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만점 의대생은 왜 그랬을까?

“최상위권은 아니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실력이 올라갔어요. 고3 때 슬럼프가 있었는데 그래서 자기가 꿈을 꾸는 학교를 못 갈 거 같다고 하더라구요. 아이가 하루 이틀 슬럼프에 빠지다가 울었는데 그때 아이 등을 토닥이면서 ‘네가 네 꿈을 이루어야 하는데 그게 힘들 거 같네. 좀 더, 더 해야 되는데…’라고 이야기해 주었어요. 2018년 수능 만점자인 아들을 둔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이 있었습니다. “수능을 보고 나오는데 기분 좋게 나오는 거예요. 환하게 웃고 …아! 우리에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우리한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았어요.”

엄마와 아빠가 참 행복한 모습으로 인터뷰하고 있었습니다. 혹시 부러우신가요? 그런데 반전이 있습니다.

얼마 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여자 친구 살인사건이 있었습니다. 강남 한복판 건물 옥상에서 대낮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한 남성이 옥상에서 투신하려고 한다는 제보를 받고 달려간 곳에는 투신하려는 남성뿐 아니라 사망한 여자 친구가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이후에 나온 가해자에 대한 신상이 사람들을 더욱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몇 년 전 수능 만점 맞고 서울 유명 대학 의대를 들어가서 공부하던 학생이었기 때문입니다. 유튜브에는 당시 수능 만점을 맞은 그 학생과 부모님의 인터뷰 영상이 남아있었습니다.

TV교육방송 프로그램에서 제작한 ‘공부의 왕도’라는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그 다큐멘터리에 중3 때까지 게임, 농구, 축구 등을 하며 전교 중간의 성적을 보이던 남학생이 나왔습니다. 그 학생은 친구들의 특목고 진학을 보고 자신이 중학교 시절을 헛되이 보냈다는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공부에 몰두하기 시작해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 학생의 일상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시간을 분 단위로 나누어 사용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쉬는 시간 10분도 아껴가며 쪼개어 ‘11분부터 14분까지’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하고 시간을 정확히 맞추어 돌아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신만의 공부법을 찾고 시간을 아껴 가며 노력한 결과 학생은 고등학교 2학년 말 전교 1등의 목표를 이루어 냈습니다.

영상의 말미에는 성적을 통해 기적의 주인공이 되는 3단계 비법도 제시해 주었습니다. ‘첫 번째, 시간의 주인이 되어라. 자투리 시간을 잘 확보해라. 두 번째, 유혹을 이겨라. 유혹의 요소들을 원천 봉쇄하고 마음을 잡아라. 셋째, 잘못된 사고를 고쳐라, 문제를 틀리게 만드는 잘못된 사고를 점검하고 맞는 답으로 가는 올바른 사고를 확인하라.’ 영상에는 마지막에 주는 보상을 생각하면서 끝까지 열심히 하라는 학생의 조언도 담겨 있었습니다.

비록 시대는 다르지만 여기 또 다른 아이들의 일상을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아이들은 하루 종일 공장에서 밧줄 만드는 일을 합니다. 엄격한 감독의 눈치를 보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저녁까지 일을 하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굴뚝 청소를 하느라 얼굴이 까맣게 되었습니다. 얇은 굴뚝에 들어가 굴뚝 청소를 하려면 어린아이들처럼 몸이 작아야 가능하기 때문에 이 일은 순전히 아이들의 몫입니다. 그렇게 6일을 일하다가 하루 쉬는 일요일이면 아이들은 초라하고 더러운 행색으로 몰려다니면서 거리를 배회하고, 싸우고, 나쁜 짓을 일삼았습니다.

18세기 말 산업혁명 당시 영국 사회 아이들의 충격적인 모습입니다. 이때 공교육의 개념이 도입되기는 했으나, 교육은 소수 상류층 아이들의 특권이었고 나머지 아이들은 오히려 값싼 노동력으로 희생되었습니다.


찰스디킨즈의 ‘올리버트위스트’라는 소설에서도 당시의 상황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결말은 ‘해피앤딩’일지 몰라도 강도 높은 노동을 하는 올리버를 통해 산업화의 어두운 면을 다룬 내용입니다. 이러한 어두움을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 사이에서 교육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평신도 기독교인이면서 교도소 사역을 하고 있던 로버트 레이크스(Robert Raikes, 1736 – 1811년)가 있었습니다. 어느 주일날 레이크스는 글로스터 지역의 거리를 걷다가 초라한 행색을 하고 몰려다니는 한 무리의 아이들을 보게 됩니다. 주변에 있던 여인에게 그 아이들에 대해 물어보니 그 여인은 주일 날 이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라고 했습니다.


하루 종일 싸우고 나쁜 짓을 일삼는 아이들에 대해 그 여인은 ‘지옥이 따로 없다. 바로 이곳이 지옥이다’라고도 했습니다. 이때부터 레이크스는 범죄예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청소년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주일학교 사역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주일학교를 시작할 당시 아이들은 자신의 초라한 행색 때문에 주일학교를 피했습니다. 그러나 세수하고 머리만 단정히 빗고 오면 된다는 레이크스의 말에 아이들은 마음을 열고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주일학교에서 말씀과 함께 읽기, 쓰기도 가르쳤기 때문에 아이들이 저절로 성경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영국의 복음화율도 높아졌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글로스터 지역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질서하게 거리를 배회하던 아이들이 복음을 듣고 바뀌면서 지역의 범죄율도 낮아지게 되었습니다. 이로부터 11년 후 글로스터 지역은 아동과 청소년범죄가 한 건도 일어나지 않는 놀라운 곳으로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주일학교 운동은 영국 전역으로 번져 나갔습니다.

주일학교가 시작될 당시 기존 교회들은 주일학교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주일에 교회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잘못을 저지르는 아이들을 체벌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레이크스는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교회학교 운동을 이어 나갔습니다. 레이크스를 돕는 많은 교회들이 생겨나고 목회자도 늘어갔으며, 그 결과 주일학교는 평신도 운동으로 전개되어 지금까지 전해져 오게 되었습니다. 평신도였던 로버트 레이크스의 모든 섬김과 헌신을 통해 교회사적으로 놀라운 일이 일어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주일학교는 과연 안전하게 잘 가고 있을까요? 요즘 교회에서는 OO 집사님의 딸이, OO 권사님의 아들이 잘 안 보이면, “지금 고3이야”라는 한마디 말로 다 이해가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입시를 앞두고 있으면 많은 일들이 허용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허용되는 그들의 삶이 결과적으로 행복할지는 의문입니다. 크리스천으로서 우리 자녀들이 거룩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우리 부모 세대들에게도 과연 자녀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주일을 포기하고 학원을 가는 삶, 배려를 포기하고 경쟁을 선택하는 삶, 주변을 돌아보는 대신 나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삶, 그래서 결국 ‘내가’ 손해 보는 것, ‘내가’ 상처받는 것이 견디기 어려워 문제가 발생하는 삶… 이런 모습을 원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교회의 영향력이 점점 사라져가는 어두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교회를 바라보고 세상이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세상을 따라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진리가 왜곡되어도 다수가 맞다고 우기면 교회가 세상 풍토를 받아들이기까지 합니다.

교육의 왜곡도 한몫을 합니다. 수능 만점을 받고 의대를 간 학생은 무슨 일이든 다 반듯하게 잘하고 살아갈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수능을 만점 받았다고 삶이 우수한 것도, 의대생이라고 삶이 헌신적인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그래서 더욱 주일학교에서의 바른 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것입니다.

세상과 구별된 예수님 이야기가 먼저 아이들의 마음에 자리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자녀들이 세상과 구별된 삶, 진리를 진리로 보고 거룩하기 위해 애쓰는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지금 바로 그들의 삶을 위해 교회교육을 더욱 견고히 세워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 부모들도 주일학교 교육에 최선을 다해 서포트해야 합니다. 우리의 다음 세대가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하나님이 맡기신 일들을 잘 감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자녀들이 스스로를 주님의 자녀로 견고히 잘 세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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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현경
연세대교육대학원 석사. 홍익대대학원 교육학 박사 수료. 창천감리교회 장로. 대한기독교여자절제회 이사로 활동하며 술, 담배, 마약 중독문제와 태아알코올증후군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영혼육이 건강한 미래세대 세워 가기위해 부모와 자녀 교육에 관해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