 시작한 이 온라인 성경읽기 모임은 매우 도전적이었고 동시에 성공적이었다. 함께 말씀을 읽으며 깊은 나눔을 통해 말씀에 관심을 갖고 계속해서 읽게 하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이 중에는 처음으로 성경을 완독한 이들, 말씀을 실천하며 삶이 변화된 이들, 혼란을 겪었지만 결국 말씀으로 방향을 찾은 사람들, 이를 통해 가정예배를 시작하게 된 가정도 있다. 또한 하나님께로 그 열정을 되찾고 지역 교회로 돌아가 적극 참여하게 되었고, 사업을 하는 바쁜 사람, 공부하는 학생, 고단한 직장인, 취준생, 아이의 부모까지 신앙의 연륜도 모두 달랐지만, 결국 진리의 말씀이 서로를 더욱 세워가고 삶의 중심축이 되어 주었다.
지금 이 세대에게 삶의 예배란, 각자의 시간과 입맛에 맞는 편안한 것을 찾는 예배가 아닌, 미디어에 장악된 삶의 한복판에서 하나님께 분리되어 드려지는 거룩한 마음과 중심이 더욱 요구되는 시대인 것이다.
코로나 이후, 예배의 형태는 단순히 어디서 혹은 어떻게 드리는가의 문제를 넘어서서 마음의 중심을 더욱 요구하는 모습으로 옮겨가고 있다. 다음세대에게 중요한 것은 기존 형태를 지켜내는 것이나 새로운 모습의 예배 형태를 도입하는 것이 아닌, 어떤 형태이든 열려 있으며 그 예배의 중심이 더 이상 형식이 아닌 삶 전체에서 하나님을 향한 진정성에 초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