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다

박세훈 목사<뉴질랜드한인성결교회>

가장 절망적인 땅, 막달라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사람들 가운데 막달라 마리아가 있습니다. 성경은 그녀에 대해 많은 걸 말해주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매우 분명하게 그녀가 일곱 악령에 붙잡혀 있었다고 소개합니다. 유대인들의 문화에서 7은 완전함, 완벽함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그녀에게 어떤 종류의 귀신들이 들린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뚜렷한 건, 그녀가 완전히 미친 사람이었다는 건 확실합니다. 그녀는 어쩌다가 완전히 미친 사람이 되었을까? 분명한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그녀의 이름 앞에 붙은 ‘막달라’, 이 한 개의 단어가 그 답을, 그녀의 불행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이유를 가르쳐 줄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의 공생애는 갈릴리 땅에서 시작됩니다. 이스라엘 안에 다른 많은 지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갈릴리를 선택하셨고 그리고 그 땅에서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공식적인 사역을 시작합니다.

왜 하필 그 땅이었을까? 어쩌면 갈릴리는 이스라엘 가운데서 가장 헐벗고, 가장 비참하며, 가장 절망적인 땅이었는지 모릅니다. 갈릴리가 이처럼 고통스러운 땅이 된 것은 그곳에 로마 군대가 주둔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막달라는 갈릴리 땅, 한복판에 위치해 있습니다. 세계 최강의 로마 군대. 그들이 하고 싶어하는 것, 그들이 원하는 것, 이 일을 막을 수 있는 그 어떤 힘도 갈릴리 땅 안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래전, 한국에서 살 때입니다. 대략 20년 전에 저는 동두천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낮인데도 상당수 가게는 문이 닫혀 있습니다. 비로소 저녁이 되면 가게들의 문이 열리고, 미군들을 주요 고객으로 해서 영업을 시작합니다.

대다수 사람은 음식점, 숙박업소, 그리고 술집을 운영하며 생활하고 있었고, 상당수의 젊은 여성들은 미군들을 상대로 돈을 벌고 있었습니다. 미군이 자신을 상대하는 여성이 마음에 들지 않아 구타하고 폭행해도 경찰은 출동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심한 경우 경찰이 출동해도 피해 여성을 잡아갑니다. 그리고 미군은 풀어 줍니다.

이 당시만 해도 미군이 한국인에게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도 한국 법정에 세울 수 없었다고 합니다. 물론 21세기가 되었어도 상황은 그렇게 많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법은 있지만 법이 존재하지 않는 땅이 있습니다. 사람은 있지만 인권이 없는 땅이 있습니다. 막달라, 분명 그 땅은 제가 본 동두천보다 훨씬 더 어둡고, 훨씬 더 불행하며, 그리고 폭력과 차별이 훨씬 더 심했을 겁니다.

막달라 마리아가 왜 미쳤는지 성경은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미친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명백하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로 표현할 수가, 글로 남길 수가 없었는지 모릅니다. 그녀가 당한 폭력이 상식과 관습, 그리고 윤리, 이 모든 범주를 벗어나는 그 당시 언어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었기 때문입니다.

1992년 연말로 기억합니다. 한국에 있는 거의 모든 대학교 총학생회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편지의 발신인은 동두천에서 목회하는 전우섭 목사입니다. 사실 편지라기보다는 보도자료에 가까운 내용이었습니다.

전목사의 교회에 출석하는 26살의 한국인 여성, 윤금이씨가 있습니다. 그녀는 미군을 상대하며 돈을 벌었는데 최근에 이 일을 그만두고 꽃을 팔면서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미군 병사에 의해 너무나 끔찍하고 참혹하게 죽습니다.

이 당시 공중파 방송은 KBS1, KBS2, EBS, MBC, 그리고 SBS. 또한 서울과 지방을 포함한 각종 신문사. 대한민국에 수많은 방송사와 언론사가 존재했지만, 그 어떤 곳도 대한민국 땅에서 미군에 의해 비참하게 살해된 이 여성의 죽음에 대해 침묵합니다.

알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습니다.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한국 정부의 압력, 그리고 그녀가 어떻게 죽었는지 상세하게 보도할 경우 국민들 안에서 일어날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저항. 결국 사람들은 침묵합니다.

막달라 마리아. 그녀가 당한 폭력, 그녀가 입은 끔찍한 아픔. 갈릴리 사람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말할 수 없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녀의 몸과 마음이 버틸 수 없을 만큼의 큰 불행이 그녀를 찾아 온 것만은 분명합니다. 결국 그녀의 뇌는 그 거대한 불행을 감당해 내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뇌가 그녀의 몸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오작동을 시작합니다.

성경은 그녀를 가리켜서 ‘일곱 귀신이 들렸다’고 말합니다. 현대의학은 막달라 마리아의 이같은 정신질환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이 질병의 이름은 Multiple personality disorder(다중인격장애), 혹은 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해리적 자아질환) 입니다.

현대의학은 이 정신질환의 대표적 특징을 ‘기억력 상실’이라고 밝힙니다.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넘는 극심한 고통과 마주하게 될 때, 원래 가지고 있던 자아가 분열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과거의 모든 사건을 잊어버린 채 고통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새로운 자아가 출현합니다. 예를 들면, 고통을 인식하지 못하는 어린아이로, 아니면 고통을 주는 가해자의 인격으로, 아니면 섬찟할 정도로 무자비한 사람의 인격으로.

구원은 회복의 은혜
자아가 분열되는 아픔을 겪은 후, 마리아는 일곱 개의 전혀 다른 인격을 갖게 됩니다. 이제 그녀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완전히 미친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녀의 삶에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그녀가 예수님을 만납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그분은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가 겪었던 모든 아픔, 그녀가 당해야 했던 모든 불행들, 그분의 가슴 속에 그대로 담깁니다. 마음 한켠이 너무 아프고, 미안하며, 슬픔에 말문이 막혔을지 모릅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그분이 막달라 마리아를 고쳐줍니다. 망가졌던 그녀의 뇌가 이제 정상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고쳐줍니다.

그분의 치료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녀의 어두웠던 기억들, 불행했던 순간들, 다시 꺼내고 싶지 않은 끔찍했던 아픔들이 그녀를 지배하지 않도록 하나님의 은혜를 부어주었을 겁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야 하는 이유입니다. 구원은 회복의 은혜입니다. 고통의 자리를 떠나고, 슬픔과 아픔의 자리를 떠나기 위해 다시 살아 있는 것에 감사하고, 다시 꿈을 꾸기 위해, 병든 우리의 몸과 마음을 치료받기 위해 우린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야 합니다. 이 간절함이 우리 삶에 가득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