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 조건

전통적인 정신건강 연구는 부정적인 정신병리(negative psychopathology)를 강조했다. 주로 정 신장애에 초점을 두었으므로 개인의 정신적 강인함이나 회복 능력 등은 무시되어 왔던 것이다.

1958년 Jahoda는 정신건강을 단순히 임상적 질환이나 증상이 없는 상태라기보다는 정상 이상의 바람직한 긍정적 상태라고 구체적으로 제안하게 되었다.
그녀에 따르면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의 조건은 첫째, 자신의 고유한 정체감과 감정과 접촉해야 하며, 둘째, 미래 지향적이어야 하고 생산적으로 삶에 투자해야 하며, 셋째, 스트레스에 대한 내인성이 있어야 하고, 넷째, 자율성을 갖되 왜곡 없이 현실을 지각하고 공감할 수 있으며, 다섯째, 일·사랑·놀이·문제해결 능력이 있어야 한다.

Jahoda의 정신건강에 대한 정의는 기존의 연구들보다 명확하고 분명하게 정의한 장점이 있으나 경험적이고 실증적인 연구는 충분하지 않았던 약점이 있다. 1960년대에 들어와 정신건강에 대한 보다 실증적인 연구들이 시작되었다. 정신건강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긍정심리
Aristotles는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은 최고의 선((善)인 행복이라고 했다. 행복이야말로 모든 사람이 추구하는 가장 보편적인 삶의 목적이라고 함으로써 정신건강을 매우 유토피아적인 이상(utopian ideal)이라고 가정했다.

Seligman(2002)은 긍정적 정신건강을 “진정으로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영위하는 상태”로 정의했다. 긍정적으로 충만한 삶을 이루는 세가지 구성요소는 첫째, 즐거운 삶으로 보았다. 즐거운 삶(pleasant life: 만족과 기쁨, 희망과 같은 긍정적 정서를 경험하는 삶)은 행복에 대한 쾌락주의적 입장(hedonism)을 반영하는 것으로서, 일상적 삶에서 긍정적 정서를 최대화하고자 하는 노력과 관계된다.

둘째,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삶(engaged life: 일과 대인관계 및 여가 활동에서 적극적인 참여와 활동을 하는 삶)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많은 심리적 증상이 참여와 결핍에 관련되므로 적극적인 참여가 정신건강에 필수적이라고 했다. 셋째, 의미 있는 삶(meaningful life: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공동체나 사회에 소속되고 그것에 기여하는 삶)을 강조했다. 자신뿐 아니라 공동체에 연결되어 소속되어 있고, 그것을 위해 자신이 봉사하고 헌신한다는 인식은 삶의 의미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성숙
건강한 정신을 위해서는 성숙을 바탕으로 하여야 한다. 이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 우선 뇌의 건강한 유지와 활동이 필수적이지만, 사회적 상호작용과 발달도 함께 촉진되어야 한다. 인간의 뇌는 나이가 들면서 노쇠하기도 하지만, 심각한 질병이나 장애가 없다면 70, 80세까지도 끊임없이 발달하며 보다 높은 수준의 정서적, 사회적 성숙과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이 현대 뇌 과학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Erickson은 50세 이후의 성인은 내려가는 계단이 아니라, 호수의 물의 파장이 퍼져 가듯이 발전하고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성인이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위기와 과제를 통과해야 한다고 했다.

정체감 대 정체감 혼미(identity vs identity diffusion), 친밀감 대 고립감(intimacy vs isolation), 생산성 대 정체감(generativity vs stagnation), 통합감 대 절망감(integrity vs despair)이다.

이런 주요 과업의 완수는 심리·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하며, 교육, 성별, 사회계층, 문화 등과 큰 상관이 없이 일관적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이러한 주장에 의하면 정신 질환이나 장애가 발생하는 것은 성숙을 위한 발달 과업이나 단계가 잘 성취되지 않거나 발달이 지체되기 때문이다.

사회-정서지능
정신건강과 관련된 사회-정서 지능은 첫째, 자신의 정서에 대한 정확한 의식적 지각과 감찰(monitoring) 능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둘째, 사회-정서 지능은 자신의 정서를 적절히 조절하는 능력이다. 스스로 불안을 약화시키고 절망감과 우울감을 줄여 줄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사회-정서 지능은 타인의 정서에 대해 정확히 지각하고 반응할 줄 아는 능력이다.

넷째, 사회-정서 지능은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적절히 형성해 나가는 능력이다. 다섯째, 사회-정서 지능은 정서(동기)와 바람직한 목표에 초점을 맞추는 능력으로서, 적절히 만족지연(delayed gratification)을 하며, 충동에 대해 적응적으로 대치(displacement)하는 길을 열어준다.

결국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사회-정서 지능이 잘 발달되어 있어 적절한 사회적 상황에서 그것을 잘 발휘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아무리 지적인 성취나 지능이 좋아도 사회-정서 지능이 적절히 발달되거나 발휘되지 않는다면 정신 질환이나 장애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