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통만 남아 있으니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의 <얼굴>은 심봉석이 작사하고 신귀복이 작곡하고 윤연선이 불러 1975년 젊은이에게 애창곡이 됐다.

로마 유적지에서 발굴된 조각상 중에서 머리, 손, 발없이 몸통만으로 된 조각상을 토르소라고 한다. 얼굴이 없으니 누구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다만, 사람의 몸만이 두드려 보인다. 사람은 얼굴이 있어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사람의 얼굴에는 두 눈, 두 콧구멍, 두 귀, 한 입을 포함하여 7개의 굴을 가지고 있다. 그 밖에도 생물학적으로 머리카락, 이마, 두 눈썹, 두 뺨, 인중, 두 입술, 이, 턱, 피부가 있다. 얼굴의 전체로 자리 잡은 생김새에 따라 겉모습이 생긴다. 저마다 얼굴 모습이 있다. 사람의 눈에 가장 띄는 신체가 얼굴이다.

사람은 이 모두를 가지고 있지만 단 한 사람도 같은 사람이 없다. 비록 쌍둥이여서 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 닮았다고 할 수는 있지만 정말 똑같지는 않다. 심지어 자신이 거울 또는 사진으로 보는 얼굴과 타인이 보는 얼굴은 서로 다르게 인식할 수 있다. 이로써 얼굴의 앞면 윤곽에 따라 사람을 구별한다.

얼굴의 얼은 영혼을 의미하고 굴은 통로를 뜻한다. 사람의 감정이 표정으로 드러난다. 표정은 주름으로 나타난다. 그 사람의 독특한 주름은 관상으로 보인다. 사람의 초상은 선입견을 품게 되어 눈치가 생긴다.

눈치는 상대방의 눈을 보면서 나누는 말보다 그 사람의 주름으로 생기는 미세한 차이가 표정을 만들어 내는 생김새를 발견하고 감정의 상태와 변화를 읽어내는 인지적 능력을 말한다. 눈치는 인간이 갖는 정보와 지식과 경험과 체험이 융합된 섬세한 감각으로 상대방의 기분과 상태를 파악한다.

사회생활을 하는 인간은 암기와 정보 그리고 지식과 생각을 하는 존재로 살아왔지만, 가까운 미래 또는 다가올 미래에는 분석과 비평 그리고 통섭과 적용이 창의적으로 판단하는 유형의 인간이 요구된다.

한 사람의 얼굴에는 그에 관한 정보와 감정까지도 담아내고 있다. 표정에는 개인적인 사고와 사색과 더불어 사회적인 사상과 사조를 아우르는 시대적인 가치와 의미도 표현하고 있다. 성경에도 얼굴은 암시와 은유를 내포한다고 알려준다.

세상은 몸의 근육이 보여주는 몸통만이 우상으로 숭배되지만, 성경에서 몸의 얼굴이 보여주는 표정은 하나님의 모습으로 다양하게 찾아오고 만나주고 안아준다. 예수를 만나고 알게 되고 믿게 되면 얼굴의 주름도 은혜의 표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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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승현
본지 발행인. 마운트 이든교회 담임.“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하고 생명구원”(요한복음 20:31) 위해 성경에 기초한 복음적인 주제로 칼럼과 취재 및 기사를 쓰고 있다. 2005년 창간호부터 써 온‘편집인 및 발행인의 창’은 2023년 446호에‘복 읽는 사람’으로 바꿔‘복 있는, 잇는, 익는, 잃는, 잊는 사람과 사유’를 읽어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