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변화 세 번의 기회

연극에서 무대장치 전체를 바뀌는 것을 막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3막으로 진행된다. 인생을 한 편의 연극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3막의 변화이다. 사람에게 3번의 기회가 있다고 한다. 그 3번의 기회는 3번의 변화를 의미한다.

모세는 120년 살았는데, 인생 1막은 40살까지 궁중생활, 지도자 수업, 인생 2막은 광야에서 40년간 단순 목동 생활의 반복, 인생 3막은 출애굽, 40년간 이스라엘을 광야에서 하나님 백성으로 양성했다.

막과 막 사이의 침묵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모세의 1막 2막 3막은 모두 극적인 반전의 연속이다. 왕자에서 살인자로, 목동에서 기도자로 극과 극이다. 그런데 그 막과 막 사이의 간극은 너무나도 고요하다. 무거운 침묵이 흐른 후에 출애굽의 영웅으로 출발한다.

내 인생의 1막은 한국에서 공부하고 목회한 일이다. 인생 2막은 이민목회자로 부름 받아 이민목회자로 일한 시기이다. 인생 3막은 65세 은퇴 이후의 삶이다. 나는 지금 3막이 시작되기 직전에 서 있다. 12월이 되어야 연금이 나온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1막에서 2막으로 넘어가는 침묵의 기간이 3년 걸렸고, 2막에서 3막으로 넘어가는 기간도 꼬박 3년이 걸리고 있다.

침묵 속의 몸부림이 새로운 막의 수준을 결정한다
지금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쉽게 연극의 막이 바뀌지만, 그래픽 화면이 없던 시절에는 막과 막 사이의 침묵 시간에 무대 뒤에서는 새로운 장치를 위해 뜯고 부수고 나르고 난리가 난다. 겉으로는 침묵이지만 속으로는 난리다. 그 난리를 어떻게 지불해 내느냐가 다음 막의 질을 결정한다.

모든 이민자가 그러하듯이 나 역시 한국 생활을 접고 뉴질랜드로 이민 온 변화는 삶의 밑뿌리가 뽑히는 대변화였다. 한국 생활을 접고 이민 시작하는 데 3년 걸렸다. 처음부터 이민 목회를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한국 목회를 당연히 여겼었다. 그런데 안식년 뉴질랜드 생활 5개월로 심경의 변화가 시작되었고, 결국 총 3년간의 혼돈이 흐른 후, 뉴질랜드 이민 목회자로 오게 되었다.

이민목회를 마무리하며 은퇴 3년 전 조기 은퇴를 결정했고, 지난 3년여의 값을 지불한 후에 이제 인생 3막 직전에 서 있게 되었다.

막과 막의 변화는 배우들 빼놓고 거의 모든 것이 바뀐다. 변화는 충격과 혼돈을 동반한다. 인생의 막이 바뀔 때마다 그에 따르는 혼돈과 충격은 고통스럽다. 하지만 예측하지 못한 고통을 잘 견뎌내야 새로운 막이 열릴 때, 웃으면서 시작할 수 있다.

인생 3막의 시작점에 서 보니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나이 들면 자유로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젊었을 때는 실패를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나이 들어 내리는 결정들은 실패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신중의 신중을 기하게 된다.

젊어서는 일단 마음먹으면 결정한 대로 밀어 부치기 일수였다. 그래서 아내와 자녀들이 마음 고생이 심했다. 내가 저지른 시행착오를 아내와 아들딸, 그리고 부모 형제들이 감당하느라 엄청 고생들 했다. 그래도 젊은 힘으로 이겨내고 버텨내고 결과를 얻어 냈다.

하지만 지금은 점점 더 결정 내리기가 어려워진다. 실패의 쓴맛을 알기 때문이고, 내가 선택한 후의 결과들까지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의 고통을 생각하기 전에는 결정하기 쉬웠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우선이 아니라 아내와 아들딸이 우선이 된다. 우선순위가 확실히 바뀌었다. 그래서 판 전체를 바꾸는 큰 결정을 내리는 일이 이제는 망설여지고 소심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꾸는 일을 멈출 수가 없다
내가 이 나이에 내리는 결정들은 인생 3막의 향방을 좌우한다. 그래서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꿈꾸는 일은 멈출 수가 없다. 꿈꾸는 일을 멈추면 급격하게 늙어가고 죽은 목숨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꿈이 없는 백성은 망한다.’(잠29:18)고 했다. 물론 여기에서 꿈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계시이다. 말씀이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시는 레마의 말씀을 꿈으로 품고 사는 사람은 흔들리지 않게 된다. 아니 심하게 흔들렸다가도 다시 제 방향을 찾게 된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레마의 말씀을 품지 못하기 때문에 갈팡질팡한다, 말씀을 통한 꿈이 없기 때문에 향방 없는 발걸음이 된다.

<꿈 넘어 꿈>이라는 책을 쓴 고도원씨는 ‘꿈이 있으면 행복해지고, 꿈 너머 꿈이 있으면 위대해집니다.’라 했다. 꿈을 이룬 사람은 거기에 머물지 말고 이루어진 꿈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 자신의 성취된 꿈을 나누어 줄 때 아름다운 행진이 된다.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성취하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달려왔고, 후회없이 일했고, 미련없이 살았다. 주 안에서 주께서 주신 꿈을 성취했다. 물론 아직 남아 있는 숙제도 몇 가지 있기는 하다. 라마 나욧 기도학교와 다음 세대 지도자를 양성하는 일은 늘 마음의 무게로 달고 산다.

목회자로서, 설교자로서 최선을 다했고 나름 꿈을 이루었다. 그래서 이제는 꿈 넘어 꿈을 꾼다. 돈이나 시간이나 능력에 상관없이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재능을 기부하는 일을 할 생각이다. 열심히 일하고 모아서 일 년에 한두 달은 복음의 불모지에 달려가서 헌신하는 꿈 넘어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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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승관
나는 꿈꾸는 사람이다. 목회 35년 동안 교회를 통해서 세상을 구원하는 꿈을 꾸었다. 3년 전, 조기은퇴 후 교회의 울타리 밖으로 나왔다. 현재 Uber Driver로 생계를 해결하며, 글쓰기를 통해 세상, 사람과 소통하는 영혼의 Guider되기를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