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님이 그렇게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난 후에, 가족으로부터 나는 집사님 벌통을 관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양봉 경력 2년차가 벌통 60여통을 관리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여름철 꽉 찬 벌통 안에는 3-4만 마리의 벌이 들어있다. 60여통이면 180만 마리의 벌들을 돌보는 셈이다. 그야 말로 180만 대군을 거느린 장수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양봉을 하면서 배우게 된 점은 벌을 관리하는 것은 마치 어린 아기를 키우는 것과 흡사하다. 배고프지 않고 아프지 않게 해주어야 하며 불편한 것이 없는지 늘 찾아서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벌은 벌통안에 먹이가 없으면 다른 벌통을 습격해서 먹이를 훔쳐오거나, 먹이를 찾아서 벌통을 떠나 버리기 때문에 먹이가 벌통안에 항상 있는지 살펴야 한다.
벌은 연약한 존재이다. 질병에도 취약하고 기후에 따라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벌통을 그냥 놔둔다고 벌들이 스스로 늘어나는 것도 꿀박스에 꿀이 가득 차는 것도 아니다.
집사님과 친했던 분이 양봉을 하셨고, 나의 사정을 잘 아시기에 여러모로 도와주셨다. 지금까지도 나의 양봉 스승으로 모시고 있다.
그렇게 벌통 60여통을 가지고 겨울을 맞이했고, 봄까지 대략 45통 정도가 살아남았다. 양봉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양봉처럼 쉬운 일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듣기로는 한 통이 두 통이 되고, 두 통이 네 통이 되고 네 통이 여덟 통이 되는 것이 양봉이다.
어떤 분은 내가 양봉을 한다고 하니 거의 한량이나 다름없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 아마도 그분에게는 양봉이 사시사철 산으로 들로 나들이 가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나 또한 쉬운 일로 알고 시작을 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한 해에 손실되는 것이 10-15 퍼센트이다. 그것도 프로 양봉가들의 평균 전적이다.
그래도 애지중지로 관리를 해서 이듬해 봄에 45통으로 겨울을 지났고 꿀을 따러 전장에 나갈 수 있는 통이 35통 정도 됐다. 그 해 봄에 서쪽 피하지역에 두 군데로 나누어 벌통을 두었고, 다음 해에 2월에 채밀을 했다. 35통에서 채밀한 양이 대략 1톤 정도 되었다.
협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
꿀을 채밀하고 난 후에 집사님 벌통을 내가 인수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다른 분에게 양도하는 것보다는 내가 가져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해서 그렇게 하자고 했다.
그해 10월에 아는 분을 통해서 양봉 용품을 정리한다는 분을 소개받아 찾아 뵈었다. 벌통 숫자는 늘어났는데 분봉하고 꿀을 채밀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자제가 한두개가 아니었다.
뉴질랜드는 양봉 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자재 비용이 상당히 비싼 편이다. 필요한 용품 몇 개만 사려고 갔는데 갖고 계신 물건 모두를 가져 가는 게 어떻냐고 제안을 하셨다.
그럴 만한 재정이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반값에 주신다고 하시고 나누어서 조금씩 값아도 된다고 하셔서 트레일러로 몇 번을 나누어서 갖고 왔다. 이렇게 나는 벌통과 갖고 있는 양봉 용품만 보면 몇 백 통을 갖고 양봉하는 전문 양봉인처럼 보였다.
처음 양봉을 시작할 때에 반 통짜리 누크 통으로 시작했고, 그때에는 양봉 툴도 변변치 못했다. 그리고 내가 벌을 관리하고 다루는 것이 아니라 마치 벌이 나를 관리하고 다루는 것처럼 벌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하셨고, 내가 할 수 없는 상상의 일을 전개해 나가셨다. 이분들이 안 계셨으면 아마도 여전히 몇 통의 벌들과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뉴질랜드에서 양봉을 하면서 느낀 점은 키위 양봉인들은 함께 하는 양봉을 한다는 것이다. 이곳에서도 많은 분들이 혼자 양봉을 하기 때문에 커머셜로 하더라도 소규모를 벗어날 수 없는 실정이다. 양봉이라는 비즈니스가 시작을 해서 처음부터 안정적으로 수입이 생기는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한 해에 생산하는 꿀이 1톤일 경우 1톤을 한꺼번에 판매를 해서 목돈이 들어올 경우 생활이 어느정도 가능하겠지만 대부분 지인 판매를 시작으로 하기 때문에 꿀을 생산하자 마자 다 판매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정도 안정기에 들기까지는 생활고로 힘들어 중간에 포기하는 양봉인들이 많다. 이런 이유로 키위 양봉인들도 처음에는 가족 비즈니스로 시작을 해서 조금씩 사업을 확장하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양봉을 해서 꿀을 생산하는 것과 꿀을 판매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판매까지 잘 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 광고와 판매를 전문으로 해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제 양봉자재와 벌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나의 양봉 경험도 풍부해지면서 나는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TIP
꿀양봉 첫걸음
뉴질랜드에서 양봉을 처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뉴질랜드는 지역마다 양봉클럽이 있다. 그곳에 가면 양봉에 대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실습도 할 수 있다. 지역마다 기후가 다르고 밀원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모임에서 정보를 얻는 것이 좋다.
양봉을 시작한다면 우선 양봉도구 및 방충복이 필요하다. 기본적인 도구로는 내검칼, 봉솔, 훈연기등이 있고 제일 필요한 방충복과 장갑이 있어야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벌 독 알러지 약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
벌통 구입 및 등록
처음 양봉을 시작할 때에는 봄에 벌통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겨울을 잘 넘긴 벌들은 봄에 잘 자라기 때문이다. 여름에 꿀을 따고 난 후나 가을에는 보기에는 벌이 많아 보이지만, 곧 죽을 벌들이기 때문에 이 때에 벌을 살 경우에는 손실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봄에 살 때에도 가급적이면 주위에 양봉을 하는 분들의 도움을 받아 병충해 처리가 된 벌통인지 확인을 하고 사는 것이 좋다.
뉴질랜드는 법적으로, 취미이더라도 모든 양봉인이 beekeeper No를 등록해야 한다. 그리고 본인이 소유한 벌통을 등록해야 한다. 이유는 1차적으로 전염병으로 다른 농가에 피해를 주는 것을 막기위한 것이고, 2차적으로 내가 생산하는 꿀이 상업적으로 팔리는 경우 생산부터 판매까지 1차산업부에서 관리를 하기 위해서이다.
모든 등록은 www.afb.org.nz 에서 할 수 있다.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벌통에는 자신의 비키퍼 넘버를 써서 자신의 벌통임을 표기해야한다.
AFB 및 DECA 교육
Beekeeper No와 벌통 등록을 마치면 지역마다 정기적으로 행해지는 질병 교육 및 테스트를 이행해야 한다. 테스트에 통과가 되면 비로서 정식적인 뉴질랜드 양봉가가 되는 것이다. 뉴질랜드는 질병관리에 있어서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질병관리에 까다롭고 철저한 절차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