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筋)테크는 망하지 않는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날마다 달린다. 그의 저서『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의하면, 그는 보통 일주일에 60~80km를 달린다. 이 책이 발간된 2007년까지, 그는 마라톤 풀 코스 42.195km를 25회 완주했고, 울트라 마라톤(100km)과 여러 차례의 철인 3종 경기도 완주했다. 도대체 작가가 이렇게까지 달리기에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달리기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인생의 레버리지
무라카미 하루키는 “나는 소설 쓰는 방법의 많은 것을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면서 배워왔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달리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는 소설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자질로 세 가지를 강조한다.


첫째, 재능이다. “문학적 재능이 전혀 없다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소설가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둘째, 집중력이다. “자신이 지닌 한정된 양의 재능을 필요한 한 곳에 집약해서 쏟아붓는 능력. 그것이 없으면 중요한 일은 아무것도 달성할 수 없다. 그리고 이 힘을 유효하게 쓰면 재능의 부족이나 쏠림 현상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나는 평소 하루에 3시간이나 4시간 아침나절에 집중해서 일을 한다. 책상에 앉아서 내가 쓰고 있는 일에만 의식을 집중한다. 다른 일은 아무것도 생각하지도, 보지도 않는다.”

셋째, 지속력(지구력)이다. “하루에 3시간이나 4시간 의식을 집중해서 집필할 수 있었다고 해도, 일주일 동안 계속하니 피로에 지쳐버렸다고 해서는 긴 작품을 쓸 수 없다. 반년이나 1년이나 2년간 매일의 집중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소설가에게는 요구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로서 자신은 재능이 없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이 재능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집중력과 지구력을 기르는 것이다.


“전업 소설가로서 하루키의 심각한 문제는 건강의 유지였다. 아침부터 밤중까지 책상에 앉아서 원고를 쓰는 생활을 하게 되자 체력이 점점 떨어지고, 체중이 불어났다. 이제까지의 긴 인생을 소설가로 살아갈 작정이라 체력을 지키면서 체중을 적절히 유지하기 위해 방법을 찾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달리기였다.”

“매일 쉬지 않고 계속 써 나가며 의식을 집중해 일을 하는 것이 자기라는 사람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정보를 신체 시스템에 계속해서 전하고 확실하게 기억시켜 놓아야 한다. 그리고 조금씩 그 한계치를 끌어올려 간다.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조금씩, 그 수치를 살짝 올려간다. 이것은 매일 조깅을 계속함으로써 근육을 강화하고 러너로서의 체형을 만들어가는 것과 같은 종류의 작업이다. 지속하고 지속한다. 또 자극하고 지속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기를 하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저 전방 3m 정도에 시선을 고정하고 달리기에만 집중해야 했다고 한다. 또한 마라톤과 철인 3종 경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날마다 뛰어야만 했다. 지속적으로 뛰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집중력과 지구력이라는 신체적 근력과 글쓰기 근력을 만들 수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을 쓴다고 하는 직업은 두뇌운동인 동시에 육체노동이라고 확신했다. 한 권의 책을 완성하는 일은 오히려 육체노동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에게 마라톤 단련은 매일매일 집필 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을 지탱해 주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달리기’는 작가의 큰 자산인 강인한 체력을 선물로 주었고 덤으로 집중력과 지속력을 길러주었다. 체력이 되니 재능과 집중력, 그리고 지구력이 날개를 달게 되었다. 그래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뛰었던 것이다.

모든 것의 시작은 체력이다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다. 체력이 있어야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다. 건강해야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지속적으로 글을 쓸 수 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다. 체력이 곧 신앙생활의 시작이자 실력이다.

영과 혼과 육체는 삼총사이다
“평강의 하나님이 친히 너희를 온전히 거룩하게 하시고 또 너희의 온 영과 혼과 몸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강림하실 때에 흠 없게 보전되기를 원하노라”(데살로니가 전서 5:23). 영과 혼과 몸, 이들 중에 어느 것 하나가 더 좋아지면 다른 부분에게 탄력을 준다. 그러면 전체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된다. 하지만 이들 중 어느 것 하나가 처지기 시작하면 그 충격은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따라서 우리는 체력을 키우기 위해 근테크를 해야 한다. 이는 영적 근력을 다지는 기초가 된다.

몸이 부실하면 신앙도 부도가 난다
“너희는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계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고전 3:16). 우리 몸은 성령이 거하시는 성전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의 몸을 잘 관리해야 한다. 모 교회 권사님은 매 주일 주일예배에 참석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이 권사님은 보통 분들과 상황이 다르다. 몸이 심각하게 약해서 주일을 제외한 나머지 날들을 몸 관리하는 날로 삼으신다. 그래야만 교회에 가서 주일예배를 드리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우리가 감기 몸살로 된통 고생하면 예배 드리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렵지 않은가. 결국 몸이 부실하면 신앙도 부도가 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매일 달리기를 함으로써 건강하게 되었고 작가로서 롱런할 수 있었다.

근(筋)테크를 시작하라
우리는 ‘코비드 19’ 바이러스가 유행하던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이때는 예배 드리던 현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야만 했다. 몸이 예배 장소에서 멀어지니 신앙도 멀어졌다.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지니 영적인 거리도 더 멀어진 느낌이었다. 결국 ‘코비드 19’가 유행하던 시기는 영적 체력이 약한 자들이 신앙에서 넘어지고 이탈하게 되었다. 약하면 무너진다. 체력이 떨어지면 신앙생활도 덩달아 붕괴된다.


신앙인의 기본은 근테크다. 건강해야 기도도 할 수 있고 섬길 수도 있다. 강건해야 사람 구실도 할 수 있는 법이다. 재테크나 금테크는 잘못하면 망할 수 있다. 하지만 근테크는 망하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 근테크를 시작하자! 그래서 영과 육의 근력을 키워 강건해지길 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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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겸
감리교신학대학교 신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목회트렌드 2024』및『다음세대 셧다운』공저. 오클랜드감리교회 담임목사. 하나님이 사람과 소통하시려고 성육신 하신 것처럼, 기독교인도 세상과 소통할 통로가 필요하기에 인문학을 통해 세상과 만나는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