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날 특집/5월 21일 부부의 날

5월, 부부를 생각해보자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와 어버이를 기리며 가정의 의미를 되새기는 달. 하지만 가정의 근간인 ‘부부’는 정작 가정의 달에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랬다. 적어도 2007년 전까지는. 두 사람이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출발하는 ‘가정’이라는 공동체. 권재도 목사(수원천변교회·세계부부의날위원회 대표)는 가정의 시작점인 부부에 깊이 주목했다. 그로부터 12년 후, 5월 21일은 부부의 의미를 기억하는 국가기념일이 되었다.

국가기념일 ‘부부의 날’

“엄마 아빠와 함께 사는 게 소원이에요.”

권재도 목사는 어린이날 TV를 보다 아동 시설에서 지내는 한 초등학생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건강한 가정의 중요성을 깊이 절감하는 순간. 그때부터 권 목사는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가정의 달 5월,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를 담아 5월 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했다. 온 나라 구석구석 건강한 부부의 중요성을 각인시키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부부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는 것이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을 보세요. 이날만큼은 온 국민이 자녀와 부모님께 집중합니다. 부부의 날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어렵겠지만 온 국민에게 건강한 부부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국가기념일 제정이 꼭 필요하다 믿었습니다.”

권 목사는 1995년 5월 21일, 경남 창원에서 첫 ‘부부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이어 ‘부부의날위원회’를 조직해 10년 넘게 정부 기관과 국회를 오가며 국가기념일 제정에 힘을 쏟았다. 사람들은 그의 실행력에 혀를 내둘렀다. ‘무데뽀 목사’, ‘권키호테’라는 별명이 그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진행 과정이 쉽지 않았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국가기념일이 민간단체에 의해 청원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전국 지자체장과 국회의원을 상대로 부부명함을 전달하고 콘서트를 여는 등 열심히 뛰었다. ‘부부 십계명’, ‘부부싸움 십계명’, ‘백년해로헌장’, ‘부부의 날 노래’와 같은 기막힌 아이디어를 활용해 부부의 날을 전하고 또 전했다.

권재도 목사(수원천변교회·세계부부의날위원회 대표)

남편은 빨간, 아내는 분홍 장미 한 송이를 서로 주며

그 결과 2003년 ‘부부의 날 국가기념일’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4년 후인 2007년, 드디어 대통령령(제20045호)에 따라 국가기념일로 공포되었다.

“쾌거였죠. 불가능하다는 일이 이루어졌으니까요. 고비가 참 많았지만, 운동에 공감하며 뜻을 모아준 고마운 분들 덕에 놀라운 결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였다. 진행 과정에 많은 부침을 겪게 했던 주무 행정부처의 홀대가 여전했기 때문이다. 국가기념일 제정은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그는 헛헛한 마음을 세계기념일 제정으로 극복키로 결심했다.

국가기념일 제정 원년인 2007년을 ‘세계부부의날 선포의 해’로 정해 건강한 부부운동을 국내외로 알리는 데 앞장섰다. 관련 사업 중 매년 5월 거행되는 ‘세계부부의날 기념식’이 대표적이다. 귀감이 되는 부부를 발굴해 그들의 삶과 이야기를 다각적으로 조명한다.

지난해는 우아한형제들 대표 김봉진·설보미 부부에게 부부대상을 수여했고, 전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유순택 부부에게는 세계지도자 부부상을 수여했다. 잉꼬부부로 소문난 방송인 최수종·하희라 부부도 3년 전, 세계부부의날위원회로부터 부부대상을 받았다.

사랑의 인내

“가장 기억에 남는 수상자로는 ‘양팔 없는 마라토너’로 알려진 김황태·김진희 씨 부부와 배구 선수 출신 이천근·박은조 씨 부부예요. 이천근 씨 아내 분께서 중증 선천성 소아마비를 갖고 계신데 두 분이 30년 동안 행복하게 잘 살고 계셔요. 남편은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아내를 위해 직장도 집 가까운 곳으로 정할 만큼 가까이에서 극진히 섬기며 사십니다. 아내 분은 그런 남편을 위해 피아노를 치면서 늘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지요. 정말 우리 시대에 본보기가 되는 아름다운 부부십니다.”


권 목사는 귀감이 되는 부부들을 만나며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들이 긴 세월 큰 탈 없이 지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사랑의 인내’라는 것. 95세의 연세에 결혼 80주년을 맞은 이훈요 옹께서 하신 말씀이 생생하다.

“사람이 아니면 인내하지 못하고 인내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 우리 부부는 인내로써 백년해로했다.”

권 목사도 마찬가지다. 부부의 날 제정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에게 가장 큰 인내의 조력자는 유성숙 사모이기 때문이다.

그는 부부의 날을 통해 기억해야 할 교훈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행복한 가정을 위한 근간은 오직 사랑으로 인내하는 부부다.

5월 21일 해야 할 ‘부부 숙제’

권 목사는 제28회 부부의 날을 맞아 내 가정, 나의 부부를 진중히 돌아보는 시간을 반드시 가질 것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부부 자가 진단 팁도 제시했다. 그것은 바로 ‘대화.’ 부부간 대화가 없다시피 하거나, 말로 인해 다툼이 잦다면 부부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을 확률이 매우 높다.

“우리는 특히 말의 인내에 약합니다. 부부싸움은 대부분 말에서 비롯되잖아요. 문제는 배우자를 자극하는 말로 대화를 시작하는 데 있습니다. ‘당신은 꼭, 언제나, 도대체, 하여튼, 대관절, 언제까지’라는 부사어가 갈등의 발단이 됩니다. 건강한 부부관계를 위해 이 단어들은 사용하지 마세요.”

권 목사는 5월 21일 부부의 날에 꼭 해야 할 이벤트를 추천했다. 생각보다 간단하다. “한 송이 장미를 준비하세요!” 남편은 사랑과 정열의 빨간 장미를, 아내는 사랑과 존중의 분홍 장미를 준비해서 서로에게 ’드리는‘ 것이다. 이때 정말 중요한 게 있다. 장미를 건네며 세 마디의 말을 또박또박 해줘야 한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