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자연스러운 일

겨울 새벽이었다. 이곳 뉴질랜드 현지 백인들 중심인 교회에서 사역할 때이니 한국의 새벽기도와는 많이 달랐다. 늦은 새벽 5시 반쯤 커피 기도회를 가기 위해 교회 카페를 향하고 있었다. 하나님 나라에 관한 찬송가들이 생각나 차 안에서 흥얼거리며 가는 길이 즐거웠다. 새벽기도가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주님과 앉아 대화로 시작하는 하루는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대성당 같은 전통적인 뉴질랜드 교회 건물, 입구에 들어서면 한편에 카페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다시 사용하기 시작한 종탑이 있는 쪽문으로 들어가면 바로 스테인드글라스 옆에 두 개짜리 그룹의 커피기계가 보인다. 커피는 피하 바닷가 근처 로스터리에서 매달 두 번씩 가져온다. 커피를 담당 사역자가 내리고 있었다. “화이트 아니면 블랙?” 플랫 화이트를 잘 내려서 늘 플랫 화이트를 부탁했다. 너무 익숙한 모습이다.

전통적인 스테인드글라스와 그 아래 십자가를 향하고 있던 교회의 장의자들은 모두 철거되었다.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한 검은색의 일반적인 컨퍼런스 홀 의자로 교체되었다.

고령화 되어가는 교회가 술집과 다른 종교의 사원으로 팔려 가는 영국교회가 되는 것보다는 전통은 많은 곳에서 사라지지만 모던한 예배와 컨퍼런스 홀로 바꿔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사람이 많이 모일지는 다음 문제였다. 진짜 교회는 전통적으로 하늘 높이 올라있는 대성당 종탑이 아닌 그곳에 모인 사람들과 공동체, 그리고 그 안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함께 하심이라는 것을 변화로 보여준 셈이었다.

참 오래된 키위 교회는 바뀌지 않으면 안 되었고 파격적인 예배 형태를 띠어야만 사람들의 마음, 영성 그리고 삶의 예배와 생활 방식을 바꿀 수 있었기에 담당 사역자가 결정하게 되었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청년들이 주중 주말 주일 할 것 없이 왔다. 또한 플렛 화이트와 함께하는 새벽기도회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는데 두 대학 사이에 위치한 교회였고 오클랜드의 첫 번째 교회로 뉴질랜드의 대표하는 많은 교회 중 하나였기 때문에 이러한 갑작스러운 부흥과 변화들은 어떤 의미를 두었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는 또 다른 이유로 팔리고 사라질 수도 있었다. 교회 뒤편 카페 공간은 그런 의미가 있다. 오는 이들에게 예배 프로그램이 적혀 있는 주보와 헌금 봉투를 나누던 공간은 티와 커피를 나누며 환영하고 환대하는 카페 코너로 바뀐 것이다. 역사 건물로 등록되어 있으니 이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어쩌면 고령화로 사라질 위기에 있는 교회가 본질을 통해 빛을 발한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많은 이들이 교회의 영성과 음악과 문화와 가르침에 관심을 두고 찾아오게 되었다. 함께 몸담아 주님의 교회를 섬기고 유학생들과 이민자들을 위한 돌봄 사역을 한 것이 깊은 의미가 있었다.

늘 한국교회와 한인들에게 마음이 있어 다시 비행기에 오르지만, 한인교회에서의 10년과 키위 교회에서의 10년, 그리고 한국교회에서의 10년은 나를 광야로 내몰아도 살아남을 깊은 뿌리를 내리게 해주었다. 그리스도께 뿌리를 내리게 함께 해준 그 모든 순간이 즐거웠다.

문화로서 커피는 그리스도를 담아 나누는 따뜻한 삶의 예배가 되고 그렇게 하나님을 느낀 사람은 잊지 못할 날이라 이야기한다. 한두 번이 아니니 나에겐 커피가 귀한 선교의 도구임이 분명하다.

어느 날은 멈출 수 없이 눈물을 쏟은 날도 있고 감동과 감격으로 함께 기뻐한 날들이 많다. 어떤 특별한 것을 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커피를 나눌 때 주께서 그들 앞에 계셔 들으시고 말씀하시고 새롭게 하시니 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그렇게 일상의 즐거움, 기쁨, 행복은 다투어서 얻는 것이 아닌 주님 안에서 온전히 얻어지는 것이니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주님 나로 커피 대신 그리스도를 담아 한 영혼에게 나누게 하소서. 성공의 여부로 기뻐하지 않게 하시고 삶의 가치와 본질이신 주님과 함께하는 것으로 기뻐하게 하소서. 이렇게 오늘 아침은 주님과 앉아 커피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