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잔소리가 아이의 개성을 잃게 한다

지난겨울,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무렵이었다. 우리는 이사를 위해 집 정리를 하는 중이었다. 텅 빈 집에서 남편이 마지막 청소를 하는 동안 나와 은율이는 정들었던 어린이 도서관을 찾았다. 때마침 그곳에서는 크리스마스 리스 만들기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다.

자유분방한 은율이는 “나와 있는 대로 똑같이 안 해도 되지?” 하더니 목공 풀을 이리저리 붙여 지게 모양 리스를 만들었다. 외국 명절을 표상하는 장식에 우리 전통이 가미된 퓨전 작품이 탄생했다. 은율이는 리스에 붙이라고 나눠준 금색 방울을 목에 달고 루돌프 사슴 흉내를 내며 뛰어다녔다.

나는 작업 중인 다른 가족을 살펴보았다. 그중 두 딸과 열심히 작업 중인 아빠가 눈에 띄었다. 네 살 정도 된 딸이 무언가를 시도하려고 할 때마다 “그게 아니고….”라며 답답함을 표현했고, 결국 본인 앞으로 재료를 가져가 뚝딱 작품을 완성했다. “어때? 아빠 잘 만들었지!”라고 의기양양하게 물었고 아이는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다른 엄마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이들은 주로 옆에서 풀칠 정도만 거들었다. 우습지만 조금 씁쓸한 광경이었다. 쉬고 싶은 주말에 아이와 놀아주는 부모들은 꽤 모범적인 사람들이다. 하지만 아이나 부모 모두에게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은 아닌 듯 보였다.

개성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나는 아이돌 스타의 빨간 염색 머리, 소위 ‘노는 아이들’의 반항적인 외모가 그려진다. 하지만 개성은 타고난 고유함, 창의, 도전과 비슷한 말이다. 개성이라는 말이 도전적으로 들리는 것을 보면 나도 획일적인 교육을 받은 세대임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하게 된다.

아이의 개성을 꺾는 말들
나는 앞 장에서 ‘원칙’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말 것과, 아이에게서 ‘선택 권’을 빼앗지 말 것 등을 이야기했다. 그런 것이 모두 개성을 꺾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말들이 아이의 개성을 꺾을까?

첫째, 아이의 성향을 규정하는 말이다. 내가 영어 과외 선생으로서 부모들과 대화할 때 “애가 너무 얌전해요.”, “끈기가 없어요.”,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해요.” 같은 말을 부모들이 너무 쉽게 한다고 느꼈다. 그것도 아이가 듣는 앞에서 말이다.

영유아의 엄마들도 아기가 듣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인지 “우리 애는 까칠해.”라든지 “아무 데서나 잠을 잘 안 자.”라는 말들을 하는데 이런 표현은 아이의 부정적 행동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에 유의해야 한다.

둘째, ‘위험해’라며 도전 의지를 꺾는 말이다. 동네 놀이터에서의 일이다. 수풀이 조금 우거진 곳에 아이들 몇 명이 모여 있었다. 아장아장 걷는 남자아이가 누나와 형을 보러 수풀 안으로 가려 했지만 “안 돼요, 위험해요.”라며 엄마는 아이를 계속 잡아끌었다. 아이는 반복해 시도하려고 했고 엄마는 “어린아이는 거기 가지 않아요.”라며 계속 아이의 도전을 막아섰다.

셋째. 상상력을 꺾는 말이다. 어느 날 은율이와 버스를 탔다가 신이 난 목소리로 엄마에게 동물이야기를 하는 한 아이의 소리를 들었다. 실제로 본 동물이 아닌데 재미있게 지어서 말하는 게 귀여워서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런데 엄마는 “그런 건 없어. 그건 상상이야.”라고 했다. 그것도 다정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넷째, 아이가 자책에 빠지게 하는 말이다. “너 왜 이렇게 별나! 너 때문에 힘들어 죽겠다.” 엄마들의 스트레스와 체력적 한계가 느껴지는 푸념 섞인 말인데 듣기만 해도 가슴 아픈 말이다. 특히 사는 것이 팍팍했던 세대의 어머니들이 자주 하시던 말씀인데 이는 아이의 영혼을 파괴하는 표현 들이다.

당신의 아이는 천재적인 상상가이다
당신은 태어날 때부터 지닌 고유한 위대함을 충분히 발휘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당신은 착한 아이였는가? 지금도 착한 어른인가? 충만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가?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여 온 세계는 창의성에 집중하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준 엄청난 능력, 바로 어린 시절 상상력의 불꽃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가 인공지능을 능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창의성 뿐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바뀌고 있는데, 모든 아이들이 가지고 태어난 다는 천부적 상상력을 엄마의 잔소리로 하나씩 지워가며 키울 것인가?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의 상상력 넘치는 그림에 놀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보는 세상과 아이들의 그것은 완전히 다르다. 총천연색 상상의 세계를 편견 섞인 부모의 잔소리로 잿빛으로 만들지 말자.

글을 쓰는 지금도 은율이는 집에 있는 의자와 천을 이용해 신데렐라 마차를 만들고 있다. 당신의 아이는 천재적인 상상가이다. 초일류 기업이 탐내는 상상력을 가진 존재이다. 그것을 꺾지만 않으면 우리 아이들은 꿈꾸는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다.

구글 면접관의 채용기준
유튜브에서 구글 코리아의 김태원 상무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유튜브의 소유사이며 세계 최고의 AI 기업인 구글. 구글 주식 한 주의 가격은 한화 200만 원을 넘는다. 혁신과 창의의 상징인 구글 코리아에서 인재를 선발하는 중책을 맡은 면접관이라니 그는 매우 유능한 인물임이 틀림없다. 그것도 30대에 말이다.

그는 강연에서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찾기 위해 중점을 두는 내용을 설명했는데 아이를 키울 때 부모의 틀에 가두지 말아야 한다는 내 주장과도 맥락이 닿아 그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글 마치려고 한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인재는 경쟁을 잘하는 인재인지 진짜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인재인지 구별하고 싶습니다. (중략) 지금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인재는 어떤 지식을 바르게 볼 줄 아는 것을 넘어서 다르게 볼 줄 아는 인재입니다. 열심히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식을 정리하고 재정의하고 창조하는 공부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중략) 이전보다 우리는 더 창의적이고 협업을 잘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등수나 점수만으로는 알 수 없는 너무나 많은 요소가 있는 거죠. 그것이 면접관으로서 제가 가진 큰 과제입니다.”

당신의 아이 안에 놀라운 잠재력이 있음을 진정으로 깨닫는다면 오늘 하루 아이와 보낼 일상은 흥미진진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