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하다 보면 너무 새롭고 신나는 일이 많고 새롭고 신나는 일이 많은 사람들도 많이 만난다. 많은 사람들이 들뜨고 웃는 얼굴로 비행기에 탑승하고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 그 승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디를 가는지, 여행인지,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인지 등을 들을 때 그 들의 눈에서 설렘에 가득 차거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감정을 읽을 때면 나도 괜히 신나고 이 사람의 여정이, 지금 감정을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
하지만 이런 손님들과 별개로 간혹가다가 불편한 비행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승무원들에게 풀려고 하는 손님들도 있다. 분명히 트레이닝을 받을 때 이런 손님들이 있을 것이고,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할지 배웠지만 실제로 이런 손님들을 만난다면 매번 당황스러운 것은 바뀌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속히 말하는 ‘진상 손님’과의 경험이 있다. 이 에피소드는 나에게 승무원, 또는 서비스직의 현실과 단점을 보여주었지만 더불어서 나의 승무원으로서 자존감을 올려주고 단단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어느 날, 오전 국제선 비행을 하는 날이었다. 비행기 안은 승객들로 가득 찼고, 모두 각자의 여행을 기대하며 흥분한 모습이었다. 이 비행편은 별문제 없이 이륙하였고 안전벨트 사인이 꺼지고 나서 승무원들은 서비스를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그날 술을 포함한 바(Bar) 담당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손님은 비행기에서 잠에 들기 위해서 적당한 양의 술을 요청하지만, 그래도 호주의 Responsible Service of Alcohol 법에 따라서 승무원들을 항상 손님들에게 서빙하는 주량을 확인해야 하고, 혹시나 너무 많은 양의 술을 요청하는 승객들을 예의주시하며, 승무원들끼리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하게 해야 한다. 한 승무원에게 거절당하고 나서 다른 승무원들에게 술을 요청하는 손님들도 꽤 많기 때문이다.
이날은 이미 술을 어느 정도 마신 것 같은 한 남성 승객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조용히 앉아 있던 그 남성은 내가 바 카트를 가지고 다가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맥주 두 캔을 요청하였다. 나는 이미 술을 어느 정도 마신 듯한 그에게 지금은 일단 한 캔만 서빙하고 물을 한 잔 드리겠다, 그러니 한 캔을 마신 뒤 꼭 내가 준 물을 마시고, 첫 번째 서비스가 끝난 뒤에 당신의 컨디션이 괜찮다면 그때 한 캔을 더 주겠다고 하였다.
그러자 그는 자기는 한 캔 가지고 절대 취하지 않는다며 불만에 가득 찬 목소리로 한 캔을 더 요청하였다. 나는 나의 소신을 지켰고, 그 승객과 승객 주위에 있는 승객들 또한 알코올의 영향에서 지켜야 하는 것이 나의 임무이기 때문에 지금은 안되지만, 꼭 다시 돌아오겠다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나는 다음 손님들에게 마저 서빙하기 시작했다.
이때 이 승객이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였다. 갑자기 맥주 캔을 따고 그 자리에서 벌컥벌컥 들이켜며 한꺼번에 마시기 시작했다. 나는 분명히 이 장면을 목격하였지만 최대한 동요하지 않았고 이 승객의 다음으로 할 행동과 말을 예상하면서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할지 빠르게 생각하려고 했다. 이 행동을 하는 이유는 내가 설명한 대로 기다릴 의향이 전혀 없다는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알아챘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예상한 대로 그는 반대편 승객들을 서빙하고 있는 나를 툭툭 치면서 자기의 빈 캔을 보여주었다. 나는 그가 원하는 의도를 정확하게 알았지만 받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How can I help? 라고 물어보니 그는 자기가 이 맥주 캔을 끝냈으니 지금 당장 두 번째 맥주를 내놓으라고 요구하였다. 그 승객의 행동으로 나는 내가 그 승객이 요청하는 대로 술을 서빙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응대하기 시작했다.
만족하지 않고 불만 가득한 승객과 한번 마음먹으면 대쪽과 같이 밀고 나가는 나의 대화는 당연히 해피 엔딩일 수 없었고 결론적으로 나는 전문적인 태도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대답을 No라는 것을 끝으로 서비스를 이어 나갔다.
한 5분 정도 뒤,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와 어깨를 툭툭 쳤다. 누구인지 대충 짐작이 갔지만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뒤돌아보니 그 손님이었다. 내가 그를 돌아보니 그 사람은 대뜸 물었다.
‘What’s your name?’
‘My name is Sing’
그러니 그 사람은 만족하지 않으며 나에게 화를 내듯이 다시 물어보았다.
‘No, What’s your real name?’
‘My real name is Sing’
그리고 나는 정확히 Sing이라고 쓰여 있는 나의 이름표를 보여주었다. 그 사람의 머리에는 아마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갔을 것이다. 자기가 생각했던 이름이 아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나의 대답에 만족하지 않았고 비행기 안의 정적을 깨뜨리며 주변 승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나는 그의 행동이 불편해진 주변 승객들을 보며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러더니 그는 자기의 자리로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얼마 뒤, 비행기의 반을 넘어서 두 번째 기내로 넘어간 나에게 누군가가 어깨를 다시 툭툭 치면서 나는 뒤돌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 손님이었고, 그는 나에게 손가락질하면서 공격적으로 말하였다.
‘I am going to make a report on you, You are going to have a bad reputation!’
공공장소에서 무례함을 넘어선 순간이었다. 주위의 모든 시선이 나에게 쏠렸고, 나도 그때부터는 처음 겪어보는 상황이라 당황하였다. 하지만 나는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오히려 당당하게 부딪히기로 했다.
“나의 이름은 Sing이고 당신이 우리 회사에 피드백하겠다면 너무 환영합니다. 하지만 나는 오늘 당신을 포함한 모든 승객을 안전하게 도착지까지 모실 책임감이 있고, 이 부분은 알코올의 영향도 포함됩니다. 당신이 지금까지 나에게 보여준 행동은 알코올의 영향으로부터 절대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을 들게 했고, 지금 이 순간 확신하니 나에게 이것을 가지고 협박하려고 하지 말고 보고하려면 보고하세요, 저는 제 마음을 바꾸지 않겠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다시 이야기하였다.
물론 보기에는 당당해 보였지만 처음 이런 일을 겪은 나의 심장은 꽤 빨라져 있었다. 그는 씩씩대더니 반박하지 못하고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서비스가 끝난 뒤, 나는 매니저에게 상황을 알리고 다른 승무원들에게도 전달하며 그 승객의 행동을 지켜볼 필요성을 설명했다. 매니저는 즉각적으로 이 상황에 개입했고, 승객에게 다시 한번 나의 행동을 설명하면서 왜 내가 술을 거절하였고 리포트를 하려면 어떻게 하는지, 하지만 나의 이름을 알리지 않고 자기의 이름을 알려주면서 피드백을 작성하는 방법까지 전달해 주었다.
후에 들어보니 이 손님은 이미 비행기에 타자마자, 이륙도 하기 전에 뒤에 갤리로 달려가 술을 요청하였고 비행기가 이륙하고 서비스시간이 되기까지 기다리라는 조언을 한번 받은 상황이었다. 모든 승무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매니저는 나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괜찮은지 묻고 그 승객이 어떤 이상한 리포트를 작성하여도 자신이 회사에 실제상황을 전달하겠다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나는 떳떳하였고, 예상대로 그 손님은 남은 비행시간을 잠잠히 보내면서 무기 삼았던 리포트 또한 하지 않았다.
이 경험은 나에게 여러 가지 교훈을 주고 성장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진상 손님을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항상 침착함을 유지하고 적절한 조처를 하며 단호해야 할 때는 오히려 당당히 맞서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승무원으로서 나의 역할은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승객의 안전과 편안함을 지키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고히 하게 되었다.
그리고 또한 나에게는 하나님이라는 빽이 있고, 내가 이 회사를 하나님의 낙하산으로 들어왔는데 나만 행동을 떳떳이 한다면 그 누가 나에게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나와 그 많은 진상이 아무리 비행기에서 투닥투닥하여도 하나님이 허락지 않으신다면 우리 모두 땅에 발도 다시 못 붙일 수 있는데? 라는 마음가짐으로 훌훌 털고 지나가는 것도 아주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끼며 내일 있을 비행을 위해 나는 다시 짐을 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