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교류와 신약성서

지난 호에서 신약성서에서 이민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 사건임을 살펴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으로 시작된 신약성서에는 이민과 관련된 요소가 흩어져 있다. 특히 신약성서가 쓰여질 때의 상황이 “이민(Migraion)”의 다른 표현인 문화 교류(Cross-Culture)상황이었다.

문화 교류의 산물인 신약성서
워너 컬(Werner Kahl)에 따르면 신약성서가 문화 교류 과정 속에서 탄생한 것임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첫째, 신약성서 안에 있는 27개의 책은 그 당시 코이네(Koine) 그리스어로 쓰여 있다는 점이다. 갈릴리와 유대지역에서 일어난 일을 다른 지역에 있는 디아스포라 유대인이거나 또는 유대인이 아닌 이방인들을 위한 목적으로 그리스어를 사용한 것이다. 이는 마치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영어로 글을 씀으로 재해석하고 있는 것과 같은 과정이다. 즉, 신약성서는 갈릴리와 유대지역의 사건이 그리스-로마 지역으로 나아가는 이민의 결과물이다.

두 번째로 신약성서는 신약성서에서 사용되고 있는 구약성서 70인역은 이미 문화 교류의 산물이다.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이 자신의 히브리 성경을 그리스어로 번역한 것으로 신약성서는 이 문화 교류의 산물을 계속해서 인용하면서 유대전통의 일부인 성서를 자신들이 흩어져 생활하게 된 지역에 알맞게 변화시켜서 사용하게 되었다.

이것을 워너 컬은 70인역을 “해석된 성서” 또는 “재기록된 성서”로 표현할 만큼 흩어짐으로 인한 이민 상황 속에서 적극적인 가교의 역할을 했음을 주장한다. 신약성서는 적극적인 문화간 가교의 역할이 된 70인역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세 번째로, 신약성서의 각 책들은 유대 전통들을 그리스-로마 사회 속에서 기독교 신앙의 핵심인 예수 그리스도에 맞추어서 변형시키고, 재정의함으로써 완성되었다. 즉, 유대 문화와 그리스-로마 문화, 그리고 기독교 문화가 삼중으로 교차하면서 형성된 것이 신약성서이기 때문에 초대 교회의 산물인 신약성서는 교차 문화 현상 속에서 구성된 결과물이 된다.

네 번째로 신약성서의 배경이 된 초대교회는 디아스포라 유대인들(헬라파 유대인과 히브리파 유대인)이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민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서 이민자의 삶이 초대교회 문화의 기반이 되었고, 신약성서도 이민자의 경험이 함축될 수 있었다.

문화 교류의 예
이 근거들은 신약성서의 구석구석에서 발견이 된다. 앞에서 잠시 언급한 헬라파 유대인과 히브리파 유대인의 갈등이 사도행전에 따르면 안디옥 교회에서 있었다.

즉, 이민학 개념으로 설명하면 히브리파 유대인이란, 이민의 경험이 없는 유대인으로 이해될 수 있고, 헬라파 유대인은 이민을 떠났다가 역이민으로 돌아온 역이민자로 이해될 수 있다.

신약성서 속 초대 교회, 예루살렘과 안디옥 교회는 역이민으로 인한 문화적 차이를 경험하는 이민자와 전통을 고수하는 원 거주민의 갈등이 드러나는 것이다.

또한 교차 문화 현상 속에서 쓰여진 신약성서의 대표적인 개념은 “로고스”이다. 그리스-로마 문화 속에서 근원적인 진리를 뜻하는 “로고스”는 전형적인 그리스-로마의 철학 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것은 유대교의 전통을 그리스-로마의 문화로 흡수하여 기독교의 의미로 변형을 시키는 대표적인 이민의 결과물이다.

더불어서 신약성서에는 이민자의 자녀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디모데의 경우가 전형적인 이민자 자녀이자 국제결혼 부부(유대인 어머니와 헬라인 아버지)의 자녀이다. 이민의 한 중요 요소 중 하나가 국제결혼으로 인한 국제 이주이며, 가족 중 한 명이 이민을 간 경우에 나머지 가족도 이민을 갈 수 있는 확률이 늘어나는 것은 이민학에서 연구된 결과이다. 가족이 이민의 “끌어당김 요소(pull factor)”가 되는 것은 뉴질랜드 안에 있는 한인들의 경우도 포함이 된다.

필자의 박사 논문 속에서 2010년 이후 뉴질랜드로 이민을 오게 된 이민 1세대들의 이유가 결혼과 친척, 또는 가족이 이미 이민을 와서 정착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사도행전의 스테반의 순교 사건은 이민학에서 다루어지는 종교 난민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스테반의 죽음 이후에 핍박을 받게 된 예루살렘의 교회의 교인들은 유대와 사마리아 지역으로 흩어지게 되었다. 즉, 자신들의 거주지에서 강제적으로 떠날 수밖에 없게 된 종교 난민의 모습이 초대 교회 성도들의 삶 속에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서도 신약 성서 속에서도 이민의 기간, 장소, 원인, 강제성 등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요약하자면, 신약성서는 그 존재로 이민과 이민으로 인한 문화교류의 근거이다.

이동하시는 하나님을 닮은 그리스도인
샘 죠지(Sam George)와 고드프레이(Godfrey)는 하나님의 속성을 ‘이동성’으로 정의하면서 “하나님은 이동하시는 하나님(God is on the move)”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신구약에 상관없이 성서에서 중요한 주제가 이동하시는 하나님을 닮은 인간의 ‘이민’이라 설명하고 있다.

베드로전서에서도 초기 기독교인들을 ‘거류민과 나그네(2.11)’로 표현을 하면서 결국에는 본향인 하나님의 나라로 들어가 과정 속 존재로 묘사한다. 그렇기에 성서는 이민학을 연구함에 있어서도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으며, 이것은 이민과 종교성을 연결할 때에 중요한 시작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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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형균
장로회신학대학교 학부, 신대원, 일반대학원 졸업(한국교회사 전공). 오타고대학교 박사(선교학, 이민자 신학, 종교사회학 전공). 파머스톤노스 한마음교회 담임. 알파크루시스 강사. 현지교회와 이민자를 연결하는 꿈을 가지고, 선교와 이민이라는 주제를 다루려 한다. 관심분야는 선교학, 이민자 신학, 한국교회사와 아시아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