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이 책의 원제는 Prayer: Experiencing Awe and Intimacy with God 직역하면 ‘하나님을 경외함과 친밀함을 경험하기’가 될 것인데, 책의 제목처럼 저자는 책의 전반에 걸쳐 하나님의 실존과 영광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흔히 팀켈러를 말할 때 그의 상당한 지적 탁월함과 논리의 정교함으로 인해 학자형 인간을 떠올리기 쉬운데, 사실 그는 ‘기도 예찬론자’이다.

이는 영적 거장들에게 거의 일관적으로 발견되는 익숙한 의외성인데 칼날 같은 최고의 신학자 칼뱅, 그리고 전투적 이미지로 알려진 종교개혁자 루터 역시 ‘기도의 사람’이었다. 특히 루터는 전설적인 기도의 실천자였는데 그에 대해 한 신학자는 이렇게 썼다.

“그는 바쁜 날이면 한 시간 더 일찍 일어나서 기도했고, 하루에 적어도 세 시간씩 기도했다. 또한 밤과 낮에 규칙적으로 기도했고, 심지어는 일을 할 때도 기도했다. 그리고 토요일마다 골방에 들어가서 한 주간 빠뜨린 기도의 분량을 채웠다. 루터는 기도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었기 때문에 그의 삶 자체가 기도에 쏟아부어져 있었다. 기도가 없었다면 루터의 종교개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켈러 자신도 ‘기도’에 대해 똑같이 말한다. 루터와 칼뱅을 비롯한 최고의 신학자들 – 존 오웬과 조나단 에드워즈 등- 중 누구도 진리와 성령, 교리와 체험을 말할 때 어느 한쪽이 더 중요하다거나 한쪽만을 선택하는 것을 결코 요구하지 않는다고 밝힌다. 더불어 그는 자신의 체험을 통해 이 땅에서의 삶이 기도 말고는 달리 도리가 없었다고 말하면서 만약 불치병에 걸렸다면, 그리고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지 않아 죽는다면 당신은 약을 한 번이라도 거를 수 있는가? 라고 질문한다.

책은 모두 5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 ‘바른 기도를 꿈꾸다’ 에서는 ‘기도는 참다운 자기 인식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이다. 한마디로 살아가면서 무슨 일을 해야 되고 어찌 되어야 하는지 빠짐없이 알려 주는 만능 열쇠인 셈이다. 그러므로 기도를 배워야 한다. 여기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하면서 기도가 없이 성도가 세상을 살아갈 다른 방법이 없음을 말하고,

2부 ‘기도를 분별하다’에서는 ‘그러나 유념할 게 있다. 기도는 보편적 현상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기도가 똑같은 건 아니다. 오히려 지켜보는 이의 눈을 어지럽힐 만큼 다양하고 다채롭다’고 말하며, 성경을 기초로 하지 않는 단지 체험에 의존한 기도의 위험성에 대해 언급한다. 그러므로, 기도를 배우기 원하는 자, 성령님을 의지하여 살아 있고 활력이 있는 말씀을 부지런히 읽고 깨달음을 구해야 할 것이다.

3부 ‘기도를 배우다’에서는 신앙의 거장들의 기도법에 대해 소개하는데, 그 중 루터와 칼뱅의 기도 원칙이다.
루터: 연구한 성경본문을 곱씹는다 – 묵상을 따라 찬양을 드린다 – 필요하면 죄를 고백하고 회개한다 – 그리고, 주기도문에 맞춰 기도한다. 하지만, 성령께서 강하게 말씀하실 때가 있다. 그때는 통상적인 패턴을 떠나 자유롭게 기도한다.

칼뱅 먼저 스스로를 돌아본다(무자비할 정도로 자신의 허물과 연약함에 정직하라)-하나님을 신뢰하고 의지한다-확신과 소망으로 기도한다-이 모든 것이 은혜임을 고백한다.


“우리가 하나님께 무언가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발상을 버려야 합니다. 크리스천은 주님의 청구권에 의지해 기도하며 하나님께 나아가야 합니다.”

켈러는 이어서 기도란 1. 의무이지 훈련이며 2. 하나님과 나누는 대화이며 3. 찬양과 고백과 간구가 어우러진 상호작용이라고 말하며 기도가 주는 선물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1.정직한 자기 인식 2. 철저하게 신뢰하는 마음가짐 3. 온 삶을 하나님 사랑에 굴복시키는 마음가짐. 4부 ‘기도의 깊이를 더하다’에서는 말씀 묵상에 대해 다시 강조한다. 곱씹고 마음을 쏟으며 반응하라는 것이다. 이런 묵상을 계속할 때 그는 영혼의 안정을 찾을 것이며 성품이 변화될 것이다. 그러므로 인생의 복을 거듭 받아 누리게 될 것이다.


켈러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실제로는 갑부인데 쪼들리며 살고 있다고 말한다. 사도 바울을 인용하며 기도하면서 하나님과 만날 때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마지막 5부 ‘이렇게 기도하라’에서는 기도의 시작은 언제나 감사와 찬양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거저 주시는 은혜를 망각한 상태에서 바르고 능력 있는 기도를 할 수 없다. 기도자는 반드시 받은 은혜에 대해 감사와 찬양을 먼저 전심으로 드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고백과 회개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때의 회개는 하나님을 달래려는 시도나 죄를 용서받는 어떤 수단이나 자기연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회개의 본질은 ‘하나님을 사랑함’이다. 이는 용서를 깊이 확신하게 만들고, 내가 얼마나 큰 은혜를 공로 없이 자격없이 받았는지 높이게 한다. 그리고, 기도자는 언제나 하나님의 뜻대로 기도해야 한다.

켈러는 특유의 감탄을 터뜨리는데 이 얼마나 기가 막힌 진리인가? 하나님은 기도를 들으시기로 작정하셨다. 기도자는 그러므로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 목말라야 한다. 응답받는 기도의 비결은 다른 곳에 있지 않다. 기도 제목 하나하나가 하나님의 뜻과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매일 기도해야 한다.

하루에 한 번에 만족할 것이 아니다. 더 자주 기도할 필요가 있다. 켈러는 이렇게 말한다. ‘나로서는 하루에 두 번 기도하길 권장하는 프로테스탄트 교회의 입장에 전반적으로 동의하는 편이다’.

최근 한국에서 2주간 팀켈러의 개척 운동세미나에 참석하면서 필자 역시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은 ‘기도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복음의 능력도 삶의 변화도 산적한 인생의 문제들도 기도 없이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음을 절절히 확인한 시간이었다. 기도를 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도하는 매일이 되길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