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作心三日)의 과학적 근거

2024년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고 벌써 한 달이나 지나 2월입니다. 시간이 참 빠르다는 것을 또 한 번 실감하는 순간입니다. 새해가 되면 으레 첫날부터 새로운 계획들을 세우고 ‘반드시 지키리라’ 다짐합니다. 그래서 새해에 주고받는 덕담으로 ‘올 한해 소망하시는 일들이 모두 이루어 지시기를 기도합니다.’라고 하는 것에는 이러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며칠만 지나면 새해에 세웠던 계획들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경험을 수없이 해왔습니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한자 성어가 왜 생겼는지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작심삼일(作心三日)’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들어 있습니다. 어떤 일을 새롭게 시작할 때 대부분의 사람은 스트레스가 많이 생깁니다. 새로운 것, 낯선 것에 도전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리의 몸은 호르몬을 분비하여 스스로를 각성시키거나 스트레스를 완화하며 상황을 서서히 인식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때 분비된 호르몬은 약 3일 정도 유지됩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호르몬이 유지되는 3일 동안 잘 버티다가 4일째부터 새로운 도전에 대한 동력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학적 메커니즘이 ‘바로 작심삼일(作心三日)’의 원리와 일치하는 것입니다. 즉, 3일 동안은 어떤 일들을 시도하고 노력하다가 동력이 떨어지는 4일째부터는 시도를 멈추거나 포기하고 싶어집니다. 심지어는 자신이 무엇을 시도하고 있었는지조차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작심삼일(作心三日)’은 매우 과학적인 원리입니다. 이 원리를 알게 된다면 우리는 4일째부터 포기하려는 우리 자신을 격려하고 새롭게 다독거려 주어야 합니다. 우리 자녀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격려나 다독거림 보다는 오히려 “네가 그렇지 뭐!” 혹은 “그럴 줄 알았어!”와 같은 비난 섞인 말을 들어 본 경험이 더 많을 것입니다.

그때 마음이 어떠셨나요? 혹시 정말로 내가 그렇게 못난(?) 사람이라는 자책을 하지는 않으셨나요? 때로는 어차피 해도 안 되니 시도조차 안 하고 넘어간 일들은 없었나요? 그런데 문제는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순간 내 마음을 상하게 하고 무기력하게 만들었던 그 말을 내 아이에게 하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계획을 포기하는 일도 있지만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는 경우도 참 많이 경험합니다. 그래서 “너는 어쩜 이렇게 꾸물거리고 맨날 늦니?”라는 꾸중도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꾸물거리는 행동이 느리게 준비하거나 미루거나 하는 시간상의 문제를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심리학에서는 꾸물거림이나 미루는 것을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조절의 문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꾸물거리는 사람들은 게으른 사람이 아니라 일을 잘하고 싶어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완벽하게 일을 해내고자 하는 마음 때문에 한 걸음을 내디뎌 시도하기까지 많은 생각과 결심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꾸물거림이나 일을 미루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지 말아야 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으로 여겨질 때는 이것을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님도 자신의 아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아이가 왜 꾸물거리는지, 왜 자신의 일을 최대한 미루는지 파악하고 이에 대해 이해하며 인내심을 가져야 합니다. 또한, 기다려 주고 도와주어야 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이의 노력하는 모습에 격려를 해주고 ‘이 일은 꼭 했어야 했는데 안 했다’는 식의 비난하는 말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아이가 ‘나는 게으른 사람이야!’, ‘나는 의지가 약해서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이야!’하는 부정적인 자기상을 갖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꾸물거리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불안 수준이 높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성향의 아이들에게는 압박감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부담감이 높아지면 오히려 멀쩡히 잘할 수 있는 일도 긴장이 되어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때로는 해야 할 일을 시도조차 하지 않고 포기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심리적 어려움에 처한 아이에게 비난이나 위협을 느끼게 한다면 아이의 불안감에 더욱 불을 지피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자신을 비난하는 말과 몸짓에 매우 쉽게 위축됩니다. 반면 격려와 칭찬, 그리고 보상에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사랑하는 부모님이나 형제자매, 좋아하는 선생님, 친구들이 격려나 보상을 해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언어적인 칭찬에도 매우 약합니다. 작은 일에도 칭찬을 해주면 자신의 부족한 행동적 특성을 조금씩 고쳐 나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어른의 눈으로 아이들을 볼 때 어리기 때문에 잘 모를 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자신을 비난하는 누군가를 보면서 쉽게 자책하고 실망합니다. 그래서 스스로 상처를 갖기도 하고 자신은 비난받아 마땅한 사람이라고 낙인 찍어 버리기도 합니다.

얼마 전 우연히 유튜브에서 세 쌍둥이를 키우는 엄마가 2살 남짓 된 아이들 앞에 세 개의 젤리를 놓고 실험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엄마는 세 쌍둥이들에게 엄마가 화장실을 다녀오는 동안 절대 젤리를 먹지 말라고 하면서 자리를 떴습니다.

세 아이 중 한 아이는 젤리에 큰 관심이 없는 듯 보였습니다. 다른 한 아이는 혼잣말로 ‘먹으면 안 돼!’하고 소리내어 이야기하며 손으로 젤리를 가렸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나머지 한 아이가 손을 뻗어 쟁반에 담긴 젤리 세 개를 재빠르게 움켜쥐고는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엄마, 아빠에게서 거의 시간 차이도 없이 태어난 세 쌍둥이의 행동은 너무나도 확연히 차이가 났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의 유형 또한 너무나도 다양합니다. 태어나면서부터 그 형질이 모두 다르게 나타납니다. 심지어 뱃속에서의 태동도 다릅니다. 성격이 만들어지는 유전적 요소도 천차만별이지만 그것에 더해지는 환경적인 요소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고작 몇 분, 몇 시간 차이로 태어나는 쌍둥이들의 성향도 너무나 다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어떠한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의 성향에 따라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도 시각도 각양각색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한가지 또는 몇 가지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문제가 다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럴 때 사람마다 대처하거나 받아들이는 태도도 다양합니다. 다음에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거나 이게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좌절하지 않고 조금 쉬어 간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다독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책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과연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어떠한 모습이 바람직하게 대처하는 모습일까요? 이 또한 다양한 해결 방식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격려할 줄 아는 아이로 키워야 합니다.

“내가 그렇지 뭐!”하고 자신을 비난하지 않도록 도와야 합니다. 격려받지 못했던 사람은 스스로를 격려하거나 남을 격려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계획을 세우고 3일밖에 실천을 못해도, 때로는 꾸물꾸물 시간을 끌며 해야 할 일을 미루더라도 우리는 우리 아이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들어있는 무언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비난하는 말, 부정적인 말 대신 격려의 말, 칭찬의 언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이러한 언어들이 우리 아이의 세상을 행복하고 기쁘게 만드는 일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학교에서는 성적으로 줄을 세우고 집에서는 사랑한다는 말보다 ‘숙제했니? 학원 늦겠다’는 말을 더 많이 듣는 아이들입니다.

그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숨 쉴 수 있는 공간, 무기력한 시간들을 신나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는 공간, 따듯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 그 공간이 바로 우리 부모님의 품이고 격려의 말 한마디입니다. 무엇보다도 부모님의 태도와 사랑을 통해 예수님의 따듯한 품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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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현경
연세대교육대학원 석사. 홍익대대학원 교육학 박사 수료. 창천감리교회 장로. 대한기독교여자절제회 이사로 활동하며 술, 담배, 마약 중독문제와 태아알코올증후군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영혼육이 건강한 미래세대 세워 가기위해 부모와 자녀 교육에 관해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