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쟁이 존 웨슬리의 암호일기

<방법쟁이> 이정환, 도서출판 푸른이

꼼꼼한 일기를 만나다
암호일기와 저자와의 첫 만남은 사진 한 장이 전부였다. 18세기 영국에서 살았던 존 웨슬리가 평생 기록한 다른 일기는 모두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본인이 직접 암호를 풀어서 출판까지 하였지만 옥스퍼드 교수로서 쓴 개인 일기는 따로 두었다. 알 수 없는 부호와 암호 때문에 수백 년 동안 잊혀진 <암호일기>는 염려와 신기한 느낌으로 저자에게 다가왔다.

존 웨슬리는 누구보다도 바쁜 삶을 살았다. 4만 번의 설교, 2백 권의 저작, 새벽 4시 기상, 별명처럼 그에게 따라붙는 수식어이다. 32만 킬로미터, 그가 평생 사람을 찾아다닌 거리는 걸어서 지구 여덟 바퀴 반이라고 한다.

어떻게 한 시간마다 일기를 쓸 수 있었을까? 한 달 두 달도 아니고, 어떻게 몇 년 동안을 꾸준히 지속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자신의 꿈과 희망을 한 시간도 멈추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길까? 치열하게 실천하는 웨슬리에게 자극 받아서, 암호와 씨름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간절했을까? 하는 생각이 끝없이 일어났기에 3개월 동안 그의 일기를 따라서 저자 자신의 일기를 써 보기도 하였다.

이 책을 쓰는 까닭은 아픈 사회 속에서 그가 살았던 시간이 궁금하고 그가 사용했던 방법을 찾아보고 싶어서이다. 머리로 배운 지식과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믿음이 정말 일상생활 속에 실천되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인지 그 방법을 배우고 싶었다.

가장 단순한 규칙 하나
존 웨슬리가 65년 동안 꾸준히 실천한 방법은 복잡하지 않았다. 가장 단순한 규칙 하나를 적어 놓고 한 시간마다 기도를 반복하는 것, 한 시간을 단위로 시간을 관리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던 사람이다.

꼼꼼하게 매시간 빠짐없이 자기 삶을 기록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순간을 기도하며 시작하였고, 그 기도를 실천하고 점검하는 방법을 만들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음 상태와 자세까지 숫자와 기호로 만들어 기록하고 점검하였다.

그의 암호 일기의 예는 이렇다. 4 dr ri, p, d ri q
암호해석: 새벽 4시에 잠을 깨다(4), 일어나서 정장을 갖추어 입고 일과를 시작하다(dr), 새롭게 다짐하는 하루(ri), 오늘 아침은 시작부터 잘하고 있다. 혼자서 개인 기도를 드렸다(p), 일기쓰기(d), 지난 한 시간을 반성(ri), 아직까지는 재법 잘하고 있다(ri 위에 점 세개), 질문(q) 도표를 만들어서 한 시간마다 암호로 기록하는 방법이었다.

크게 둘로 나뉜다. 첫째, 왼쪽 절반은 자신의 일상생활을 기록하였다. 둘째, 오른쪽 절반은 자기 삶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내용으로 채웠다. “기도, 생활, 반성, 기록”이 규칙이 되고, 습관이 되고, 습관이 삶이 되는 때가 온다. 그때가 되면 복잡한 삶이 오히려 간단하게 정리된다.

형식 속에 삶을 가두는 방법이 아니라 자신을 점검하는 도구를 사용해서 복잡한 삶을 단순하게 바꾸는 방법이었다. 희망 목록을 버킷 리스트처럼 미리 만들어 놓고 멈추고, 기도하고, 기록하고, 점검하고, 감사하고, 다시 반복하는 방법이다. 그 무한 반복을 일상의 삶에 연결해서 실천하였다.

1725년 봄에 시작한 일기 쓰기가 발전해서 1734년 1월27일에 <꼼꼼한 일기>로 자리를 잡는 데까지 10년이 걸렸다. 그 뒤로도 55년 동안 멈추지 않았다.
웨슬리의 방법은 아무리 복잡해도 그 원리는 한 가지이다. 그리스도인의 자기 정체성을 회복하는 원리이다.

목회자 가정에서 믿음으로 성장한 웨슬리가 찾은 자기 정체성은 간단했다. “온전한 그리스도인”이었다. “그리스도를 본받아 행하자”는 다짐을 <꼼꼼한 일기>로 생활을 점검해서 결심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었다.

홀리클럽 청년들과 공유하면서 더욱 철저하게 다듬었고, 방법쟁이(Methodist)라는 별명으로 불리면서도 그 방법을 홀리클럽 경건생활의 공식 방법으로 채택하였다.

존 웨슬리의 첫 번째 일기장에 “평생 모든 일에 적용할 일반 규칙 하나: 어떤 일이든 해야 할 때는 언제든지 그리스도께서는 어떻게 하셨는지 또는 그리스도께서도 그렇게 하실지를 생각하자.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본보기로 보여주고 가르쳐 주신 대로 본받아 행하자”라고 했다.

웨슬리의 일기는 “온전한 그리스도인”이라는 꿈을 실현하는 방법을 찾는 일기였다. 꿈을 지키려고 시간마다 기도하며 이런저런 방법으로 실천해 보고, 흩어지려는 마음을 반성하며 꼼꼼하게 기록하였다.

나이 82세 할아버지 웨슬리의 모습에서 청년 시절과 똑같이 일기를 쓰며 생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젊은 시절 만들어 사용하던 “방법(Method)”을 65년 동안 꾸준히 실천하며 살았던 것이 분명하다. 일기와 메모와 설교에서 고백하는 대로이다. 단순함, 순수함, 경건함이라는 원리도 젊어서부터 노년까지 끝까지 지킬 수 있었다.

실패의 기록이 성공의 기록보다 훨씬 많다
한 시간을 단위로 하면서 웨슬리는 하루 18번을 반복하였다. 일주일이면 126번, 일년이면 6,570번을 반복하였다. 한 시간마다 일기를 쓰면서 실패했던 생활까지 그대로 기록으로 남겼다. 그가 남긴 실패의 기록은 성공의 기록보다 훨씬 많다.

그렇게 실천하면서 그가 깨달은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과 자기 자신도 환경이 바뀔 때마다 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아침에 일어나서 기도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60년 경험을 예로 들면서 자신 있게 권하면서도 단지 “좋은 첫걸음”이라고 완고하게 권하였다. 그의 권고에는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 남의 입장과 각자의 상황을 존중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한 시간 단위로 시간 관리하는 그의 방법은 특별하다. 멈추어야 보이는 세상이 있다. 한 시간마다 자신을 멈추어 생각과 일상을 멈추고 카이로스 시간에 강제로라도 응답하게 하는 것이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점거하게 한다. 함께 하는 생활의 틀을 마련하는 효과가 있기에 개인으로서는 생활 습관을 만드는 방법이지만 이 방법이 사회적 경건 단계까지 발전시키게 된 것이다.

저자는 “웨슬리가 옥스퍼드 대학 교수이며 목사로 재직하면서 개발한 시간 관리 방법을 살피다가 시간 ‘관리 방법’은 물그릇과 닮고 ‘시간’은 물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은 바가지에 담으면 바가지 모양이 되고, 예쁜 컵에 담으면 예뻐진다.

시간을 예쁘게 사용하는 사람이 뜻밖에 많다. 누구나 자기 생긴 대로 사용한다. 자신을 성찰하고 시간을 아껴서 서로 돕는 기회로 쓰기도 하고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에 사용하기도 한다. 웨슬리의 기록은 “시간”을 <꼼꼼한 일기>라는 그릇에 담는 작업이었다”라고 한다.

암호로 쓴 웨슬리의 개인 일기는 대부분 실패의 기록이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기록하지만 또다시 실패를 반복한다. 그래서 하나님의 섭리와 자비와 은혜가 필요했다.

하루를 요약할 때도 첫째 사람으로서는 아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는 하나님의 절대 주권 “섭리”를 따라서 요약했다.

둘째 용서를 받지 않고 서는 계속할 수 없는 내용을 “자비”를 따라서 요약했다. 셋째 항상 곁에서 힘을 주는 격려와 위로와 사랑이 없으면 할 수 없었던 일들은 “은혜”를 따라서 요약하였다. 실패에도 감사하고 반성하며 계속하였다.

끝으로 저자는 “웨슬리를 따라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웨슬리와 똑같은 방법으로 시작하고 매시간 생활을 점검하였더니 3개월 만에 새로운 습관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 시간마다 돌아보고 반성하고 기도하는 습관이다. 한 시간마다 몸의 자세를 바로잡아 주었다. 8개월 만에 오랫동안 어깨를 괴롭히던 오십견도 사라져버렸다. 꼼꼼하게 일기 쓰는 방법은 그런 선물을 가져왔다. 게을러지면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것도 도움이 되었다. 다행히 쉽게 따라 할 수 있었다” 한다.